대법, "땅 오염시킨 원소유자, 현 소유주에 배상해야"
전원합의체 선고
"정화 안 했으면 땅 여러 번 거래됐어도 책임져야"
토지 주인이 땅에 폐기물을 묻은 후 두 번 이상 소유자가 바뀌었다면 현 주인은 폐기물을 묻은 사람에게 오염 정화나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면 직접 거래한 이전 주인만 책임을 질까.
출처 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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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원 소유자는 현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오염을 유발한 자가 그 상태의 지속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고 정화할 의무도 갖는다는 취지다. 폐기물이 땅 소유권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이를 제거할 의무도 있다.
기존 대법원 입장과는 다른 판결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자신의 땅에 폐기물을 묻었더라도 그 후에 여러 번의 토지 거래를 거쳐 사들인(전전 매수) 새로운 소유권자에 대해서까진 손해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봤다. 종전 판례는 폐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프라임개발이 철강업체 세아베스틸과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토지 오염물질과 폐기물 제거에 쓴 비용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원심을 깨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토지 소유자가 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 매립했음에도 정화·처리하지 않고 토지를 유통시켰다면 거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 소유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프라임개발은 2002년 신도림 테크노마트 신축을 위해 기아차와 엘지투자증권에게서 서울 신도림역 일대 3만5천11㎡를 사들였다. 이 곳은 주물공장을 운영한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이 1993년 기아차 등에 판 땅으로, 인근 시 공유지도 일부 포함됐다.
그런데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2005년 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땅이 불소와 아연, 니켈, 구리 등으로 심하게 오염됐고, 각종 폐기물도 잔뜩 매립돼 있었다.
결국 프라임개발은 추가로 90억8천797만원을 들여 오염 토양과 폐기물을 제거했다. 이후 프라임 측은 세아베스틸과 땅을 판 기아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폐기물을 묻은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아차에만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했다. 세아베스틸은 땅을 사고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대법원과 같은 이유로 세아베스틸도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세아베스틸이 자기 땅이 아닌 시 공유지에 폐기물을 묻은 불법행위도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데 원심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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