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잘못된 '보금자리주택 의무거주기간'"

헌법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소지도


내곡보금자리 주택지구 아파트 3단지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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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금자리주택은 땅값이 싼 그린밸트(개발제한구역)를 풀고 공급한 주택으로 공공재의 성격이 짙다. 물론 보금자리주택 중에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주택은 말 그대로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으므로 공공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린벨트 자체가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2009년 보금자리주택을 처음 공급하면서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분양주택에 의무거주기간을 둔다고 설명했다.


의무거주기간은 그러니까, 정부가 값싼 그린밸트에 집을 지어 분양했으니 계약자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입주 초기부터 정책 설계가 잘 못 된 게 아니냐는 원성이 높았다.


우선 ‘거주’의 의미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주택법 등에는 거주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법제처 관계자는 “거주라는 정확한 정의는 없다”며 “상법 등 일부 법에 거주를 설명하는 예도 있지만 이는 개별 사안에 한정된 것으로 보편적인 정의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보금자리주택 입주 초기 어디까지를 ‘거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주민등록표상 주소만 옮겨져 있다면(전입) ‘거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혼자 입주해도 되고, 부분임대도 가능

또 이런 예도 있었다. 정부는 당초 의무거주기간엔 세대원 전부가 입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가령 자녀가 대학을 가게 돼 자취를 하게 되면 주소를 옮겨야 할 수도 있는데 세대원 전부 입주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식의 이견이 쏟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가족 중 한 명만 거주해도 된다는 세부방침을 내놨다. 거주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후 혼자 입주한 계약자들이 집이 너무 크니 부분임대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법제처는 의무거주기간이라도 집주인이 살고 있다면 부분임대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불법임대의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입이 돼 있고, 부분임대한 것이라고 우기면 사실상 불법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토부도 보금자리주택의 불법 임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적발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이런 문제가 있다. 헌법엔 거주·이전의 자유(제14조)가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 국적변경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내에서 어디든지 체류지(滯留地)나 거주지(居住地)를 정할 수 있고 또한 그 장소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 초기는 물론 지금까지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민원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했다. 만약 정부가 불법임대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까지 한다면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애초에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설계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마당에 보금자리 특별법은 이미 폐기됐다. 사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관련법을 명확히 고쳐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없앨 수 있겠지만,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그래도 법은 법이고, 그 법을 지키는 사람도 있으니 형평성 차원에서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무거주기간이 남은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다. 내년 말이면 의무거주기간은 모두 사라진다. 15개월 정도 남은 것인데, 그 때까지는 계약자의 양심에 맡겨두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조인스랜드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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