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학의 결정체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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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를 담그기 전에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는데, 여기에는 삼투압의 원리가 적용된다. 배추를 고

농도의 용액인 소금물에 담가놓으면 야채조직 속의 수분이 빠져 나옴으로써 활성 세포들의 숨이 죽는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겠는데, 김치 생각만큼은 정말 간절하더라.”

 

잠시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김치 없이는 정말 못산다는 노랫말까지 있으니 우리 민족과 김치는 결코 뗄 수 없는 사이인 듯하다. 과학적인 발효 식품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김치. 김장철을 맞아 김치 속에 숨은 과학 이야기에 접근해보자.


삼투압 원리로 숨죽이다

김치를 담그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재료인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는 것이다. 뻣뻣했던 배추는 소금을 만난 후 부드러워지는데, 여기에는 삼투압의 원리가 적용된다. 삼투압이란 말 그대로 삼투에 의해 나타나는 압력을 뜻한다.

 

삼투는 선택적 투과를 하는 반투막으로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막아놓을 때 농도가 낮은 쪽의 액체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면서 평형이 이뤄지는 현상이다.

 

즉 야채를 고농도의 용액인 소금물에 담가놓으면 야채조직 속의 수분이 빠져 나옴으로써 활성 세포들의 숨이 죽는다. 이 때문에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을 ‘배추의 숨을 죽인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김장용 배추는 15-20%의 소금물에 6-8시간 정도 절이는 것이 좋다. 야채의 숨이 죽으면 이때부터는 농도가 진한 소금(또는 조미성분)이 야채조직 세포 내부로 들어와 간이 들고 양념이 된다.

 

배추에 간이 든 후에는 각종 미생물이 활동할 채비를 한다. 바로 발효 작용이다. 김치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다량의 젖산균이 자라나 우리 몸에 이로운 식품으로 거듭난다. 즉 야채에 함유된 당류가 젖산균에 의해 젖산과 기타 유기산으로 변하면서 독특한 맛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젖산발효 또는 유산발효라고 한다. 젖산은 부패 변질을 초래하는 다른 유해한 잡균의 발육을 억제하며, 김치의 독특한 향미를 만들어낸다.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식품공학 전문가에 따르면 김치에는 30여종의 세균이 살고 있다. 초기에 작용하는 균은 김치를 알맞게 익혀주고 중기와 후기에 작용하는 균은 김치를 시게 한다.

 

특히 초기에 활동하는 젖산균은 식이 섬유를 만들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후기에 활동하는 젖산균은 산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어 유럽의 경우 야쿠르트에 첨가하는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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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이 김치 숙성 촉진

김치의 발효 과정을 도와주는 숨은 공신을 말하라면 단연 젓갈을 손꼽을 수 있다. 젓갈은 생선의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성된 아미노산이나 핵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들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먹이가 돼 김치의 숙성을 촉진시키고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따라서 오래 두고 먹을 김치라면 젓갈의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이밖에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은 항산화제 역할을 함으로써 김치가 쉽게 물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백김치가 일반 김치보다 잘 물러지는 이유다.

 

한편 우리 조상들이 김치를 저장하는데 이용한 옹기도 김치의 발효를 돕는다. 옹기 파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다공질의 공간, 즉 숨구멍이 있다.

 

옹기의 기본재료가 되는 흙은 입자가 곱지 않은데, 도자기를 굽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입자들이 미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공간은 공기는 투과하면서 물은 투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서 외부의 맑은 산소를 옹기 내의

내용물에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또한 안과 밖의 공기를 잘 통하게 해서 음식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천천히 발효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학동아 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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