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남자를 사랑한 남자

 

 

 

애플의 CEO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coming out)을 했다.

 

동성애는 신이 준 선물이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타인의 몰이해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시련으로 코뿔소 가죽처럼 튼튼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경의를 표했으며,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진정한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플라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슈베르트, 생상, 바이런, 베이컨, 알렉산더 대왕,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마르셀 프로스트, 미셸 푸코, 이브 생 로랑, 조지 마이클, 프레디 머큐리, 보이 조지, 알랭 들롱, 록 허드슨, 케인스, 테네시 월리엄스, 다윗과 요나단, 그리고 장국영까지. 이 잘난 남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게이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게이들이 ‘벽장 속 탈출(Come out of closet)’을 자축하며 난리다. 샌프란시스코는 게이의 도시, 게이의 유토피아다. 길거리에서 두 남자가 껴안고 격렬히 키스를 하거나 더 과감한 애정 행각도 서슴지 않는다. 시드니에서는 세계 최대의 게이, 레즈비언 페스티벌 ‘마디그라(Mardi Gras)’가 질펀하게 벌어진다.

 

1991년 영국 신경과학자 사이먼 리베이는 게이와 이성애 남자의 뇌 구조에 차이가 있음을 밝히며 ‘선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반박 논문이 많이 발표됐음에도 별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이들 논문의 핵심은 이렇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어렵게 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선천적도, 유전도 아닐 수 있다는 것.”

 

우리 정서 속에 게이에 대한 혐오감이 큰 것은 항문성교에 대한 불쾌감과 난잡한 섹스로 에이즈 환자가 많다는 편견 때문이다. 1978년 백인 남자 동성애자 중 32%가 500명, 15%는 500~1000명, 28%는 1000명 이상과 성관계를 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일반인은 동성애를 이해는 하지만 심정적으로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은 66%가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시했지만 50대 남성의 77%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덴마크, 독일 등은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해 결혼한 동성커플에게 부부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처음으로 게이 부부가 탄생했지만 그다지 축하받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아들의 동성애 사실을 알면 부모는 처음에는 분노하다 결국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남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한다. 아들은 동성애자가 아닌 척 여자와 결혼해서 살아 보려고도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을 속이며 살고 싶지 않다며 그들만 모이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일반인에게 들통 나 아웃팅(Outing)을 당하면 꿋꿋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따라 동성커플은 혼인신고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혼 관계도 인정받지 못한다.

 

또 하나의 사랑,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애절하다. 우리나라 남자가 당당하게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봄날이 올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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