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이야기 두 번째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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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이야기 두 번째

2014.11.12


지난 칼럼에 이어서 석유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미국의 '셰일혁명'이 석유 값을 떨어뜨리면서 세계의 에너지 판도는 물론 국제정치 구도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오늘의 화제는 셰일혁명을 격발시킨 인물, 조지 미첼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미치도록 꿈을 꾸는 사람들에 의해 바뀌어 갑니다. 1919년에 출생한 그는 작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평생을 석유와 가스 개발에 미쳐 살았던 인물입니다.

조지 미첼의 아버지는 그리스에서 염소 목동으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였습니다. 뉴욕에서 떠돌다가 끝내 정착한 곳이 텍사스 주의 항구 도시이자 유전 지대인 갤버스턴이었는데, 그곳이 훗날 아들 조지 미첼이 셰일혁명을 일으킨 무대가 됩니다.
아버지는 구두닦이밖에 할 일이 없어 지독히 가난하게 살았지만, 아들은 땅속의 암석에서 천연가스를 뽑아내어 죽을 때 20억 달러(약 2조 원)이상의 유산을 남긴 억만장자가 됩니다.

조지 미첼은 텍사스 A&M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들에게 캔디와 잡화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고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졸업할 때 석유공학과의 과 수석이었고, 텍사스 청년답게 석유개발의 꿈을 꾸었습니다.

2차 대전 때 4년간 미국 공병대에 근무한 조지 미첼은 제대하자 석유회사 취직을 마다하고 휴스턴에 조그만 독립 사무실을 마련하여 '미첼 에너지'라는 간판을 달았습니다. 그는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나섰고, 가스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텍사스의 천연가스 자원이 급속히 고갈되면서 그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큰 석유 회사들은 해외 유전 개발에 눈을 돌려 살길을 찾았지만 조지 미첼은 텍사스 땅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를 텍사스에 묶어 둔 것은 1982년 입수한 한 편의 지질 보고서였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텍사스 땅 밑 깊은 곳에 광범한 셰일 암석층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암석 속에 석유와 가스가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셰일층(shale formations)은 지질시대에 형성된 진흙 퇴적층으로, 이 지층에 석유와 가스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뽑아낼 혁신적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석유와 가스 업자들은 시험 시추를 하다가 관심을 끊어버린 그야말로 쓸모없는 돌덩이였습니다.

이미 환갑을 넘었지만 조지 미첼은 1980년 대 초 지하 1,000미터 이상 되는 깊이에 묻혀 있는 이 암석층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겠다고 도전했습니다.

전통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은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시추공을 뚫어 지하의 배사(背斜)구조 위에 고여 있는 석유와 가스를 퍼내면 됩니다. 그러나 셰일 석유나 셰일 가스를 추출하려면 수직으로 시추공을 뚫고 1천 미터 이상 들어가다 셰일 암벽 층을 만나면 그때 수평으로 굴착하며 암벽을 부숴 내어 석유와 가스가 모이게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즉 수평시추공법(horizontal drilling)과 수압파쇄공법(fracking)을 융합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 모래, 화학약품을 정교히 배합하여 고압으로 쏘아 암벽을 깨부수는 수압파쇄공법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미첼은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수압파쇄공법 혁신에 나섰습니다. 1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시추공을 뚫었지만 실망스런 결과만 나왔고, 셰일 가스 개발에 나섰던 많은 회사들이 거의 사무실 문을 닫았습니다. 회사의 이사회, 전문가, 심지어 믿고 맡긴 지질학자마저 미첼에게 “돈을 낭비하는 짓”이라며 중단을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미첼은 “이 길밖에 없다.”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거의 20년의 천신만고 끝에 그가 개발한 시추기술로 뚫은 구멍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나이 80세를 바로 앞둔 1998년이었습니다.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무리한 투자로 그는 투자 여력을 잃었습니다. 그는 35억 달러를 받고 회사를 매각한 후, 합병된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미첼의 기술혁신은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고, 미국이 21세기 에너지 부국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미국은 기술 개발과 기업가 정신에서 볼 때 복도 많은 나라입니다. 석유 산업의 존 록펠러, 강철 산업의 앤드루 카네기, 전기 산업의 토마스 에디슨, 자동차 산업의 헨리 포드, 철도산업의 니콜리어스 반더빌트 등이 끊임없이 미국의 산업을 혁신해 왔습니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산업 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이 급속히 녹슬어 갈 때,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같은 벤처 기업가들이 실리콘밸리의 IT 혁명으로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잡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 7월 미첼이 세상을 떴을 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조지 미첼을 록펠러나 포드같이 미국 산업의 흐름을 바꾼 혁신적 기업가로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글을 게재했습니다.
“텍사스 진흙에 구멍을 뚫고 일으킨 미첼의 셰일혁명은 실리콘밸리에서 생성되는 컴퓨터 알고리즘만큼이나 확실하게 세계를 바꾸어 놓고 있다.”
조지 미첼이 일생 동안 뚫은 시추공의 숫자가 1만 개라고 합니다.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훨씬 높다는 이 바닥에서 조지 미첼이 뚫은 그 많은 시추공은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하나하나가 꿈, 땀, 절망, 돈, 끈기의 결정체입니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이 직면한 곤경과 비교해 보면서 미첼의 셰일혁명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1년 전만 해도 삼성 스마트폰이 애플 제품을 박살낼 것처럼 한국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력 산업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 기술 개발이 아직 요원한 과제란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뉴스에는 '대란'(大亂)이라는 말이 난무합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혁명'(revolution)이란 용어가 수시로 생겨납니다. PC혁명, 인터넷 혁명, 디지털 혁명, 스마트폰 혁명, 그리고 셰일혁명이 나왔습니다. 모두가 긍정적이고 전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들입니다. 특히 셰일혁명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옛날의 산업을 부흥시킨 사례로서 인상적입니다.

한국에도 대란의 주역이 아니라 혁명의 주역이 되는 개척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퉁퉁마디 (명아주과)  학명 Salicornia herbacea

바닷물이 들고 나는 갯바닥에 온통 불이 붙은 듯 황혼의 붉은 저녁놀이 내리깔린 듯 빨간 가을빛이 깊어갑니다. 갯벌도 가을이면 빨갛게 물이 들어 곱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가 봅니다. 선유도 갯벌에서 만난 퉁퉁마디입니다. 톡톡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마디마디에 짭조름한 바닷물이 탱탱하게 차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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