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계란, 싼 계란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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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계란, OO란, OOO계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평균 220여개로, 계란은 장바구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선식품의 대표주자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계란들이 널려 있어 무엇을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비슷한 모양에 수량은 같은데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무슨 계란을 사야 좋을까?

 

신선도가 생명인 계란은 소비자들이 돈을 더 주더라도 믿는 제품을 사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대기업 브랜드에 손이 간다.

 

문제는 가격이다. 대한양계협회 월별 계란 시세를 보면(9월 기준), 10개짜리 특란(60g∼68g)의 산지가격은 1555원이다.

 

대기업체 한 브랜드 계란은 매장별로 다르지만 소비자 판매가격이 4300~5200원이다. 반면 마트 진열대 한켠에서 단지 ‘싸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 개인 유통업자의 브랜드 계란은 2000~3000원으로 이 회사 것보다 1000~2000원 정도 싸다.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면 합리적 소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유통 점유율 다수를 차지하는 농장수는 전국 1200곳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기업은 산란닭을 키우는 농장 여러 곳에서 산지가격으로 계란을 대량으로 사들인다. 개인 유통업자도 같은 농장에서 산다.

 

대기업의 경우, 집하장으로 모인 계란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공돼 마트로 넘긴다.

 

이곳에서 ‘OO란’이니 ‘OO계란’이니 그럴듯한 대기업 브랜드로 ‘네이밍’을 하면서 몸값이 훌쩍 올라간다.

 

가공비와 물류비 등을 포함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대기업 계란이 개당 200원 정도 비싸진다. 유통마진만 놓고 보면, 계란 한개당 개인 유통업자는 15원, 대기업은 30~40원 정도를 남긴다고 한다.

 

같은 농장에서 나온 계란이 대기업 브랜드냐 개인 유통업자 브랜드냐로 갈리면서 가격이 달라지는 배경엔 이런 유통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 회장은 “한 개인 유통업자가 한 대기업에 공급하는 농장에서 똑같은 계란을 사서 자체 브랜드를 만든 적이 있다. 이 계란을 마트에 50% 싸게 내놨는데 아무도 안 샀다”고 말했다.

 

계란유통업자들은 브랜드가 아닌 계란 표면에 표시된 농장명을 보고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라고 조언한다. 계란 표면에는 두자리 숫자와 함께 농장명이 표시돼 있다.

 

숫자는 16개 지역을 뜻하는데, 서울은 01, 경기도는 08, 경북은 11 등이다. 최근 시중에서 판매하는 계란은 대부분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지키거나 비슷한 친환경 사료를 먹여 키운 농장에서 공급된 것이기 때문에 품질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 깨끗하게 세척한 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가격을 올려받는 브랜드 계란이 많은데, 세척을 많이 하면 금방 상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 작성자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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