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머리 쓰다듬는 아내

 

 

 

가을은 중년 부부들에게 유난히 찬바람이 파고들어 달갑지 않다.

 

부부가 옆에 있어도 맹숭맹숭 그냥 볼 뿐, 말을 섞지 않는다. 싫어서라기보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다. 그러니 침실은 보나 마나 버석거리는 낙엽처럼 까칠하게 메말라 간다.

 

중년의 아내들은 지아비를 위해 보약 지어 와 기꺼이 따끈하게 데워 조석으로 진상하고, 쓴입 가시라고 편강까지 입에 쏙 넣어드리며 제발 효험이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보약을 먹는다고 음경이 지겟작대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스킨십이 더 약이다.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스킨십은 몸으로 하는 또 다른 대화다. 가을이 되면 남자들은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머리털이 술술 빠지기 쉽다. 그래서 더 쓸쓸해하고 우울해한다. 이럴 때 아내가 부드러운 손으로 진정한 요부가 되면 좋을 것이다.

 

남자만 여자를 물고 빨고 하라는 법은 없다.

 

남편을 무릎에 눕혀놓고 젊었을 때 받았던 사랑을 이자까지 얹어서 갚아야 한다. 머리를 살며시 끌어다 가슴에 묻어주고, 부드럽게 남편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흰머리를 골라내 주면 남편은 좋아서 코를 벌렁거릴지 모른다. 친밀감을 더 좋게 하며 흥분을 고조시키면 황홀한 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름하여 ‘털 스킨십’이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털은 거의 다 소실됐다. 지금까지 몸에 남아 있는 모든 털은 구멍 다음으로 성감이 강한 곳이다. 머리카락에서부터 온몸에 보송보송한 솜털, 겨드랑이, 음모까지 전부가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단추다. 그러니까 남자의 털은 잘만 이용하면(?) 최고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털뿌리 아래에는 민감한 감각수용기가 있어 머리털을 쓰다듬으면 그 자극이 머리털을 통해 모근 신경으로 가서 미묘한 감각을 뇌에 전한다. 털을 잘만 건드리면 모든 신경세포를 짜릿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눈썹과 얼굴의 잔털을 따라 어루만져주고, 살살살살 귓밥 파주며 귓속 솜털을 자극할 수도 있고,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빗겨주는 것도 좋다. 내친김에 덤으로 발끝에서 허벅지까지 비누 거품이나 로션을 발라 털을 매만져주고, 머리를 감겨주며 머리카락을 마사지해주면 정신이 혼미해질 터다. 그 느낌이 다시 성적 쾌감으로 바뀌니 진하게 엉킬 수밖에 없다.

 

이때 아내는 묶었던 긴 머리를 풀어헤쳐 섹시한 분위기를 내야 확실한 홈런존으로 남편을 몰고 갈 수 있다. 여성이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쓸어 올리거나 머릿결이 아름답게 출렁거리는 모습에 남성들은 뿅 간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소 닭 보듯이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와인 한 병 딴다고 분위기가 바뀔 리 만무하다. 갑자기 손을 대는 것도 낯설고 쑥스러운데, “뭐 잘못 먹었냐, 왜 이러냐” 핀잔까지 들으면 머쓱해서 다 때려치우고 싶을 것이다.

 

쑥스러워도 스킨십은 행복한 부부의 종잣돈이고 밑거름이자 최악의 사태를 막는 예방주사다. 차곡차곡 쌓아둔 스킨십 마일리지는 어떠한 보험이나 연금보다 끈끈한 밧줄이다. 흐트러진 성 흥분을 궤도에 끌어올리려면 퇴짜를 맞더라도 눈 딱 감고 해보자. 이 가을에 남편에게 진정한 보약은 사랑이 철철 넘치는 털 스킨십이라 생각하고.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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