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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능력, 상상력
2014.10.15
“잘 관찰해보고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렴.”딸아이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고 싶어 합니다. 종종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저는 그때마다 그림에 바로 손을 대 주는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잘 관찰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찾아가라며 말입니다.어린 딸에게 화가인 엄마는 경쟁의 상대이기도 하고 흠모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딸은 엄마를 좇고 싶어 하지만 저는 저와는 다른 딸아이만의 길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엄마만을 비교대상으로 하거나 엄마만을 추종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창작 표현의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창작의 내용은 자신만의 고유한 것이어야 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저는 아이가 자신만의 주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말에 맹목적이 되는 것을 주의합니다. 또한 저의 말이 아이의 상상력을 앞서가 버릴까 걱정이 큽니다. 상상력은 창작의 가장 큰 근본이 됩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상상하지 않는다면 사실 인간 삶에 있어 기술적이든 내용적이든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상상력의 대가라고 하면 쥘 베른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1867년에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책을 씁니다. 그리고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을 했으니 무려 한 세기 먼저 나온 그의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볼 수 있습니다. 1870년에는 [해저 2만 리]를 발표했는데 소설 속에서 잠수함을 타고 해저여행을 갑니다. 잠수함은 이후 1894년에 미국의 사이먼 레이크가 발명을 합니다. 쥘 베른의 소설에 등장하는 잠수함과 우주여행을 비롯하여, 입체영상, 해상도시, 투명인간 같은 개념들은 그의 소설을 통해 처음 등장하거나 기존의 개념을 혁신시킵니다. 당시에는 공상이었지만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쥘 베른은 매우 드물고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습니다. 상상력은 꿈을 극대화하고 실현시킵니다. 색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색채가 주는 보편적인 심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색채학자 요하네스 이텐은 하나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산해진미가 가득 넘치는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붉은 조명을 비추자 고기는 극상품으로 보이며 식욕을 돋우지만 시금치는 검정색으로 변색하고, 파란 조명으로 비추면 불고기는 마치 부패한 것처럼 보이며, 노란 조명으로 바뀌면 포도주는 아주까리기름과 같은 색조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제품의 특징이 돋보일 수 있도록 조명을 조절하여 사용합니다. 마트에 가면 제품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정육점에는 불그스름한 빛을 비추고 야채코너에는 파르스름한 빛을 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학습되고 경험된 우리의 기억색에 의존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에 비해 덜 학습된 저연령층과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독특한 증후들이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하인즈 회사는 십여 년 전쯤 녹색 토마토케첩과 보라색 케첩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둡니다. 케첩은 선명한 붉은 색이어야 새콤달콤할 것이라는 기억을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예 오렌지 핑크 블루 케첩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케첩은 단순히 맛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전달하는 의미입니다. 포르투갈의 레노바 회사는 휴지는 깨끗한 흰색이라는 기억색을 완전히 지우고 마케팅에 성공합니다. 기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각적 즐거움을 말합니다. 빨강 주황 노랑 연두 파랑 보라 등 무지개색이 다 있는 셈인데, 그 가운데 세계에서 제일 비싼 화장지가 ‘레노바 블랙’으로 불리는 것으로 유럽의 보통 휴지보다 최고 10배 정도 비싼 가격의 검정색 휴지라고 합니다. 물론 여전히 붉은색 케첩과 흰색 화장지가 대세입니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상상력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를 가르칠 때 늘 주의하는 것이 고정관념입니다. 저의 생각이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이 아닌데, 그리고 규정된 테두리를 벗어나 멋진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 줘야 할 텐데 말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사실 계산은 계산기가, 지식은 컴퓨터가 대신해줍니다.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손안에 누구나가 백과사전을 들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상상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부모의 언행에 좌지우지 큰 영향을 받는 자녀들의 호기심을 제어하고 상상력을 닫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도록 조금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필자소개
안진의
한국화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에서 채색화와 색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화폭에 향수 사랑 희망의 빛깔로 채색된 우리 마음의 우주를 담고 있다.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갯개미취(국화과) Aster tripolium L.
눈 시리게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가없이 펼쳐진 너른 바다 바닷물! 거세게 치솟는 허연 물보라 치며 바닷가 모래알을 밀며 밀며 채워 올라 천지를 물바다로 가득 채우더니만 밀물도 차고 나니 어느새 썰물이 되어 몰래 손에 쥔 것 뒷짐에 감추고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손주 녀석 아장걸음처럼 드는 듯 나는 듯 살살 빠져나갑니다.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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