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Leniency) 제도’와 담합(Collusion)의 입증
‘자진신고자 감면(Leniencyㆍ리니언시)제도’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그 사실을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과징금 등 제재수준을 감면하는 제도로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가장 효과적인 담합 적발 및 예방수단으로 평가받아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 점차 늘어나는 국제교류와 국제카르텔 적발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만 리니언시제도를 폐지하긴 사실상 어렵다. 담합을 적발하는 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지해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담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담합은 가격설정 등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사업자 간의 합의이므로,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은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관찰하면 추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폐해가 큰 대규모 담합일수록 눈에 띄기 쉽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는 담합으로 제재할 수 없고, 사업자간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규모 공공공사가 있어 여섯 공구로 분할해 공공입찰을 발주했다고 가정하자.
그러한 공공입찰에서 6개 대형건설업체가 사이좋게 공구 하나씩을 낙찰받았다면 누구든 담합의 존재를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의심만으로는 담합으로 처벌할 수 없고 사업자간 공구 하나씩 낙찰받기로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며 이러한 담합사실 입증문제는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구나 대규모 담합일수록 소송능력이 뛰어난 대기업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담합사건은 ‘용의자’를 찾기는 상대적으로 쉬우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담합 적발 과정에 있어 담합사실 입증은 담합의 존재를 처음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함에도 담합 적발력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 등의 논의에서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리니언시제도 효과를 논의할 때도 리니언시제도가 담합사실 입증에 기여하는 효과보다 담합 인지에 기여하는 효과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리니언시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지하지 못했던 담합을 자진신고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자진신고자가 제공하는 증거로 담합사실 입증 혹은 조사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담합사전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리니언시 적용은 (담합기간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을 통제했을 때)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기간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양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담합사건이라도 자진신고가 있으면 없을 때보다 공정위가 사업자 간에 담합이 일어났다고 입증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담합기간은 과징금액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므로 담합사건에 있어서 중요하다. 효과적인 담합의 규제를 위해서는 담합을 처음으로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담합 입증 능력의 향상과 이에 따른 담합 예방 효과가 중요하며, 리니언시제도는 이에 기여한다. 따라서 리니언시제도 운용을 포함해 담합 적발력 향상을 위한 논의에는 담합사실을 입증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리니언시제도 운용에 있어 2순위 자진신고자의 과징금 감면 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개시 이후 조사협조자의 과징금 감면을 논의할 때는 리니언시제도가 새로운 담합의 인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미 인지하고 있던 담합의 입증이나 조사 확대에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송은지 KDI 연구위원 Constructio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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