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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가 응답할 차례다
2014.08.28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후보가 대구 시장에 출마했을 때 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떠올렸습니다. 두 사람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자신들의 소속 정당으로선 적지에 출마하여 아깝게 낙선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김부겸 후보는 대구 수성갑구에 출마해 40.4%를 득표했고,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는 광주 서구에 출마해 39.7%를 얻었습니다. 대구 경북(TK)이나 광주 전남(KC) 두 지역은 각종 선거에서 상대당 후보의 득표율이 10% 미만인 경우가 많았고, 총선에선 아예 후보를 내지도 못하는 지역구도 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1988년 소선거구제로 바뀐 후 26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그런 곳에서 40%대의 득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석패율 제도가 없어 두 후보를 국회로 보내지 못하는 현실을 못내 아쉬워했습니다.그 후 이정현 씨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으로 활약했고, 김부겸 후보는 다시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로 대구시장에 도전했으나 40.33%의 득표로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40%의 득표율은 19대 총선 때와 같았지만 1개 지역구가 아니라 대구시 전체를 상대로 한 득표라는 점에서 의미는 컸습니다. 19대 총선에서 지역구도 정치를 깨겠다고 도전한 두 명의 ‘아름다운 바보’ 중에 김 후보 혼자만의 외로운 도전이어서 나도 이 수석이 생각났던 것입니다.그런 이정현 씨가 지방선거 후 돌연 홍보수석을 박차고 나와 7·30 재·보궐 선거에서 고향인 전남 곡성·순천에서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한국 정치사에 획을 그었습니다. 석패율 제도에라도 기대어 상대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었으면 했던 나의 졸렬한 기대는 깨졌지만 그래서 더 통쾌했습니다. 두 지역에서 지역당 후보에게 던지는 80~90% 이상의 몰표 현상은 1987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1노3김'이 후보로 나서 직접선거로 치른 대선부터였고, 1988년 총선부터는 100% 지역당 당선자만 나왔습니다.이정현 의원의 도전은 17대 총선 때부터 였습니다.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 서구에 출마했으나 1% 미만의 득표였습니다. 그가 18대 국회에서 여당 비례대표로 활동하면서 호남지역을 돌본 결과가 19대에서 39%의 득표였고, 이번 보선에서 49.4%의 득표로 당당히 당선됐습니다.그의 승인에 대해 많은 분석이 있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지역구민들의 각성입니다. 말뚝을 후보로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CK지역에서 더 이상 말뚝으론 안 된다는 유권자들의 평형감각 회복이 이정현 의원의 당선을 가능케 했습니다. 곡성 순천 지역구에서 박연차 뇌물사건으로 서갑원 의원은 의원직을 잃고 감옥에 갔으며, 그에 따른 보선에서 김선동 의원이 나왔고, 김 의원은 국회 최루탄 사건의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에 의해 통진당 의원으로 재선된 김 의원은 최루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으로 다시 의원직을 잃어 보선 대상지역이 됨으로써 ‘이정현 기적’을 탄생시킨 것입니다.두 번이나 연이어 보선 대상지역이 된 것, 그중에서도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박연차 사건, 최루탄 사건의 장본인을 국회로 보낸 것에 지역 유권자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컸을 것입니다. 지난 보선에서 그런 유권자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흠집 많은 서갑원 후보를 다시 공천한 것에 대해 새정련에 대한 지역민들은 분노 또한 컸을 것입니다. 이정현 후보는 여기에 ‘예산폭탄’을 공약으로 내세워 이탄치탄(以彈治彈)의 전술로 ‘최루탄’의 상처를 날려버렸습니다.그러나 제비 한 마리가 왔다 해서 봄이 모두 온 것이 아니듯 이정현 의원의 탄생으로 한국이 지역정치의 질곡에서 벗은 것은 아닙니다. 그의 승리가 한국 정치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가 재선되고, CK지역의 다른 지역구에로의 파급도 중요하나, TK지역에서도 호남당 의원이 나와야 합니다. 영호남 지역정서의 문제야말로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돼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강고해진 것입니다. 양비론의 요소도 있지만, 원인을 놓고 보면 TK 책임이 더 큽니다. 두 지역의 적대관계는 ‘상대가 안 하는데 우리가 먼저 할 수 없다’는 ‘상대 먼저’의 함정에서 고착화하고, 부풀려졌습니다. 그 함정 하나가 곡성 순천에서 메워졌습니다. 이제 TK가 응답할 순서입니다. 다행스럽게도 TK에는 다음 총선에서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부겸 씨가 있습니다.*석패율제도 : 정당이 후보를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이중 공천한 뒤 지역구 투표에서 석패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지역대표성을 보완하는 제도.
필자소개
임종건
74년 한국일보기자로 시작해 한국일보-서울경제를 3왕복하며 기자, 서울경제논설실장, 사장을 지내고 부회장 역임. 주된 관심 분야는 남북관계, 투명 정치, 투명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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