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사방댐 건설 붐, 이유와 실태

 

 

 

지난 3월 공사가 시작된 부산 해운대구 반송1지구 사방사업 현장. 올해 전국 899곳에서 사방댐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10가구만 있어도 '산사태 취약지',

올해만 899곳 '묻지 마 삽질'

 

전국 산지의 계곡에 무더기로 건설되고 있는 사방(砂防)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급류가 계곡 바닥을 파 토사를 유출시키거나 양쪽 기슭을 깎아서 산사태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방댐에 대해 최근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고삐 풀린 듯 무분별한 댐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사방댐이 산사태 등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지만, 울창한 산림을 헐고 인공물을 마구 설치하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 주장이다. 재해예방과 환경보전 모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므로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6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국 7천여 곳 조성
간단한 현장조사만 거치면 곧바로 건설 가능
환경평가 등 검증 과정 생략… 시민단체 반발

 

전국 사방댐 건설 현황

전국 산림에서 사방댐 건설 붐이 일고 있다. 19일 산림청에 따르면 1986년 처음으로 사방댐 건설이 시작된 뒤 지난해까지 전국 7천725곳에 사방댐이 설치됐다.

 

특히 2011~2013년 3년간 전체의 45%인 3천446곳에 사방댐이 들어섰다. 2011년부터 이달 현재까지 전국의 계곡과 산림 4천400여 곳에서 사방댐이 추진돼 공사구간만 1천798㎞에 이른다. 올해 899곳에서 사방댐이 건설되고 있다. 이에 1조 3천29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최근 4년 동안 사방댐 건설규모가 지난 25년간을 넘어섰다.

 

사방댐의 물길이 되는 계류보전사업 구간도 584㎞에 달한다. 강원·충청도 등에 집중된 사방댐은 부산지역 26곳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사방댐 사업비도 2010년 1천882억 원에서 올해 3천542억 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사방댐을 2만 4천6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전국 산림의 계곡마다 공사판이 될 전망이다.

 

너무 쉬운 사방댐 건설

산림에 대규모 토목공사가 가능한 것은 사방댐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기초자치단체 등이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지역을 심의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면 지자체 등은 제방사업을 우선 실시할 수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이 너무 쉬운데다 지정만 받으면 곧바로 사방댐을 건설할 수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위원회는 현장조사 판정표에 따라 위험도가 360점 이상이면 1등급, 240점 이상이면 2등급 취약지역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조사대상지 내에 민가가 5가구 이상만 있어도 위험도는 220점이다. 10가구 이상이거나 공공시설이 포함돼 있으면 240점이다. 또 조사대상지는 넓게는 수십㏊에 이른다. 도시의 산림 인근 하천과 계곡은 쉽게 1~2등급 산사태 취약지역이 된다는 뜻이다.

 

환경평가나 여론 검증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산사태 취약지역 심의결과에 대해 열람공고를 하는데, 대부분 이의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 일쑤다. 사방댐 시행계획에 대한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생명그물 등 부산지역 7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비판적 논의 없이 늘어난 사방댐 탓에 전국 계곡이 콘크리트와 돌 구조물로 뒤덮여 심각한 자연 파괴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산림업계도 우호적

사방댐 건설은 산림 관련 사업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건설된 전국 사방댐 2천922개의 70.1%인 2천48개가 수의계약으로 산림조합이 시행했다고 밝혔다.

 

산림 토목공사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산림청과 지자체가 산림조합에 2천억~3천억 원대 공사 대부분을 몰아주고 있는 게 관행이어서 특혜라는 비판도 있다.

 

산림청도 사방댐 사업에 적극적이다. 재난예방을 명목으로 많은 예산을 따올 수 있고, 산림청 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영향력을 넓히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 지자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사방댐 건설사업비는 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가 7 대 2 대 1로 분담하는 구조다. 지자체는 적은 예산으로 수월하게 수억 원대 사업실적을 쌓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방댐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되고 철저한 검증이 사라져 댐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사방댐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주민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백상·박진숙 기자 k103@busan.com
부산일보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0819000146

사전 용역조사·댐 공사 시행 산림청 산하 산림조합이 '독식'

 

 

 

Construction News
CONPAPE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