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제, 애증을 따질 때 아니다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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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제, 애증을 따질 때 아니다

2014.07.29


한일 두 나라는 흔히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 또는 ‘형제의 나라’라고 서로 다정하게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특히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일 관계는 역사인식을 둘러 싼 갈등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였습니다.

동아시아 정세가 19세기 하반기에 비유될 정도로 긴박해진 요즘, 그때에 비해 특별히 달라진 점은 우리나라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대화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과 북한의 핵 개발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경쟁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취임 후 다섯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반면, 일본의 아베 총리와는 단 한 번의 회담다운 회담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석이던 주일대사에 지일파로 알려 진 유흥수(柳興洙) 전 국회의원을 임명하고, 도쿄도지사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씨가 아베 총리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 전달했지만, 흐트러진 한일 관계를 당장 바로잡을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밉건 싫건, 우리는 일본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헌법 해석을 아베 총리 생각대로 바꾼 이유의 일부는 미국의 양해, 아니 불가피한 처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즉 현재엔 문제가 없지만, 수년 후에는 중국의 군사력을 미국 한 나라가 담당하기에는 힘겨워진다는 심각한 문제 말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그 미국은 비슷한 안보동맹을 일본과도 맺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국가안보 면에서 일본을 버리고 중국 쪽으로 붙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핵무장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을 멀리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미국이 군사예산을 억제하고 중국이 국방예산을 지금 추세대로 유지해 간다면 동아시아에서의 중국 군사력이 수년 안에 미국을 능가할 것이 필연적입니다. 유사시 일본의 협조 없이는 미국 극동 전력만으로는 중국을 억제할 수 없게 됩니다. 이때 우리의 처지는 굉장히 미묘해집니다. 이 점을 고려해야 할 우리나라 외교 정책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의 대중 및 대일 정책은 수년 후의 이런 형편을 마땅히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 당장의 형편만으로 우리 외교 노선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면 얼마 가지 않아 우리나라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대일 정책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일시적인 방편이나 감정으로 나라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본은 오키나와(沖) 남쪽에 있는 센카쿠(尖閣)섬 점유문제로 중국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수년 동안 경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다오위다오(釣魚島)'라 부르는 이 섬은 120년 전 청일전쟁의 대일 배상(賠償)으로 대만과 함께 일본으로 넘겨진 옛 청국 영토인데, 대만은 대만대로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군력은 일본보다 열세였으나 2006년 경부터 일본을 따라붙기 시작하여, 지금은 주일 미 공군 외에 미국 제7함대의 최신 항공기까지를 포함하여 겨우 세력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일본의 외교ㆍ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해군력에 있어서는 중국이 항공모함을 구입하고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전력 강화에 열중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이나, 일본과 미 해군의 연합 세력에 5년가량은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일본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한편, 경제를 걱정하는 중국의 경제 관료들은 만일의 경우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중국에서 빠져나갈 때의 위험성을 염려하는 추세도 강해, 지금 당장 동아시아에서 큰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인 듯합니다.

그러나 전쟁은 항상 오산이나 오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니 경계를 낮추어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여론 대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는 애증(愛憎)을 넘어 한일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이 밉다 곱다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안전보장에 직결되는 만큼 여러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여 차분하게 현재의 한일 관계를 다루어 달라는 말입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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