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출하는 현대차그룹...이젠 미국에서 중동으로
사우디에 전초기지 세운 현대차,
'300만대 시장' 중동 공략 속도
'중동시장 3분의 1 차지' 사우디에 첫 공장…중동 전기차 전환 수요 대응
장재훈 부회장 "중동·북아프리카 전체로 볼 때 사우디 공장 설립은 큰 의미"
파업 노조 등살에 속 후련
(편집자주)
현대차가 중동의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생산거점 구축에 나선 것은 사우디를 전초기지로 삼아 자동차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동 전체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는 사우디와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맞춰 현지 생산 전기차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중동 지역의 첫 생산 거점인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HMMME는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 생산법인으로, 내년 4분기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가 사우디에 중동의 첫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은 사우디가 중동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34%를 차지하는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동에서 팔린 자동차 약 249만대 중 84만대가 사우디에서 판매됐다.
게다가 현대차가 판매되는 중동 14개국 가운데 사우디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올해 1분기 소매 판매 기준 중동 전체 6만대 중 3만4천여대가 사우디에서 팔렸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HMMME 착공식 후 "사우디 시장이 중요하고,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안에서 사우디, 나아가 그 영향권에 있는 북아프리카 등 전체적인 방향을 볼 때 이번 사우디에서 공장 설립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우디를 첫 거점으로 향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2020년 278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 타격으로 2021년 230만대로 줄었다가 반등하는 추세다. 오는 2030년을 전후로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성장세가 예상되는 부분은 현대차가 강점을 지닌 전기차 시장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연간 5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한편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또 카타르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인프라 조성을 진행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019년(1억달러) 대비 2022년(13억9천만달러) 전기차 수입액이 14배가량 증가하는 등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보인다.
현대차는 HMMME를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건설하고 전기차 등 모델 라인업 강화와 브랜드 가치 제고 등으로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점도 현대차의 중동 시장 진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첫 공식 해외 순방 일정으로 지난 13일부터 사우디, 카타르, UAE 등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계속되는 해외 투자에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만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느 때보다 돌발적인 경영 변수가 많은 만큼 위기 타개의 거점으로 국내를 택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해외 투자로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룹 차원에서 올해 국내에 약 25조원 정도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에는 향후 4년 동안 31조원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국내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더 할 생각"이라며 "전체적인 방향은 모빌리티 부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저희가 해야 할 확장 영역에서 AI나 로보틱스, 에너지 등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sh@yna.co.kr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