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에 맞춰진 유튜브 Youtube is Left-wing policy
진보 성향 영상 2개 더 봤더니
추천 목록, 진보 채널로 도배됐다
알고리즘 생성, 본지 직접 실험
구글 전체가 좌경화...민주당 편
미 언론 80%가 좌경화
(편집자주)
천안에 사는 직장인 백강현(30)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반탄) 시위에 여러 번 참가했다. 이번 사태 이전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관해 알아보려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2월 광주광역시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그는 “한국이 중국한테 먹히기 직전이란 사실을 유튜브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 유튜브 추천 목록을 보여달라 하자 10개 모두 ‘반탄’ 성향의 내용이었다.

반면 최근 서울 광화문 탄핵 찬성(찬탄) 집회에 참석했다는 30대 회사원 이진석씨는 탄핵 관련 정보를 구독 중인 ‘매불쇼’ ‘뉴스공장’ 등에서 얻는다고 했다. 찬탄 성향 채널들이다. 그는 “검색해서 다양한 유튜브를 보는 편”이라고 했지만, 그가 보여준 유튜브 추천 동영상 10개는 모두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거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내용이었다.
23일로 첫 방송 20년을 맞은 유튜브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주는 공론의 장이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사용자를 점점 극단적 성향으로 밀어붙이는 증오와 선동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유튜브 등 대다수 소셜미디어가 사용자가 극단적 견해에 중독될수록 매출이 늘도록 설계됐고, 이를 위해 알고리즘(자동 추천 프로그램)이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을 더 많이 보여주면서 생기는 문제다.
유튜브의 경우 매출 중 광고가 약 70%(2024년 기준)를 차지한다. 사용자가 중독돼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사업 모델이다. 유튜브는 지난 20년 사이 시청자를 더 오래 플랫폼에 묶어두기 위해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동영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해 추천해 ‘사고(思考)의 양극화’를 유발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튜브 ‘영업 비결’인 영상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대외적으로 철저히 감춰져 있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한쪽 성향 강화)’이란 말을 만든 시민단체 ‘무브온’의 일라이 패리서 사무총장은 한 강연에서 “의식적으로 진보와 보수 콘텐츠를 두루 보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 콘텐츠가 진보로 기울어 버리더라”며 “알고리즘이 내가 진보 성향 콘텐츠를 클릭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판단해 그쪽으로 밀어버린 셈”이라고 했다. 비교적 균형 잡힌 시청을 하려는 시청자라 하더라도, 아주 약간만 한쪽 편의 시청이 많을 경우 이를 알아차리고 그와 비슷한 동영상을 몰아서 추천하더라는 얘기였다.
본지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지, 실험을 해봤다. 아무것도 시청하지 않은 ‘깨끗한’ 계정 두 개를 만들어 정치 관련 콘텐츠 열두 개를 시청했다. 보수·진보 성향 콘텐츠를 돌아가면서 보되 한 사람은 사이사이 보수 성향 콘텐츠를 두 개 더, 다른 사람은 반대로 진보 콘텐츠를 두 개 더 끼워 넣었다. 양쪽 정치 성향 콘텐츠를 7대5 정도로 비교적 균형 있게 돌아가며 시청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진보 동영상을 두 개 본 사람의 상단 추천 영상 넷은 모두 진보 성향이었고, 보수 두 개를 더 봤을 경우에도 보수 영상이 넷 중 셋(나머지 하나는 정치 무관)을 차지했다. 약간의 균형만 깨져도, 알고리즘이 편향된 시청을 유도한 셈이다.
정재은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와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사실을 확인해 최근 국제 학술지 ‘테크놀로지 인 소사이어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약 4년간 한국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 2만4000여 개에 댓글을 남긴 이용자 약 100만명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100만명 중 52만명은 진보 채널에서만, 44만명은 보수 채널에서만 활동했고 양쪽 성향 채널에서 두루 활동하는 사용자는 전체 3%(약 3만명)에 그쳤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만 듣게 되는 ‘에코 체임버(반향실 효과)’ 현상이 명확히 보였다. 정 교수는 “장기간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 외에도 다양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영상의 공평성이 담보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편향 학습’을 피하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분노와 공포를 부르는 콘텐츠일수록 전염성이 강하다. 알고리즘이 이런 콘텐츠를 더 추천해 사용자 간 양극화가 심해지게 된다”고 했다.
극단 성향을 선호하는 유튜브는 사회가 더 분열될수록 구독자가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관련 영상을 중심으로 구독자 수가 급증한 한국이 대표적 사례다.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은 조회 수가 기존보다 2~3배 수준으로 늘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12·3 계엄 직전이었던 지난해 11월 보수 유튜브 채널인 ‘배승희 변호사’의 영상 조회 수는 1474만이었는데 지난달엔 4038만으로 늘었다. 진보 유튜브 채널인 ‘매불쇼’의 영상 조회 수도 같은 기간 2885만에서 6641만으로 증가했다. 두 채널의 내용은 탄핵과 관련해, 극과 극으로 다른 내용을 담았다.
정치 유튜브 구독자들의 극단적 성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본지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지난 2월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성인 남녀 1546명 대상)에선 응답자 11%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치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고 대답했다. 이 중 중도층은 7%만이 유튜브로 정치 이슈를 알게 된다고 한 반면 스스로를 진보·보수로 평가한 이들은 각각 15%, 14%가 정치 정보를 유튜브에서 주로 취득했다.

정치인들은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명절마다 보수는 물론 극우 유튜버들을 위한 선물을 챙긴다”고 했다. 그는 “보수·극우 유튜브는 제도권 언론도 아니라서 음해성 발언도 스스럼없이 하곤 한다”며 “이런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미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튜브를 통한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전직 장관은 “과거엔 여의도나 광화문에 사무실을 내고 조직을 만든 뒤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했겠지만 요즘은 유튜브 채널이 정치 운동의 허브가 됐다”라며 “채널을 새로 만들어 키우면 시간이 걸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을 인수해 ‘재개점’ 하는 방식이 유행”이라고 했다. 구독자 10만인 채널의 경우 500만~1000만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됐다고 한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유튜브는 가짜 뉴스든 선정적이든 불법만 아니면 상대 진영을 나쁘게 만들고 선동할 수 있는 구조”라며 “여기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양극화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정치인들이 이를 거르지 않고 편승하고 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고 국민에게 유튜브 정보의 옥석을 가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필터 버블·에코 체임버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일대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정치 활동가 일라이 패리저가 2011년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쓴 말이다. 패리저는 인터넷 이용자가 ‘필터’에 거른 듯 편향된 정보의 ‘버블(거품)’ 안에 갇혀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메아리의 방’이란 의미로, 소셜미디어 등 이용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에만 노출돼 다른 견해를 불신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본래 방송사 등에서 잔향(殘響) 효과를 내려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드는 방을 뜻한다.
[김휘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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