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전북도 금고' 미스터리...“재정 운용 비효율”
"3년간 도지사에 보고 안했다"
세금은 먼저 먹고 튀는게 임자?

1금고 농협, 2금고 전북은행
연간 10조원의 예산을 굴리는 전북특별자치도 금고를 두고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NH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도(道) 금고를 맡은 2022년 이후 3년간 단 한 번도 도지사에게 금고 운용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전북도는 “오해”라며 “도지사용 보고서엔 빠졌지만, 매일 담당 부서에서 관리한다”고 반박했다.
29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2022년 1월부터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을 1금고로 지정해 일반회계를 운용하고, 전북은행을 2금고로 지정해 특별회계·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약정 기간은 4년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올해 도 예산은 10조7732억원이다. 일반회계 8조7732억원은 농협, 특별회계 1조708억원과 기금 8839억원은 전북은행이 운용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 전북자치도의회 김성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고창1)은 최근 “전북도가 금고 운용 보고 의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관련 조례상 해마다 상·하반기별로 두 차례에 걸쳐 도 금고의 예금 과목별 금액과 예치 기간, 금융 상품별 수익률, 이자 수입 총액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농협·전북은행 모두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성수 도의원 “재정 운용 비효율”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평균 잔액(2024년 12월 31일 기준)은 2금고가 6889억원으로 3777억원인 1금고보다 2배가량 많지만, 협력사업비(총 108억원)는 1금고인 농협(75억원)이 2금고인 전북은행(33억원)보다 2배 이상 부담한다”며 “실질적으로 더 많은 협력사업비를 부담하는 1금고보다 2금고가 금융 이익을 더 보고 있는 구조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협력사업비는 금융기관이 금고 지정의 대가로 자치단체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출연하는 돈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전북도가 금고를 2개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은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2금고가 운용하는 특별회계 또는 기금을 1금고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특별시·경기도 등 타 시·도 대부분은 일반회계뿐 아니라 특별회계나 기금까지도 1금고에서 통합·운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지역에서 ‘향토은행’으로 불리는 전북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전북도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공시 대상 19개 은행 중 최고 수준 예대(예금·대출) 마진을 남기고 있으면서 지역민을 상대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道 “자금 운용 상황 매일 보고”
이와 관련, 전북도는 “그간 김관영 지사에게 올린 보고서에 금고 운용 상황이 빠진 건 맞지만, 담당 부서가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 금고를 맡은 금융기관은 ▶자금 운용 상황 ▶재정 건전성 평가 ▶전산 시스템 보안 관리 상황 등 세 가지를 매년 상·하반기에 도지사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김종필 도 자치행정국장은 “자금 운용 상황은 워낙 중요해 매일·매월 농협·전북은행이 도 회계과에 보고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갈음했고, 도 세정과가 일괄적으로 작성하는 도지사용 보고서엔 해당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보고서에 넣겠다”고 했다.
김 국장은 협력사업비 문제에 대해 “협력사업비는 계약 당시 각 금융기관이 써낸 금액”이라며 “예치 금리 등과 연동돼 있어 협력사업비가 많다고 꼭 전북도와 도민에게 좋은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려 과잉 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에 (협력사업비가) 평가 지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행정안전부 등에서 제한을 뒀다”고 했다. 도 금고 선정 때마다 ‘로비설’ ‘외부 개입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지역민에 대한 기여·공헌 등 평가 기준은 행안부에서 정량적으로 정한 세부 기준을 인용하기 때문에 모든 지자체가 대동소이하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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