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

4100조 불어난 부동산금융 '경고음'

정부 '해법' 찾는다

[편집자주] 한국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게 만든 '숨은' 주범으로 부동산금융이 지목된다. 4000조원이 넘는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혁신기업은 성장의 자금줄이 말랐고, 가계부채로 시달리는 가계는 소비여력이 바닥이다. 나랏돈으로 정부가 '묻지마' 보증을 남발한 것도 부동산금융을 키운 요인이다. 부동산금융의 부작용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액이 268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보증·펀드·리츠까지 합치면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은 4100조원을 넘어서 4년 만에 34% 폭증했다. 은행 가계대출의 80%는 주택담보대출에 쏠려 있고, 서민과 지역 대상으로 금융을 공급해야 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만 60조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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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 쏠림현상이 급기야 한국 경제 성장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직접 만나 해법 찾기에 나선다.

 

27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26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대출을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부문에서 1309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은행권은 가계대출의 80%가 주담대(90조5000억원)에 쏠려있다.

건설·부동산업 등 기업대출은 623조3000억원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부동산 초호황기인 2020년 이후 2금융권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도 급증했다.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 등 부실 위험도가 높은 PF 대출을 마구잡이로 늘려 상호금융권·저축은행 PF 대출은 60조원을 돌파해 은행(48조7000억원)도 추월했다.

대출 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전세보증, 사업자보증, 리츠·부동산펀드 등 금융투자상품까지 합산한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4121조6000억원에 달한다. 4년 만에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34% 급증한 것이다.

국민 재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부동산금융의 확대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1·2금융, 가계와 기업을 막론하고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간 폭증한 요인 중 하나가 정부의 '묻지마 전세보증'이나 '정책성대출'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3곳의 공적 보증기관이 대출액의 최대 100%까지 전세보증을 해 주면서 전세대출 잔액이 2016년 36조원에서 2024년 200조원으로 뛰었다. '묻지마 보증'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까지 유발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동한다. 전세보증이나 정책성대출로 대출 위험을 공적기관에 넘긴 은행은 추가로 발생한 대출 여력을 바탕으로 또 다시 주담대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동산 금융 쏠림 현상은 경제성장의 발목도 잡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으로만 계속 돈이 몰리니 혁신 기업은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가계는 대출이자 갚느라 소비를 더 늘릴수가 없다"며 "지나치게 비대해진 부동산금융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금융 규모 및 가계부채,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그래픽=김지영

 

 

 

이창용 한은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 경제금융 수장 3인은 다음달 3일 부동산금융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끝장 토론'에 나선다. 부동산금융 쏠림을 해결하지 않으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탈출구를 찾기 어려워서다.

금융당국도 실질적인 해법 찾기에 나선다. 은행들이 주담대와 보증 위주 대출만 계속 늘리는 이유는 자본규제, 건전성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기준(바젤3)에 따라 대손충당금과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부도확률(PD)와 부도시 손실률(LGD)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대출은 부도확률이 높다. 가계대출이라도 주담대는 부도시 손실률이 대폭 떨어져 대손비용, 자본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위험조정수익률'이 가장 좋은 대출이다. 은행이 기를 쓰고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 올인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금융 쏠림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금융회사의 역할 재정립을 비롯해 자본규제까지 10년 이상 로드맵을 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머니투데이

집 대출 이자·교육비에 등골 휜다

중산층, 여윳돈 70만원 붕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이 7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내수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흑자액은 6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가계 여윳돈에 해당한다. 즉, 세 달 동안 중산층 가구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이 70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이는 1년 전보다 8만8000원 줄어든 액수다. 2019년 4분기(65만3000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가계를 최하위(1분기)부터 최상위(5분위)까지 5등분했을 때,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분위는 약 121만원, 2분위 291만원, 3분위 440만원, 4분위 634만원, 5분위 1120만원이다.

중산층인 3분위 가구 흑자액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 가파르게 줄고 있다.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과 사교육비 부담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전보다 소득은 4.4% 늘었는데, 지출이 6.1%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4분기 중산층(3분위 가구) 비소비지출은 7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가 늘면서 일시적인 세금인 ‘비경상조세’가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점이 가구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이자 비용 역시 1.2% 늘어난 10만8000원으로, 10만원 선을 넘어섰다.

교육비 지출은 13.2% 늘어난 1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교육비 평균 증가율이 0.4%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에서 유독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내 집이 없으면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 심리, 사교육비 부담 등에 짓눌린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산층 가구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내수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사회 계층의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 가계의 여윳돈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균형적인 경제성장 또한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는 “중산층은 자가 소유 비율이 50%를 넘고, 교육비 지출도 고소득층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계층”이라며 “이들 계층의 여윳돈 감소는 내수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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