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의 변화...AI 자동화, 사무직과 전문직도 영향권 List weekly accomplishments or resign, Musk tells US federal workers
AI 자동화, 사무직과 전문직도 영향권에 들어선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부터 AI 윤리 전문가까지, 새롭게 주목받는 직업들
지난 2월, 미국 연방정부는 공무원들에게 한 주간의 업무 성과를 다섯 개의 불릿 포인트로 요약해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의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도한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이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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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조치는 공무원 사회 전반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공무원연맹(American Federation of Government Employees, AFGE)을 포함한 주요 공무원 노조는 정부효율부의 과도한 개입이 공무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인력 감축을 위한 사전 평가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AI 및 자동화가 정부 인력 구조조정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며, AI가 공공부문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 노동부 앞, 일론 머스크 정책 반대 집회 현장 (2025년 2월)>

A person holds up a sign that says union busting loser with a photo of Elon Musk at a protest.
[자료: Politico]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 속에서 공공 부문의 노동시장 운영 방식 또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데이터 입력, 고객 응대, 문서 정리와 같은 반복 업무뿐 아니라 법률 분석, 보고서 작성 등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까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AI의 영향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자동화가 불러올 변화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AI로 사라지는 일자리와 변화하는 직군
기술 혁신은 늘 노동시장의 재편을 촉진해 왔다. 과거 자동화가 생산 현장과 물류 분야의 블루칼라 노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의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화이트칼라 및 전문 지식 노동 분야까지 그 영향을 확장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동자의 30%는 업무의 절반 이상을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전체 노동자의 85% 이상은 업무 중 최소 10%가 AI로 인해 변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HR 보조, 법률 비서, 회계 지원, 고객 응대와 같은 사무직이 AI 자동화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행정 보조 등 사무 지원 업무는 AI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1860만 개의 사무·행정 관련 일자리가 AI 자동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 AI 기반 챗봇 시스템과 자동 문서 처리 솔루션이 고객 응대 및 행정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존 인력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법률 업계에서는 AI 기반 문서 분석 시스템의 도입으로 신입 법률 보조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도 AI가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면서 분석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AI 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노동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AI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구체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로 축소되는 직무를 대체할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직무, 변화하는 기업 전략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직무가 등장하고, 기업들의 인력 운영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AI 관련 직무는 향후 5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지목되었으며,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새롭게 주목받는 직무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가 있다. 생성형 AI가 보다 정교한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명령어와 조건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AI 윤리 전문가(AI ethicist)는 AI 시스템이 사회적 기준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데이터 검증 전문가(data verification specialist)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여 기업의 AI 운영 품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빅데이터 전문가, AI·기계학습 전문가, 정보보안 전문가 등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직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금융업에서 AI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며, AI 관련 직무 비중이 기존 대비 2.8배 증가했다. 법률 및 컨설팅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3배 증가했으며, 정보통신(IT) 분야는 AI 기술이 요구되는 직무 비율이 무려 5배 이상 증가하며 가장 빠르게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AI 관련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직무 재교육(reskilling & upskilling)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AI 시대에 맞는 인력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86%가 AI 도입에 대비한 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AI 도입이 확산됨에 따라, 산업별로 인력 운용 전략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 연금 관리, 통신, 전자 산업에서는 AI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건비 절감과 업무 효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반면, 의료, 교육 및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기존 인력을 지원하는 인력 보강(Augmentation) 전략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자동화와 인력 역량 강화를 조화롭게 추진하며,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직무는 AI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인력 운영 계획이 필수적이다.
AI 시대, 노동시장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AI가 노동시장을 재편하면서,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해지고 있다. 자동화 기술이 특정 직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기술 격차와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대응,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개편, AI 기술의 공정한 활용을 위한 윤리적 기준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및 자동화는 특정 직군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기존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정부 개입 없이 AI 자동화가 확산될 경우, AI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노동자는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일자리 축소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노동법과 규제 개편도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기존 고용 보호 법안이 변화하는 노동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타임스 유니온(Times Union)에 따르면, 뉴욕주는 AI로 인해 직무가 변경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제정하고, 공공 부문에서 AI 사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이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주정부의 AI 및 자동화 관련 노동 규제 법안
법안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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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주
(도입 시기) |
AI 의료 결정이 환자 최선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의료진이 AI 결정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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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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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스템의 의사결정에 대한 전문가 개입과 감독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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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 메인
(2023) |
대형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전문가 감독 의무화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 및 응급 대응 요원 교육 의무화 |
캘리포니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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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시 AI 활용 여부 사전 고지 및 의료진 감독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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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일리노이
(2024) |
AI 기반 출판물에 대한 규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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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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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업무와 의료 환경에서 AI 사용 시 전문가 감독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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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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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환자와의 소통을 담당할 경우 사전 고지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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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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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업에서 무인 자동 계산대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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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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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교수·교사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것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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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캘리포니아
(2024) |
콜센터 직원의 핵심 업무를 AI가 대신하는 것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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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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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AI가 돌봄 기능을 대신하는 것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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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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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및 자동화로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업에 대해 세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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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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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으로 노동자를 해고한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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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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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해 실직한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세제 혜택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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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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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C Berkeley Labor Center, 디트로이트 무역관 정리]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개편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AI 교육 과정을 강화하며, 기업과 협력해 실무 중심의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시간 소재의 한 대학교 A 교수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이제 IT 전공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우리 대학도 이를 반영해 AI 교육을 전공 구분 없이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AI를 활용할 줄 아는 인재가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 또한 내부 직원들의 AI 활용 교육을 확대하며, 일부 기업은 AI 교육 비용을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정부 차원에서는 직무 재교육 지원을 위한 보조금과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AI 활용 능력에 따라 노동시장 내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교육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시사점
AI를 둘러싼 미국 내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AI 규제를 강화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 중심의 AI 성장 촉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I’를 발표하며 AI 산업 성장 촉진을 위한 규제 철폐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23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Safe, Secure, and Trustworthy Development and Use of AI' 행정명령이 폐기되었으며,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보다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보호 조치가 축소되면서, AI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이 개별 기업과 주정부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콜로라도 등 주요 주정부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며 자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AI 규제가 연방 정부가 아닌 주정부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며,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지역별 규제 환경 분석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를 이해하고, AI 관련 법·규제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진행되더라도, 일부 주정부에서는 AI 관련 노동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주정부의 정책 방향을 모니터링하고 사업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AI 자동화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윤리적·법적 대응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유연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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