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한화 제치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단독 선정
분과위 회의서 수의계약 확실시
방사청, 한화오션 외주방식 제안
후속함 5척은 2·3척씩 배분할듯
HD현대가 한화를 제치고 15년 가까이 이어졌던 해양방산 국산화의 핵심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자 공동설계론·재설계론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는 결국 HD현대중공업이 단독 선정되는 것이 효율성과 원칙에 타당하다는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복수의 KDDX 사업 관계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7일 오후 2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정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KDDX 사업 관계자는 이날 "KDDX 사업추진기본전력과 방위사업관리규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기본설계를 담당했던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총괄하고, 대신 한화오션이 자주국방 '원 팀'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일부 사업을 맡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방산의 발전을 위해 최근 원 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일부 일감을 외주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동참시킬 수 있도록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 선정 방식 확정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공동설계론과 재설계론을 주장했으나, 전문가들은 전력화 지연과 효율성 저하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역시 이미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지난달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외 함정 사업 발전적 추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KDDX 공동설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무 자르듯이 기술적으로 자르는 데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마찬가지로 방추위는 재설계 역시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정의 신규개발은 해군이 소요를 제기해 장기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되는 것이 특징으로, 기술의 발전 속도가 함정의 개발 및 획득 속도보다 빠르기에 신기술·신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함정의 '배치(Batch)' 2, 3 개발로 이어진다. 앞서 진행된 이지스급 구축함, 울산급 호위함, 장보고급 잠수함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승민 한국해군과학기술학회 학회장은 "군에서 요구한 성능을 만족시킨 함정을 건조하기 위한 설계는 거의 다 끝난 상황이다. 재설계에 들어가게 되면 비용과 늘어난 기간으로 인한 손실은 누가 감당할지 어불성설"이라며 "군에서 요구하지도 않은 성능을 붙인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다만 양 사의 격해진 신경전으로 인해 여론을 의식한 방사청이 내달 열리는 방추위 최종 심의 및 의결에 사업자 선정 방식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매듭이 지어졌어야 하는 사업자 선정이 방사청의 결정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기에, 이를 또다시 미룰 경우 비판을 피해 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종합발주는 이날 회의에서 통과되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사업자 선정 방식도 함께 결정되는 것이 맞지만 방사청이 여론을 의식해 내달 방추위로 넘어가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렇게 되면 KDDX 전력화는 또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열리는 회의에서는 KDDX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 방식과 더불어 KDDX 사업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종합발주 계획이 처리될 예정이다.
종합발주는 총 6척의 선박 중 선도함을 제외한 후속함 5척을 2·3척씩 나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선도함이 건조에 들어간 뒤 후속함을 발주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적기 전력화와 수의계약에 반발한 한화오션 '달래기'를 위해 종합발주 계획을 통과시킬 것으로 풀이된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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