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찐 부자 기준은?...10억? No!
상·중상층 평균 41억원, 중하층 24억원
생활수준에 따라 부자 기준 다르게 형성
“코로나 전후로 수도권-비수도권 집값 양극화, 국내외 주식·금융 자산 격차 확대”
김모(42)씨는 서울에서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다. 그는 최근 한 금융사의 설문조사를 보고 놀랐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평균 33억원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5년 전에는 20억원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10억원이나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자신의 순자산이 10억원에 가까워졌을 때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자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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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상승, 물가 인상, 사람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도 점점 올라갔다. 김씨는 “이제 30억원 정도는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다니 부의 기준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재산 규모가 평균 3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5년 전보다 1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몇억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해야 부자로 볼 수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평균 금액이 33억원으로 집계됐다.
갤럽에 따르면 2014년 조사에서는 평균 25억원, 2019년에는 2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별 응답 비율을 살펴보면 ‘10억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억, 30억, 50억원’이 각각 14%, ‘100억원’이 12%, ‘5억원’이 5% 순이었다.
이를 재산 규모별 구간으로 나누면 △‘10억원 미만’ 8% △‘10~19억원’ 25% △‘20~29억원’ 15% △‘30~49억원’ 15% △‘50~99억원’ 14% △‘100억원 이상’ 14%였다. 응답자의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1993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부자의 기준을 ‘10억원 또는 그 이하’로 답했다. 당시 평균 금액은 약 13억원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10억원 이하를 부자의 기준으로 본 응답자가 40%, 작년에는 31%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갤럽은 이에 대해 “과거에도 10억원은 보통 사람들에게 큰돈이었지만, 이제는 부자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특성별로 부자의 기준이 다르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자의 평균 응답이 44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인천·경기가 34억원, 비수도권은 20억원대였다.
연령별로는 40대가 평균 39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20대는 22억 원으로 가장 낮았다. 주관적 생활수준별로는 상·중상층이 평균 41억원, 중하층이 24억원으로 나타나 생활수준에 따라 부자의 기준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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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측은 “5년 전에도 서울 거주자의 응답(32억원)이 타 지역보다 높았지만, 연령별·생활수준별 차이는 지금보다 작았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집값 양극화와 국내외 주식·금융 자산 격차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인식하는 ‘부자의 기준’이 5년 만에 10억원 가량 높아진 것은 자산 가치 상승과 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며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자 자산의 증가가 이러한 기준 상승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부의 기준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자산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5%였다.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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