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건설사의 글로벌 경쟁력 해법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기술에 따라 건설업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설시장을 리드해온 현대건설 또한 핵심 미래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방식을 벗어난 건설의 혁신은 넥스트 노멀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핵심 키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글=정지훈(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인포그래픽=양유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해외수주 5년 연속 300억 달러 돌파, 2025년도 장밋빛일까?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수주는 총 525건이며, 금액은 326억 9,353만 달러입니다(11월말 기준). 이는 전년 동기(277억 3,739만 달러) 대비 18% 오른 수치로, 최근 5년 평균치(약 248억 2,704만 달러)와 비교해도 32.5% 가량 높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여건 속에서도 5년 연속 해외수주 300억 달러를 돌파한 대한민국 건설. 하지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글로벌 시장 정보기업인 IHS Markit(’24.10)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6.4% 성장한 15조 6,16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각국의 공공 인프라 투자 정책 등 다양한 성장 요인에 힘입어 세계 건설시장이 내년에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중이죠. 여전히 주목을 받는 곳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는 중동 시장(11.8%)입니다.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 따라 주춤했던 아프리카도 9.9% 성장이 예측됩니다. 이 밖에도 아시아 지역은 교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유럽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중남미 지역은 노후 인프라 개선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글로벌 건설산업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우리 건설사들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건비·자재비·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 상황들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단순 도급보다 투자를 동반하는 투자개발형 사업 발주가 증가하는 것도 건설사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부채가 급증하며 건설시장에 대한 정부의 투자 여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데요. 최근 5년 동안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 투자개발형 수주 비중은 5% 수준으로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떤 산업에 집중해 해외시장을 돌파하면 좋을까요? 이 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원자력 ▲오일 앤 가스 ▲콘테크(Con-tech) 시장을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정부 투자가 확대될 친환경 에너지 시장

 

에너지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미국입니다. ‘트럼프노믹스 2.0’ 시대를 맞이하여 친환경 정책의 급선회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 세계 발전량은 22년의 3배, 전력망(Grids) 투자는 2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은 2040년까지 95% 감소하며,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하죠. 많은 전문기관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프림 부근에 있는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이반파 태양광 발전소 모습.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투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IEA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정부 투자는 총 1조 3,440억 달러(23년 4월 기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9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다만 투자금액의 93%를 차지하는 1조 2,520억 달러가 선진국 그룹의 투자이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도 양극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EU나 일본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세액공제나 보조금 혜택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분야별 투자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3,100억 달러의 투자가 예상되는 원자력·태양광·풍력 등의 저탄소 전력(Low carbon electricity)입니다. 이어 전철·트램 등 교통수단(Mass and alternative transit)이 3,070억 달러, 고효율 에너지 건물 및 산업(Energy-efficient buildings and industry)이 2,64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뒤를 이어 연료 및 기술 혁신(Fuel and technology innovation), 저탄소 차량(Low carbon vehicle), 전력망(Electricity networks) 분야들에 정부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 분야의 사업 기회 역시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주목받는 글로벌 원전시장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美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원전해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국 인디안포인트 원전 전경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원전사업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디지털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원전은 많은 국가에서 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요. 현재 30년 이상된 원자로가 세계 원자력 발전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신규 원전은 물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노후 원전 해체 및 사용후핵연료 시설까지 다양한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IEA는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2020년 2,698TWh에서 30년 후인 2050년 5,497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팀 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향후에도 폴란드·인도·튀르키예·영국·루마니아·인도네시아 등에서 풍부한 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원전사업은 G2G(정부 간 거래) 성격이 짙은 만큼 불확실성 확대가 수주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UAE 바라카 원전처럼 성공적인 수행사례들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참여를 노린다면 또 다른 수주 낭보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국내 건설사들과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같은 주요 기업이 견고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내년에는 진척된 성과를 기다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대 최대 시장이 열릴 것 같은 Oil & Gas 시장

내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위축됐던 오일 앤 가스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띨 전망입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Globalda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오일 앤 가스 프로젝트는 3,997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과거 최대치인 2014년 3,932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로, 2028년에는 4,47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연평균 5%대 성장을 하며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활발한 LNG 사업으로 이미 최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도 오일 앤 가스 분야 강자 위치를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오일 앤 가스 생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정책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석유 생산량 증가를 가져오겠지만 OPEC을 비롯한 주요 석유 생산·수출국의 생산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국제원유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건설 현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콘테크(Con-tech) 시장

건설업은 다양한 리스크가 산재하며 외부 환경을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수익성이 다소 낮은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건설업의 이익률은 4.4% 수준으로 제조업, IT 등 17개 산업군 중 15위에 불과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수익성 제고와 노동생산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스마트 건설기술입니다.

 

탈현장 시공, 디지털 전환, BIM

 

IT 기업인 IFS와 건설전문지 ENR은 건설의 혁신을 이끌 미래 스마트 기술로 ▲탈현장 시공(OSC, Off-Site Construction) ▲디지털 트윈(Digital Twin)/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전 생애주기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꼽습니다. 실제로 벡텔, 플루어, 제이콥스 같은 글로벌 선진 건설사들도 시공과 안전, 운영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 유지 보수의 효율화 등의 성과를 체감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국토부가 ‘스마트건설 활성화 방안(S-Construction 2030)’을 발표하고,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는 등 스마트건설 확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여기에 많은 기업들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나 AI 기반 현장관리, 탈현장 신기술 개발을 확대하면서 건설현장의 품질과 안전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한 우리 기업의 노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업을 둘러싼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5년 해외 건설시장은 다양한 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그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노력과 변화 또한 절실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 튀르키예 기업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고난도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며, 선진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제휴·지분 투자·M&A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수익성 위주의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야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건비와 기자재비의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용 문제가 지속되며 우리 건설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공급망 발굴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고 수행 역량을 보다 강화해 간다면 K-건설은 역경을 딛고 더욱 견고하게 성장해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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