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군..."더 이상 군을 모욕·자극하면 참극이 빚어진다": 김용삼 대기자

카테고리 없음|2024. 12. 20. 11:00

 

더 이상 군을 모욕·자극하면 참극이 빚어진다

조선일보 김용삼 대기자

 

*김용삼(기자)

대한민국의 기자. 황장엽 망명 사건 특종보도로 제1회 대한민국 언론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해양사상 보급에 공헌한 공로로 장보고대상을 수상했다.나무위키

 

고도의 폭력 관리 전문가 집단인 군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모욕하거나, 군의 이해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거나, 신변에 위해를 가하면 이번에는 군이 궐기하여 헌정 질서가 중단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인식해야 한다.

 

 

#. 군 지휘부 쑥대밭이 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로 인해 국군 지휘부가 쑥대밭이 되었다. 현재까지 체포 구속된 군 지휘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 방첩 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정보 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 등이다.

 

이들 지휘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김용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국회·선관위에 병력을 보내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 및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과 함께 계엄을 기획하고, 계엄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혹, 문상호 사령관은 계엄 당일 선관위 등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되었다. 때문에 대통령 고유 권한인 국군 통수권은 12월 14일 오후 7시 24분 즉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양되었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구속으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육군참모총장, 정보 사령관, 국군 방첩 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등 군 주요 수뇌부가 모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국군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을 맞으면서 대북 군사대비태세는 물론이고, 군내 동요를 어떻게 막고 평상심으로 돌아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 국군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국방부 장관 대행 체제

국방부는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라고 강조했지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수뇌부가 일시에 대행 체제가 된 것은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연 이러한 대행 체제가 원활한 국군 지휘 통수가 가능할 것인지 걱정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

 

군사전문가들은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달리 임명직 출신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어 국군 통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군정권·군령권 행사를 보좌하는 자리다. 이 자리마저 대행 체제가 된 데다가 김용현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줄줄이 고사하고 있어 대통령-국방부 장관 대행 체제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본질적이고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우선 군은 명령에 죽고 사는 집단이다. 군기의 초석인 명령에 대한 복종의 절대성이 보장되어야 군이란 집단의 행동이 통제되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휘권이란 “조국을 위해 너의 목숨을 바쳐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절대 권한이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이후 주요 지휘관의 체포·구속은 군의 명령권·지휘권을 둘러싼 중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명령에 대한 지체 없는 복종이 군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군은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명령에만 복종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상급 지휘관이 점령 지역 사람들의 대량 학살이나 소멸을 명령하는 등 그 명령이 불법인 것이 분명할 때 하급 장교는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 『군인과 국가』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과 『군대 명령과 복종』의 저자 니코 케이저다.

 

#. 군 명령 체계를 완전 거덜 낸 경찰·검찰

새뮤얼 헌팅턴이 군인과 국가, 군인과 정치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51년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이 한국전쟁 수행 방식을 놓고 트루먼 대통령과 불화를 일으켰다가 전격 해임된 사건을 경험하면서부터다. 연구를 통해 헌팅턴은 군이란 대조직을 움직여 폭력을 관리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같은 고도의 전문가들이 사회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군과 국가, 군과 정치의 관계를 심층 연구한 새뮤얼 헌팅턴은 군이란 폭력을 관리하는 전문 직업으로 정의했다.

 

헌팅턴과 케이저의 연구에 의하면 불법적 명령과, ‘군사적 혹은 직무상 효율성’의 현저한 이익이 있을 경우 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민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전 육사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자들에게는 명령에 대한 복종의 절대성으로 말미암아 불복종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직책과 계급이 주는 상급자의 권위는 물론이요, 정보 부족, 무지, 오해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복종의 의무 등으로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미래한국, 「대한민국 軍, 누구에게 복종할 것인가」, 2018년 7월 11일).

 

12월 3일 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권을 발동하여 군 출동을 명했다. 이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군 지휘관들은 그것이 정당한 명령이라고 판단하여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랐다. 그런데 외부적 상황의 변화로 인해(즉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군 지휘관에게 내란 혐의 책임을 물어 긴급 체포 방식으로 구속했다. 그것도 군 수사기관이 아닌, 경찰·검찰이 구속함으로써 군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명령 체계를 단숨에 붕괴시켜 버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계엄군 투입과 관련하여 자기만 살겠다고 부하가 상관의 증언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상관이 부하의 증언을 재반박함으로써 명령 체계가 개판이 되는 군 역사상 초유의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김정은의 ‘대한민국 점령’ 선언

지금 김정은은 날로 심각해지는 식량난,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파병으로 이어진 러시아와의 접촉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 심기,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임박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하면서 중대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이미 올 연초부터 대한민국을 무력 침략하여 점령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선언한 바 있다. 그러니까 한국은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점령의 대상일 뿐이란 엄포였다. 언론에서는 이 발언을 김정은의 1민족 2국가 선언이니, 통일 포기 운운하지만, 핵심 본질은 1949~1950년 자기 할아버지 김일성이 외친 ‘국토 완정(完征)’의 재판이다. 김일성은 ‘국토 완정’을 수백 번 밝힌 후 6·25 남침을 감행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대한민국을 점령해버리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여 권한을 정지시켰고, 검찰과 경찰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이하 군 수뇌부를 줄줄이 체포하여 군 지휘권을 반신불수 상태로 만들었다. 만약 김정은이 국지 도발이라도 일으킨다면, 사기가 초토화된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시는가?

 

#. NLL과 서해 5도 지역 예의주시해야

올 1월 15일 김정은은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하면 전쟁 도발로 간주하겠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상 경계선인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정전협정 당시 합의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여 이 지역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NLL과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지상에는 군사분계선이 명확히 그어져 있어 갈등의 소지가 없지만 해상은 복잡하다. 한국 측의 북방한계선(NLL)과 북이 2007년부터 주장해 온 경비계선이 서로 달라 분쟁 제기될 우려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었다. 김정은이 불장난을 일으키려고 작심한다면 중국과의 직접적 충돌을 원치 않는 미국의 개입이 곤란한 서해 5도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미 이곳에서는 두 차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났던 곳 아닌가. 만약 NLL과 서해 5도 지역에서 국지 도발이 일어날 경우 지금과 같은 대행 체제로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 국민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

 

 

#. 더 이상 군을 모욕하면…

군은 지금, 이 시각에도 강추위를 무릅쓰고 북한의 남침을 막아내기 위해 밤잠 설쳐가며 고생하고 있다. 군은 다른 조직과 달리 거대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합법적 폭력 독점 집단이다. 이러한 고도의 폭력 관리 전문가 집단인 군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모욕하거나, 군의 이해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거나, 신변에 위해를 가하면 이번에는 군이 궐기하여 헌정 질서가 중단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인식해야 한다.

 

과거 1차 세계 대전 후 일본에서 다이쇼 데모크라시 덕분에 군 예산을 삭감하고, 혐군 사상이 만연하자 일본 군부는 상해사변·만주사변으로 저항했다. 1960~61년 장면 민주당 정부가 10만 명 감군 계획을 추진하고, 수시로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하여 군의 안정을 크게 뒤흔들었다. 5·16 군사혁명은 민주당의 감군 행위에 대한 자기들 나름의 과격한 의견 표출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12·3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그날 밤 군 동원 과정에서 군 지휘부의 활동에 어떤 법적 법적 하자가 있었는지가 증거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려면 더 많은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군 지휘관들의 명백한 불법 행위가 밝혀지면 군 수사기관에 이첩하여 그에 합당한 처리를 하면 된다.

 

 
1979년 12.12 당시 서울에 출동한 군대.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계엄 업무를 수행한 군 최고 지휘부를 경찰, 검찰이 구속하여 모욕을 가하면 군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논리대로 행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헌정 질서가 중단되고 거리에서 군과 시민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런 법적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어깨에 별을 여러 개 단 최고급 군 지휘관을 경찰과 검찰이 경쟁하듯 수갑 채워 포토 라인에 세우고 모욕을 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드린다. 더 이상 군을 자극하지 말자. 또다시 군이 나서서 헌정 질서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거리에서 충돌하여 제2의 광주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이렇게 되면 적을 눈앞에 두고 대한민국이 자멸의 길을 향해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살아생전에 또다시 헌정 질서가 중단되는 상황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애국 시민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실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결정할 때까지 조금씩 양보하고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슬기롭게 이 난세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론으로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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