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하마스 신와르 사망에 ‘중대 갈림길’...종전이냐 확전이냐 Israel says Hamas chief Yahya Sinwar killed, war on Gaza to continue
하마스 수장, 훈련부대 손에 최후
‘신출귀몰’ 신와르 제거 막전막후
“순찰을 돌던 19세 이스라엘 군인들이 (신출귀몰한) 신와르를 잡았다.”
이스라엘군의 보병 분대장 양성기구 ‘828비슬라크’여단의 10대 병사들이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을 주도했으며 이후 1년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1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텔술탄 일대를 일상적으로 순찰하는 과정에서 발견했고 그의 사망까지 이끌어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17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10대 병사가 대부분인 ‘훈련생 팀(trainee squad)’이 이스라엘이 1년 넘게 추적했던 신와르를 발견했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후 신와르를 줄곧 ‘제거 0순위’로 천명하고 40만 달러(약 5억 4800만 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히브리어에도 능통한 신와르는 ‘걸어다니는 죽은 자(dead man walking)’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추적을 교묘히 피했다.
당초 그가 가자지구 곳곳에 있는 지하땅굴 깊숙한 곳에 은신해 있으며, ‘인간 방패’ 목적으로 이스라엘 인질도 대동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텔술탄 주택가에 홀로 있었으며 인질도 대동하지 않은 채 최후를 맞았다.
신와르인줄 모르고 제거 후 신원 확인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사살한 것은 정교한 표적 작전이 아니라 우연에 가까웠다. 16일 828여단 소속 병사들은 텔술탄 일대를 순찰하던 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3명을 식별해 공격에 나섰다. 3명 중 1명은 주거용 2층 건물로 피신했고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으로 그가 건물 내에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뒤 건물을 전차 포탄 등으로 포격해 그를 제거했다. 이 1명이 바로 신와르다.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당초 자신들이 제거한 사람이 신와르임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 근처의 독특한 점, 삐뚤빼뚤한 치아 등이 신와르와 놀랍도록 닮았음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신와르의 시신에 ‘부비트랩’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우려해 지문이 있는 시신의 손가락 일부만 잘라 기초 확인 작업을 거쳤다. 이후 치아 등으로 최종 확인을 단행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 4명의 살해를 모의한 혐의로 1989~2011년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다. 이를 통해 이미 그의 DNA를 확보하고 있었던 이스라엘은 손쉽게 신원 확인을 마쳤다.
탐지 드론 향해 막대기 던지며 필사 저항
이스라엘군은 17일 신와르의 최후 모습이 담긴 약 20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붉은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신와르는 포격으로 완전히 무너진 2층짜리 주거용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부상을 입은 듯한 오른팔의 움직임도 불편해보였다.
그는 사망 직전 자신을 탐지하려는 이스라엘 드론을 향해 잔해 속에 나뒹굴던 나무 막대기를 던지며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다.
이스라엘군은 그의 시신 주변에 여러 폭발물이 존재했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인물의 신분증, 4만 셰켈(약 1500만 원), 다양한 무기, 이탈리아 유명 사탕 ‘멘토스’ 등이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해당 여권에는 라파 출신 하니 주로브라고 표기돼있었으나 주로브는 최근 몇 달간 이집트에 머물고 있었다. 신와르가 타인 여권을 도용해 그간 이스라엘 감시망을 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스라엘 또한 UNRWA을 두고 “구호단체의 외피를 두른 하마스의 하부 조직“이라고 비판해 왔다.
22년 이스라엘서 복역, 이 “잔인하고 교활”
신와르는 1962년 당시 이집트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 때 하마스에 가담한 직후 공포의 하마스의 규율 조직 ‘알마즈드’를 직접 세워 승승장구했다.
그는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못지 않게 처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칸유니스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2011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돌려받기 위해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줬다. 신와르 또한 이 때 풀려났다. 당시 이 교환을 승인한 사람이 바로 두번째로 집권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풀어준 인물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인 1200여 명을 숨지게 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잡은 전쟁을 일으킨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의 1~3인자로 꼽히는 인물을 모두 제거했다. 올 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겸 서열 3위이던 살레흐 아루리를 제거했다. 넉 달 후 서열 1위 겸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신와르의 최측근 무함마드 데이프를 또 제거했다. 하니예 사망 전 2인자 였으며 이후 1인자에 오른 신와르 또한 16일 제거하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레바논 언론 ‘LBCI’는 하마스 해외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이 하마스 새 수장에 올랐다고 18일 보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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