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
반도체 최대 수출에도 주가 약세,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
[사설]
9월 반도체 수출이 13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2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장중 한때 6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에서 벗어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8만원대까지 회복됐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지난 두 달여 동안 30%나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중동 불안 등이 주가 약세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비관론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낮춘 글로벌 투자은행 보고서가 나오는가 하면, 삼성전자의 해외 인력 감축 소식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AI 혁명 등 급변하는 미래 경제 환경에 삼성전자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실제로 AI 호황을 맞아서도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주도권을 뺏겼다. 과거와 달리 이를 빠르게 만회하지도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가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50%포인트 이상으로 벌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도 수조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삼성은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을 시발탄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10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30년간 ‘기술의 삼성’ ‘초격차’ 전략으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삼성전자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 삼성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우려를 자아낸다. 급기야 메모리 반도체 1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지경이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우리 경제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삼성이 다시 도전하고 혁신하는 전통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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