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두 명의 30대 가장 숨진 도봉구 아파트 화재...불 났을 때 탈출 요령
119 연락 후
가능한 계단 이용
엘리베이터 타지 말 것
25일 성탄절 새벽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고는 불이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진 탓에 대피하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부상을 당한 이가 적지 않았다.
소방청이 지난 11월 마련한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신속히 대피를 할 것인지, 집안에서 구조를 기다릴지 우선 판단해야 한다. 이는 내집에서 발생한 화재인지 이웃에서 발생한 화재인지에 따라 대응 요령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전에는 화재가 발생하면 장소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피를 먼저 하도 록 안내했으나, 아파트의 경우 대피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소방청이 개선 대응 방침을 마련했다.
최근 3년간(’19~’21년)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8360건으로 98명이 사망하고 942명이 부상했는데, 이 중 39%가 대피 중에 발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기간 아파트 화재 연소확대 범위별 점유율 현황을 보면 ▲발화세대 89.5%, ▲발화층 8.7%, ▲ 다수층 1.4%, ▲ 건물전체 0.2%, ▲인근건물 0.2%로 집계됐다.
아파트는 다른 층으로 연소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피하는 도중에 연기 질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실내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면서 창문 등 연기 유입통로를 막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소방청은 올해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7개월 동안 관련 전문가 18명을 투입해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 TF’를 운영 했다.
상황별로 대응법을 살펴보면 먼저 ▲자기 집에서 불이 난 경우-대피가 가능하다면: →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다. 대피 시 출입문은 반드시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자기 집에서 불이 난 경우-현관 입구 등의 화재로 대피가 어렵다면: → 대피공간·경량칸막이·하향식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한다. △대피공간 등이 없는 경우엔 → 화염 또는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는다. → 119로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리고 구조를 요청한다.
▲다른 곳에서 불이 난 경우-자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 세대 내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한다. →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닫는다. → 119로 신고하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한다.
▲다른 곳에서 불이 난 경우-자기의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온다면: → 복도·계단에 연기와 화염이 없어 대피가 가능한지 보고,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다. △복도·계단에 연기와 화염이 있어 대피가 어렵다면 → 대피공간, 경량칸막이, 하향식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대피한다. 대피공간이 없는 경우 화염과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는다. → 119로 현재 위치·상황을 알리고 구조 요청한다.
이번 방학동 화재도 바람을 타고 불이 5층까지 순식간에 번졌고 유독가스는 전체 23층 중 16층까지 차올랐다.
최초 불은 3층에서 발화했지만, 4층과 10층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10층 주민 임모 씨(38)는 119에 화재를 처음 신고한 사람이었는데 11층 비상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임 씨가 주변에 화재를 알리고 가족들을 대피시킨 후 불길을 피해 위로 이동하다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아파트 5층에 사는 송모 씨(54)는 “불이 나는 걸 보고 밖으로 대피하려다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여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며 “소방대원이 ‘베란다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소리쳐 남편, 딸과 베란다에서 버텼다”고 말했다. 또 “건너편 동 주민들이 ‘불이 잡히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해줬고 위아래층 주민과 베란다에서 소통하며 상황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3층 다른 라인에 거주하는 김선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5시경 불길이 위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었다”며 “연기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어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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