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소 트럭·선박·연료전지 2800조 시장 선도...기술력 세계 최고
‘수소 생태계’ 만드는 국내 기업들
제주에너지공사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부터 제주도에 국내 최초 ‘그린 수소’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남는 전력을 활용해 하루 240㎏, 연 80t의 그린 수소를 만들어 제주시가 운영하는 수소버스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그린 수소 생산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다.
국내에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지만, 제주나 호남 지역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남아 도는 문제가 있다. 전기는 그때그때 쓰지 않으면 버려지는데, 수소가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로 궁극의 청정 에너지로 불린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에너지를 자체 조달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석유로 치면, 일종의 산유국이 되는 셈이다.
한국도 수소 생산 가시화… 석유로 치면 우리도 산유국
고려아연은 호주 최대 그린 수소 공장을 지난 1일 착공했다. 호주에 갖고 있던 태양광발전소에서 남는 태양광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려는 것이다. 내년 3월 시범 생산에 나서 연간 155t 수소 생산이 목표다. 고려아연은 이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액화한 뒤 배에 실어 한국으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를 석탄발전소에 석탄과 함께 넣어 태우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차세대 원전 SMR 무산위기…국내 투자 기업들 적신호
한국 기업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삼성엔지니어링이 포함된 3국 6개사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오만 그린 수소 독점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이 참여한 해외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독점 사업권이다. 계약 규모는 약 67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해, 2030년 연 22만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대부분의 수소는 암모니아로 합성해 국내로 들여와 수소환원제철, 청정 무탄소 전력 생산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수전해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수전해에 필요한 촉매로 값비싼 백금이나 이리듐이 아닌 값싼 대체 물질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한창 연구 중이다. 연내 개발 목표인데, 성공하면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된다. 원전을 활용한 ‘핑크 수소’도 향후 수소 단가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우리는 명절 같은 날 전기가 남을 때 원전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원전에서 나온 값싼 전기로 수소를 만들면 수소 생산 원가가 확 떨어져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트럭·연료전지·수소터빈·수소 선박… ‘수소 활용 기술’ 세계 최고
국내 기업들은 수소 트럭, 수소 연료전지, 수소 터빈, 수소 선박 등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에선 이미 세계 최고 기술력을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트럭을 최초로 양산한 기업으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앞서 있다. 지난 6월엔 중국에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완공해 중국 상용차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데,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만으로 연 3000억~40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전소 발전’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초대형 수소 터빈(400MW급)을 2027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전 세계에서 5번째로 LNG·수소 혼소가 가능한 가스 터빈을 100%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도 했다. 수소선박도 한국이 앞서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수소를 합성해 만든 암모니아로 가는 LPG운반선 2척을 세계 최초로 수주해 2026년 인도하기로 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긴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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