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원인과 대책은
지방간은 이름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낀 상태를 말한다. 지방간의 4대 원인으로는 음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이 지목되는데,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엔 담배를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20일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을 맞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10명 중 최소 2명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중년 남성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할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흔한 질환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에 40g(4잔) 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을 말한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40만5950명이었다.
지방간 그 자체로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보니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한 질환이다. 지방간이 심해질수록 간암 17배, 대장암 2배, 관상동맥질환은 4배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면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없고 흡연하지 않는 사람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42%까지 높고, 과거 임신성 당뇨 병력이 있는 여성이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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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만 원인? 담배도 영향 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과체중, 비만(복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다. 약물이나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그 때문에 살만 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해결된다고 아는 이들이 많은데, 담배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흡연은 심혈관 질환, 암, 제2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흡연은 간 종양 및 만성 간 질환과 같은 간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금연이 치료 반응과 섬유증 퇴행률을 증가시키고, 간세포암종 발병률을 감소시키며, 간 이식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알코올성이라도 '술 조심', 급격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위험
의학이 이렇게나 발전했지만,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약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약은 없다. 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핵심 치료법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생활 습관은 금주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해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만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문형 교수는 "하루 기준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 30g, 여성 20g 이상이면 알코올성, 이하면 비알코올성으로 나눈다"며 "지속적인 음주는 알코올성 간염 및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금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만인 경우, 천천히 조금씩 체중을 감량하는 게 좋다. 너무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체중이 5% 감소하면 간의 지방량이 줄어들고, 10%는 섬유화도 개선된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1주일에 1kg 이상 급격히 살을 빼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간부전,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유산소 운동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번 운동 시 30분 이상 진행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식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세 끼를 챙겨 먹되 한 끼의 분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방간이라고 생각해 지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선기름(오메가3) 등의 양질의 지방은 지방간에 도움이 된다. 오히려 탄수화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문형 교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며 "인슐린이 증가하면 간세포로 들어오는 유리지방산의 발생량이 늘어나고, 간 내 지방의 신생합성을 증가시켜 지방간 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과일주스도 자제해야 한다. 과일 주스가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해 탄산음료 대신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일 주스의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다르게 대사되어 간으로 직행한다. 이문형 교수는 "간으로 직행한 과당은 지방산 합성을 촉진해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지방간의 요인이 된다"며 "최근 유행 중인 ‘탕후루’도 정제당과 과당이 혼재된 형태로, 지방간에 매우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일 다른 병이나 약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원인인 경우, 주치의와 상의 후 관리가 필요하다. 이문형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경우는 혈당 조절을 위해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과 함께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은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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