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의원 간판에 속지 마세요!

 

지방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 김 씨는 최근 잇몸이 아파 시내의 한 치과를 찾았다. 규모도 제법 큰 데다 간판에 ‘○○대’ 로고가 있었기에 큰 고민 없이 해당 병원을 선택했다. 진료를 받고 나오던 그는 병원 벽에 부착된 의사 이력란을 보고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분명 간판에는 ○○대 로고가 붙어있었는데, 이력란에는 자신을 진료한 의사가 △△대를 졸업했다고 적혀있었다. 간호사에게 묻자 “△△대학교 졸업하고 ○○대병원에서 오래 진료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누가 치료하든 병만 잘 고치면 되지만 마음 한 켠의 찜찜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대를 상징하는 ‘샤’ 로고부터 연세대의 ‘연세’라는 이름까지. 동네 병원 간판에는 이상할 만큼 특정 대학교들의 로고와 이름이 많이 보인다. 유명 대학교라면 그 이름·로고만으로 괜한 신뢰와 기대감을 준다는 걸 의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대학의 로고·이름을 내건 병의원들 중 의료법을 어기거나 상표권을 침해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개중엔 환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출신 대학이 아님에도 로고·이름을 무단 사용한 곳도 있다. 현재로썬 마땅한 근절 대책도 없다보니 애꿎은 환자들만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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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대학 상표 등록… 로고·이름 사용하려면 허가 있어야

개인 또는 단체가 특허청에 등록된 로고·이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상표권자’란 상표를 등록해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가 ‘샤’가 들어간 로고와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에 대해 상표를 등록했다면 해당 로고·이름의 상표권자는 서울대가 된다. 서울대 의대 졸업생이라고 해도 상표법상으론 상표권자, 즉 서울대의 허가가 없으면 병의원 명칭과 간판에 로고·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상표법에서 설명하는 ‘상표적 사용’에는 상품 수입·수출·광고 등을 목적으로 상표를 표시·전시하고 널리 알리는 행위들이 포함된다. 병의원 명칭·간판에 특정 대학교 이름이나 로고를 넣어 홍보하는 것 역시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 있다.

 

 

병원 전문의 인지 잘 보고 가세요!... ‘꼼수’에 환자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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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전문의 인지 잘 보고 가세요!... ‘꼼수’에 환자들 혼란

전문의들 “일반의·전문의 명확히 구분해야” 한 목소리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두드러기 치료를 위해 직장 근처 피부과를 검색했다. 포털사이트에 해당 지역 피부과를 검색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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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대부분 대학교들은 학교 로고, 이름 등에 대해 상표를 등록한 상태다. 대학 병원이 있는 학교들의 경우 학교와 대학 병원이 각각 로고, 이름에 대한 상표를 등록하기도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하 동네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모두 상표가 등록돼 있으며, 한의원 간판에 자주 보이는 ‘경희’대학교 역시 상표를 등록했다. 이들 대학교·대학병원의 상표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각 대학교·대학병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부 대학은 영리 목적 사용을 금지해 허가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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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왼쪽)·연세대학교 로고 /사진=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

 

대학별 자체 규정 따라 허가… 사용료 징수하기도

상표 관련 규정이나 사용 허가 절차는 각 대학교·대학병원마다 다르다. 서울대의 경우 서울대 의학사(치과는 치의학사) 과정을 졸업한 사람만 상표 ‘사용대상자’가 된다. 사용대상자는 사용 신청 자격을 갖췄다는 것으로, 그 자체가 사용 가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최종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려면 서울대 측이 사용대상자의 상표 사용 요청을 승인해야 한다. 병원 내 의사가 여러 명 있는 곳은 사업자등록증 상 대표자로 등록된 의사 한 명 이상이 사용대상자 요건을 갖추면 서울대 로고·이름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병원 홍보물에 ‘서울대 출신’이라는 문구를 쓰거나 의사 가운에 서울대 로고를 새기려면 의료진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어야 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전임의나 외래 교수로 근무했다고 해도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으면 이름·로고를 사용할 수 없다.

 

 

 

연세대 또한 지난 6월 제정한 상표관리규정에 따라 상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표 사용 신청자가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제출하면 상표 사용 주체·목적·대상과 사용형태·사용량, 학교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상표 사용 독점성 여부 ▲영리목적 여부 ▲상표 사용자와 학교의 관계 ▲상표 사용자 사업·매출 규모 등에 따라서는 상표 사용료를 받기도 한다. 일정 비율 또는 고정 금액을 학교 측에 지불하며, 정해진 기한 내에 상표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사용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관계자는 “얼마 전 규정이 제정돼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며 “자체적으로 상표 사용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상표 관리가 더 엄격하다. 서울대병원은 진료협력 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의원에서 로고·이름을 사용할 수 없으며, 진료협력 병원 역시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한 로고만 사용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또한 로고·이름 모두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네에 ‘세브란스’라는 이름이나 로고를 사용한 의원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세브란스병원이 상표를 등록하기 전에 개원한 병원이거나, 세브란스병원과 비슷한 연세대 로고를 사용한 경우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상표 등록 후에는 일반 의원에서 병원 로고와 이름을 쓸 수 없다”며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상표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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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상표 등록 예시/사진=특허청

 

무단 사용하면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에 소송까지

졸업생이라고 해도 상표권자인 대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병의원 명칭·간판에 대학교 이름·로고를 사용하면 상표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대학교 측에도 상표 사용 관련 신고가 종종 접수된다. 주로 해당 대학교 졸업생이 허가 없이 로고·이름을 썼거나, 해당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로고·이름을 무단·허위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대학교 측은 변경·삭제를 요청하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상표 무단 사용 제보를 받으면 사실 확인 후 시정 조치 공문을 발송한다”며 “가능한 법적 분쟁까진 가지 않지만, 과거엔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소송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로고의 경우 학교 측으로부터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해도 간판에는 쓸 수 없다. 의료법상 병원 간판에는 의료기관의 명칭과 ▲전화번호 ▲의료인 면허 종류·성명 ▲상급종합병원 또는 전문병원 지정 사실 ▲전문의 자격·전문과목만 기재할 수 있다. 특정 시술명이나 장기 명칭은 물론, 대학 로고를 넣는 것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동문 상대 소송? 규정 있지만 어려워

규정은 허가도 처벌도 매우 명확하지만 여전히 거리엔 허가 없이 대학교 이름·로고를 내건 곳들이 허다하다. 해당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졸업생이 운영하던 병원을 인수해 그대로 상표를 유지하는가 하면, 해당 대학 부속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로고·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규정만 명확할 뿐, 단속과 처벌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의 진료과목 표기를 관할 보건소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듯, 상표 사용 역시 대학교와 대학병원이 전국 병의원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어렵다. 홈페이지나 로드뷰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직원 1~2명이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 소재 A대학교 관계자는 “지역 동문으로부터 제보를 받으면 확인하고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정도”라며 “전국에 있는 의원을 학교 차원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고가 접수돼 무단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상대가 사용 자격을 갖춘 동문일 경우엔 입장이 난처해진다.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전도 불사해야 하는데, 동문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인다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모양새가 좋게 보일 리도 없다. 이미 수많은 병의원이 허가 없이 로고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특정 병의원에만 시정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A대학교 관계자는 “규정상으론 로고·이름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관례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수많은 곳에서 학교 로고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허가가 필요하다며 하나, 둘 사용 불가 조치를 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단속도 자정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현재로썬 환자가 잘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의료진의 학력은 병원 내부 이력란 또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해당 대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떤 진료과목을 전공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마저도 수료를 졸업처럼 쓰는 등 용어를 헷갈리게 적은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한편으론, 무조건 학교 이름값만 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학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으나 학력이 전부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병원을 찾을 땐 병원 시설, 의료진의 연수나 시술·수술 경험, 특히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가 가능한지, 해당 치료에 대해 의료진이 얼마나 경험이 풍부한지 등을 함께 따져보는 것이 좋다.

전종보 기자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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