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공부에 빠진 MZ 세대들...왜

 

  “소개팅이 들어오면 생년월일부터 물어요. 제 사주는 오행 중 수(水)가 부족해서, 수(水) 기운이 많은 여자를 만나야 좋거든요.” 사주 독학 4년 차인 이재원(31)씨는 스스로의 사주를 ‘토(土) 5개’에 ‘드넓은 땅 위의 나무 한 그루’이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다”고 소개했다. 사주를 공부한 이후로는 ‘물을 보완하기 위해’ 이왕이면 수(水) 기운이 많은 이성을 찾고, 유명한 작명 유튜버로부터 ‘수(水)’ 자가 들어간 ‘이수하’라는 이름도 새로 받았다고 한다.

 

 
사주 공부에 빠진 MZ 세대들...왜
운세 앱·전문 사주·타로 강의 콘텐츠 인기.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edited by kcontents

 

사주 풀이 상담을 넘어 사주를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늘어나고 있다.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에 해당하는 네 개의 기둥과 여덟 글자(팔자)로 한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 적성, 진로, 인간관계 등을 분석하는 동양 전통 학문으로 명리학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전유물 같았던 사주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미래를 점치거나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취미 활동 플랫폼 등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서는 ‘내 사주 내가 보기’ ‘명리학 공부법’ ‘사주 해석’ 등의 강의물이 조회수 10만 단위를 기록하고, 후기는 3000개에 육박한다. 책 ‘나의 사주 명리’가 작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등 사주명리 입문서도 인기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사주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기학원 강사로 일하며 배우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원(31)씨는 “진로 결정으로 방황할 때 사주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과 배우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할 때 매일 사주책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어요. 자기 전 최소 1시간씩 공부했던 것 같아요.”

 

재원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먼저 사주를 봐주겠다고 연락하며 실습까지 병행했다. 한창 공부에 빠져있었을 시절, 그가 직접 사주를 봐준 지인은 200~300명 정도. 이때 작명 유튜브에도 눈을 돌려 작명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다. 작명 유튜버에게 30만원을 주고 본인의 이름을 새로 받아오고, 지인의 예명을 직접 지어줬다. “힘들 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휴대폰 번호를 바꾸거나 성형을 하듯이, 제 사주를 보완하는 이름을 받는 거죠. 연기할 때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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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하다 사주에 빠져들어

직장인 1년 차인 현준(25·가명)씨도 자신이 처음 사주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대학교 1학년 진로 고민 시기로 회상했다. “행시(행정고시), 로스쿨, 언론사 중 진로를 고민하다 친구 따라 용하다는 강남 점집을 5만원을 지불하고 진로 고민을 털어놨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사주 공부를 시작했죠.” 그는 “사주가 어느 정도 과학”이라며 “선택에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자신의 사주를 앱으로 검색하는 것을 반복하며 공부를 했는데 이제는 주변 커플의 궁합을 봐줄 정도다. 중요한 일을 준비할 때마다 앱에 있는 오늘의 운세, 행운의 코디, 행운의 음식, 아이템 등도 참고한다고 했다. “3개의 사주 앱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 시절 기말고사를 앞두고 행운의 숫자를 외우고 들어갔어요. 행운의 음식이라는 된장찌개도 먹었죠.”

 

물론 단순히 재미로 사주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6년 차인 진영(31·가명)씨는 사주팔자 관련 책만 8권을 읽고, 출퇴근길을 포함해 하루 4시간씩 관련 유튜브를 볼 정도로 사주에 꽂혀 있다. 업무 특성상 고위직·고연령과 술자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기성세대 사이에서 사주 얘기가 자주 오가는 것을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제 사주가 굉장히 좋다고 들었거든요. 믿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매일 아침 그날의 일운(일 운세)를 보는 등 짧게는 오늘 일어날 일에서 길게는 노년기에 일어날 일까지, ‘미래를 맞히는 재미’로 사주를 본다. 그는 “생년월일만 알고 있으면 가족관계부터 성향까지 그 사람에 대한 만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제일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MZ세대가 사주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내 주변인을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취재 중 만난 MZ세대 모두 사주 공부를 통해 ‘사람 공부’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주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알 뿐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재원씨는 “팀원들 때문에 너무 힘들 때” 사주를 통해 사람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주를 통해 개성 강한 팀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주에는 그 사람의 성향, 장점, 단점이 모두 나오니까 그걸 기반으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었어요.” 대학 시절 하루 2시간, 일주일에 3번씩 사주 공부를 했다는 종민(27·가명)씨 또한 “스스로 성격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사주 지식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사주 공부에 빠진 MZ 세대들...왜

 

“직장 팀원들 이해하려고 사주 공부”

사주가 운명론을 강화한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명심보감에 ‘연월일시기유정 부생공자망’이라는 말이 있어요. 인간사 사주팔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는 인생 바쁘게 뛰어다닌다는 말이죠. 사주에 부작용이 있다면 운명론을 믿게 된다는 점이에요. ‘나는 어차피 잘될 건데’ ‘이 시기에는 어차피 힘들 건데’ 하는 생각에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듯 사주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피할 수 있는 액운만 예방한다는 수동적 관점도 있지만, 오히려 사주를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야 할지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사주를 공부하면서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등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MZ세대사이 사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불확실성이라는 시대적 특징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갑자기 닥치고 AI의 발달로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는 등 예전보다 시대가 빨리 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게 어려워졌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직이 쉽지 않은 시대다. 코인, 주식 등 노력보다는 운이 중요한 투자를 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사주를 통해 내 미래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주 상담을 받는 것을 넘어 직접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곽 교수는 ‘비용과 확실성을 따지는 MZ세대의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주를 여러 군데 보러 다니다 보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직접 사주를 공부해야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종민씨 또한 “대학 시절 인터넷에서 사주풀이를 재미로 보다가 너무 허술한 것 같아 직접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주를 공부한 MZ들이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나 잘돼?”라고 한다. 특히 2030세대는 진로운, 재물운을 물어보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결혼운, 연애운이 뒤따른다고 한다. 이들은 MBTI처럼 술자리에서 쏠쏠한 안주가 되는 점도 사주 공부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영씨는 “믿지 않더라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술자리 등 모임에 나가면 관심을 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지나치게 사주에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주는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풀이이니 사주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며 “어쩌다 한 번 사주가 맞으면 거기에 끼워 맞추는 심리적 경향성이 발생할 수 있고, 스스로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갇히면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노력을 해야 운도 있는 것이니, 사주를 공부하게 된다면 성취적이고 긍정적인 부분만 참고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아현 기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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