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혁신 이끄는 '콘테크'

 

 

1년 공기가 6주로 줄고, 건축 쓰레기는 제로… ‘콘테크’ 떴다

콘테크로 생산성·안전성·저탄소 충족

 

# “길게는 1년 걸리던 시공 기간이 6주로 단축되고, 건축 쓰레기가 거의 없어 탄소 배출을 전통적인 공법 대비 50% 줄일 수 있다.” 이스라엘 콘테크(ConTech·스마트 건설 기술)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비브(Veev)의 공동 창업자 아미 홀러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새 본부와 디지털 팹(공장)을 세우고, 단독주택 제품을 론칭하면서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올린 내용의 일부다. 실제 이 회사가 시공 중인 현장에선 건자재 쓰레기를 옮기는 트럭이 보이지 않는다. 공장에서 창문과 문, 벽, 바닥 등을 모듈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공사 현장으로 옮겨 레고블록처럼 조립한다.

 

#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창 공사 중인 A 고속도로 구간에는 드론이 날아다닌다. 사람이 현장 모니터링할 때보다 시간을 평균 33% 줄이고, 시공 진척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의 콘테크 스타트업 메이사가 제공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현장이다.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중 8개 사가 사용 중인 메이사의 드론 데이터 플랫폼은 디지털 트윈(실제 건축물이나 공장과 동일한 디지털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건축 정보 모델(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적용해 설계·시공 간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드론 촬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공 현장 내 사각지대까지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다.

 

 
건설 현장 혁신 이끄는 '콘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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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테크가 건설 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사례들이다. 콘테크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첨단 기술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90억달러(약 11조8890억원)를 기록한 글로벌 콘테크 시장은 2021년 120억달러(약 15조8520억원)로 팽창한 데 이어 2025년 200억달러(약 26조4200억원)로 치솟을 전망이다. 콘테크의 부상에는 건설 현장에서 비용 감축, 안전성 제고,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혁신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진 환경 변화가 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건설 비용 부담이 커진 환경이 비용 감축 기술에 대한 매력을 끌어올렸다. 팬데믹발(發) 공급망 차질에 따른 건축자재 가격 급등,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급증한 글로벌 건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건설 근로자 쇼티지(shortage·부족)’ 등이 그것이다. 실제 2022년 3월 미국의 건축자재 부문의 생산자물가지수는 259.2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153) 대비 69.4% 올랐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내 공급 부족 숙련 건설 근로자 수는 2022년 4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30만 명)과 비교해 46.6% 늘었다. 데이비드 록힐 맥킨지앤드컴퍼니 영국 런던사무소 파트너는 “팬데믹 이후 건설 기간을 단축시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인력이 적어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콘테크가 부상했다”며 “건설 업계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데이터 통합 및 관리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콘테크 분야 글로벌 투자액은 약 500억달러(약 66조500억원)로, 이전 3년치(2017~2019년) 대비 85% 늘었다. 스타트업에 몰린 벤처캐피털 투자도 있지만 대형 건설 업체의 콘테크 스타트업 투자도 적지 않다.

 

건설 현장 혁신 이끄는 '콘테크'

 

스마트 기술로 손실 줄이고 안전 우려도 해소

부실시공 같은 안전사고 우려가 커진 것도 콘테크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지난 4월 인천 검단구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촉발된 ‘순살 아파트’ 사태가 대표적이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는 인명 피해를 넘어 기업 실적에 대규모 충당금(손실)으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철근 누락으로 문제를 일으킨 시공사(GS건설)의 전면 재시공 비용만 약 3000억~4500억원으로 추산했다. 2022년 1월 발생한 광주 화정아파트 현장 붕괴 사고로 인해 해당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는 3700억원의 재시공비를 부담해야 했다.

 

 

국토부, 올해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20곳 선정...각종 지원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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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올해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20곳 선정...각종 지원 혜택

스마트건설 이끌어 갈 강소기업 키운다 역량강화‧금융지원‧시장진입 등 전방위 지원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스마트건설 생태계 육성의 일환으로 스마트건설 혁신을 이끌 강소기업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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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파트 부실시공 원인은 설계와 시공이 따로 놀았다는 데 있다.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크로스 체킹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글로벌 콘테크 업체인 트림블의 피트 라지 수석 부사장은 “시공 오류는 이해관계자 간 (정보의) 투명성 부족이나 미흡한 실사(實査)로 종종 발생한다”며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은 사람, 기계, 작업 절차 전반에 걸쳐 프로젝트 데이터를 중앙 집중화해, 엔지니어와 계약자, 발주자 등 모든 관계자가 필요할 때 실시간으로 실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 혁신 이끄는 '콘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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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바람 타고 확산…건설업 혁신 모멘트

최근 콘테크의 글로벌 확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 영향도 적지 않다. 건설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되는데,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탄소 자재 사용량 측정뿐 아니라, 탄소 저감에 비효율적인 건물 설계나 시공 관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현재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2030년까지 건설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콘테크는 40년 전 전통적인 방법(손 도면)을 사용하는 제도 인력 3~5명의 역할을 대체시킨 컴퓨터지원설계(CAD·Computer Aided Design)의 등장 같은 혁신(한재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장)”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21세기 건설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모멘트로 주목받는 콘테크는 현장의 불투명한 정보 공유와 설계·시공 오류로 부실시공의 시한폭탄이 된 건설 현장을 바꾸고, 만성적 인력난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건설 현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7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 2030년까지 건설 전 과정을 디지털화·자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또 올해 9월 7일엔 안전과 품질(하자 여부)을 중심으로 대폭 개편한 시공능력 평가제도 개선안을 9년 만에 내놓았다. 기술의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이 콘테크의 미래를 밝게한다. 콘테크가 공사 현장의 문제 해결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할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 ‘콘테크의 부상’을 기획, 국내외 콘테크 선도 기업들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언을 구한 이유다.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 국토부 월간 설비기술 edited by kcontents

 

Plus Point

중대재해처벌법, 부실시공…안전사고 막는 디지털 해결사 ‘콘테크’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건설사 사장(경영책임자)에 대한 각국의 형사처벌 강화 움직임도 콘테크가 뜨는 주요 배경이다. 콘테크는 모든 현장 기록을 디지털 데이터로 보관하도록 해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지켰다는 점을 입증하기 용이하도록 한다. 국내 콘테크 스타트업 일마니의 박관수 대표는 “건설 현장 내 구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센서를 사용해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점까지 모니터링한다”며 “현장이 위험해지기 전에 필요한 유지·관리를 수행할 수 있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사망자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특별법을 둔 나라는 프랑스, 미국, 한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덴마크 등 9개국이 있다. 프랑스의 부이그(Bouygues)와 미국의 터너(Turner), 헨젤 펠프스(Hensel Phelps) 등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콘테크 스타트업 지원(투자)에 적극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시 경영책임자가 최소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대재해처벌법(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대상) 시행에 나선 한국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콘테크 도입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코노미조선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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