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놀아나는 예타 제도] 문 정권 내내 전라도 지역 예타 면제...아직도 면제 요구

 

새만금 국제공항 대표적 예타 면제 사업

정치권에 놀아나는 예타 제도

나사 풀린 국회의원들

(편집자주)

 

나라 살림 적자인데

4.5조원짜리 철도 예타 없애자는 정치권

 

예타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제성과 기술, 정책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

 

국회에서 여야가 대구와 광주를 잇는 4조5000억원대 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영·호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기 위해 신속하게 사업을 시작하자는 취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정당 국민의힘’과 ‘호남정당 민주당’이 전례 없이 뭉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적 명분으로 초대형 국책 사업의 경제성 평가를 건너뛰자는 것이어서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에 놀아나는 예타 제도] 문 정권 내내 전라도 지역 예타 면제...아직도 면제 요구

 

2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헌정 사상 최다 인원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들도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달빛고속철도는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잇는 198.9㎞ 길이의 단선철도다.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빛고을’에서 앞글자를 땄다. 예상 사업비용은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 일가 특혜 의혹’을 주장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총 사업비(1조8000억원)의 2.5배다.

 

지역 정가에선 15년 넘게 ‘숙원 사업’으로 꼽혔다. 그런데도 이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건 경제성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시작한 때부터 2021년(4차)까지 이 사업을 줄곧 검토해왔다. 그때마다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3월 국토부가 발표한 달빛고속철도 사전타당성 조사의 B/C(비용 대비 편익)수치는 0.483이다. 경제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값 1.0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당시 ‘영·호남 상생’이라는 국정 기조에 따라, 광주시장과 대구시장 등 여야 정치인이 전방위적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같은 해 6월 제4차 구축계획에 추가로 반영됐다.

 

재정적자 83조원, 총선 앞둔 與野 “산술적 접근 안돼”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에는 예타 면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추진단 신설 ▲대통령령에 따라 비용 보조 및 융자 지원 ▲민간자본 유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은 막대한 세금이 든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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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22일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달빛고속철도는 총연장 198.8㎞로 대구(서대구), 경북(고령), 경남(합천·거창·함양), 전북(장수· 남원·순창),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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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대다수가 찬성한 만큼, 법안은 국회 문턱을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가 대구를 지역구로 뒀다는 점도 호재로 본다. 대구 달성군 현역 의원으로서 지역 숙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긴 어려울 거란 해석이다.

 

 

다만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선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정부도 최근 ‘재정건전성’이라는 기조를 천명했다. 나라 살림의 실질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올 상반기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예상치보다 25조원 악화한 수치다. 지난해 10월에는 기재부가 예타 면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면제 자체도 최소화하겠다고 했었다.

 

정작 정치권에선 ‘경제성’을 운운했다가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예타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가치 평가 기준이 있는데도 통과가 안됐던 것”이라면서도 “감히 문제 제기했다가 양쪽 진영의 정치적 텃밭인 영·호남에서 반역자 된다. 총선도 치러야 하는데 반대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타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제성과 기술, 정책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며 “이 평가 기준에서 자꾸 걸리니까 특별법을 만들어 아예 예타를 피하겠다는 건 지나치게 선거를 의식한 것이고, 예타를 만든 기본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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