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 속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일본
무더위에서 시장 트렌드를 만드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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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최악의 폭염 겪는 일본, 폭우 등 '재난대응' 상품 수요도 증가세
소비재 및 산업재 시장에서 폭염·폭우 대응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확대
일본 현지에서는 이상기후가 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재난 대응’을 위한 제품이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대응 산업과 제품이 시장을 넓게 형성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일본 진출 국내기업들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제품으로 일본 시장 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 기상청은 올해 일본의 7월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1.9도가량 높았으며,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1898년 이후 최고치였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도쿄 도심의 평균 기온도 28.7도를 기록해 평년 대비 3도 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일본 내에서 최고기온 35℃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7월 마지막 주 기준 일본 전역에서는 총 1만1765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나이 어린 여중생도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며 일본 언론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엘니뇨 현상이 4년 만에 다시 발생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일일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등의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7월 초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7.23도로, 종전 최고 기록(16.92도)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비교적 선선한 여름이 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기상 환경의 변화로 전례가 드문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열사병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등 재난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폭염 등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어 현지 소비자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로 발생한 ‘재난 대응’을 하나의 시장 트렌드로 주목한 일본 기업들의 비즈니스 제품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선풍기 옷’, ‘입는 에어컨’ 등 폭염 대응 의류 속속 출시
작업복 전문 제조사인 쿠쵸후쿠는 의류 내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팬을 설치해 체감온도를 낮추는 기술력을 활용해 이를 결합한 일상복을 출시했다. 과거 건설 및 운송업 근로자, 농업 종사자 등 특정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보급돼 왔으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일상복 제품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방, 유아용 포대기, 유모차 등 생활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에까지 활용범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쿠쵸후쿠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망을 활용하고 함께 현지 유명 연예인들의 SNS 홍보 등으로 제품 지명도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쿠쵸후쿠는 신주쿠 마루이 백화점 내에 콘셉트 숍을 구성하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판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20대 회사원 타다키 씨는 “에너지 절약으로 회사에서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도 하고, 외출할 때마다 더운 날씨로 힘들어 쿠쵸후쿠에 관심이 가 방문하게 됐다.”라며 “아직 외출복으로 입기엔 투박한 면은 있지만 방석, 가방 등은 관심이 있다.”라고 말해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대는 집업조끼 상품 기준 4730~1만2980엔 수준으로 저렴한 편에는 속하지 않았다.
또한, 현지 전자기기 제조사인 소니는 ‘입는 에어컨’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레온 포켓’의 4번째 신제품을 2023년 4월 출시해 3일 만에 초도물량을 전부 판매했다.
2020년 소니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슬래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최초 출시된 이 제품은 착탈식 웨어러블 기기로 옷의 목덜미 부분이나 가슴 부분에 있는 소형 주머니에 모듈을 넣어 해당 부위를 직접 식히거나 따뜻하게 만든다. 레온 포켓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떤 물체의 양쪽에 전위 차를 걸어주면 전류와 함께 열이 흘러 양쪽 끝에 온도 차가 생기는 펠티어 효과를 활용한 기술이다. 이 제품은 총 3단계의 냉각모드, 부스트 모드, 팬 속도 조정 등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80g에 불과한 무게이지만 1회 충전에 약 2~3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가격대는 2만3750엔으로 일반 휴대용선풍기(2000~4000엔) 제품에 비해 비싼 편이다.
신소재·신기술을 적용해 ‘폭염에 강한 집’으로 변화 시도
폭염 대응 트렌드는 소비재 영역을 넘어 산업, 특히 건축 부문에서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접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령, 일본의 주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단열성이 뒤처지는 수준으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국가이다. 이러한 저단열 주택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주택 설계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건재·주택설비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주택의 단열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냉난방의 약 60~70%가 창호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집 안팎의 온도 차와 단열재 미비로 연간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심근경색, 뇌졸중, 실신 등 급격한 혈압 변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폭염이 수일간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동, 노약자들의 안전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건축업계는 창호의 단열 기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으로 상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판유리(Nippon Sheet Glass Co., Ltd)가 생산하는 ‘스페시아’ 제품이 그 예시이다. ‘스페시아’는 세계 최초의 진공 유리 창호제품으로, 단열·방화·방음·방범 등 다양한 종류의 유리 창호를 개발한 일본판유리의 주요 매출 제품이다. ‘스페시아’는 2023년 국토교통성의 주택 에너지절약 캠페인 추진에 맞춰 3월 기준 수주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유리창에 도료를 코팅하여 단열효과를 내는 기술력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일본 후민사는 의약품을 취급하던 회사였으나 휴대전화 배터리의 열 차단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존의 유리창호를 코팅해 자외선과 적외선을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후민코팅’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후민코팅’은 기존 건축물에도 쉽게 사용 가능하며 유리창호에 도료를 코팅할 경우 자외선의 약 90%, 적외선의 약 70%를 차단해 여름철 실내온도를 2~5℃ 낮추고 겨울에는 열 손실을 막는 효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 투과율은 84.7% 수준으로 유지해 유리창으로 건물 미관을 살린 주요 미술관, 호텔 등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도료공업회가 집계한 고단열·일사광선 반사 도료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만5953톤으로 나타났으며 조사 집계 이래 최대 출하량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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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노후 주택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에너지절약 움직임에 더해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고 안전을 도모하려는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따라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더욱 시장을 크게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주택 제조사인 이치조 건설은 홍수가 발생할 경우 물에 뜰 뿐만 아니라 침수 대응에 뛰어난 ‘대수해 주택’ 상품을 개발해 2020년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상품은 한동안 판매 부진을 겪어오다가 2022년 9월 시즈오카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4400가구 이상 침수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침수 피해를 견뎌낸 집’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지면서 출시 3년 만에 신청 건수가 2700건에 달했다고 알려졌다. 이치조 건설의 이와타 나오키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상기후는 앞으로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돼 그 영향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점
최근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폭염 등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더 이상 이례적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뉴노멀(New Normal)로서 발상을 전환해 적응해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 대응은 일시적 조치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 기업은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와 불편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일본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에 집중하여 시장진출 난이도가 낮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시장 진입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한국도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그늘막’, ‘창문형 에어컨’, ‘쿨넥스카프·팔토시’ 등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어 해당 제품의 현지 시장진출 도전도 가능하다. 또한, 산업재는 ‘차열페인트’ 등과 같이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현지 기업과 개발 단계에서부터 비즈니스를 연계해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IoT·스마트홈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제품으로 차별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트렌드 일본 도쿄무역관 하세가와요시유키 2023-08-07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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