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돈보다 더 필요한 것
돈은 있는데 놀거리가 없다
할일 없으니
엉뚱한데 투자로 패가 망신하기도
(편집자주)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삶을 가장 충만하게 사는 방법, 놀이 놀이를 통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고
그걸 배우고 나눌 수 있으면 금상첨화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 중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오로지 재무에만 관심을 가진 탓입니다.
"우리의 본향은 아주 먼 별에 있으며 삶은 지구별에 잠시 소풍 온 것이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 보니 다시 직장에 재취업하려 합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이해하지만 먹고 살 만한 사람도 그렇습니다. 왠지 일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놀 줄은 모릅니다.
돈이 좀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골프입니다. 물론 골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골프만 치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습니다. 학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신이 주신 능력의 5% 정도, 천재라 하더라도 10~15%밖에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합니다. 어느 예술가의 푸념입니다. 자신의 친구는 직장에서 대표를 오래 역임하여 돈은 많은데 맨날 골프만 치며 놀 줄은 모른다고 개탄합니다. 반면 자신은 오페라도 보고 싶고 놀거리는 많은데 돈이 없다고 불평합니다.
한쪽은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이 많은 건지, 그리고 다른 쪽은 놀기만 해서 돈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삶을 설계해야겠습니다. 한때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책『인생 수업』저자이며 평생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았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인생을 놀이에 비유했습니다. 우리의 본향은 아주 먼 별에 있으며 삶은 지구별에 잠시 소풍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잘 놀다 가면 된다고 사람들을 격려했습니다.
흔히 사회에서는 어른들이 노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이는 아이들만의 소일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생명력입니다. 놀이는 마음을 젊게 하고 일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인간관계를 잘 맺게 합니다. 퀴블러 로스 박사는 놀이가 삶을 가장 충만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놀 줄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배우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놀이가 좋을까요? 어느 연구원에서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취미생활을 어떻게 하나 물었더니 1위가 TV 시청이었습니다. 하루에 무려 3시간 이상을 TV를 보는 데 쓴답니다. 물론 TV 시청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걸 습관적으로 본다는 겁니다.
TV 시청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그저 구경만 하는 수동적인 취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중년층의 욕구 조사에 의하면 노후에 하고 싶은 활동으로 젊어서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이 42.3%로 1위를 차지했고 자원봉사가 16.8%로 2위에 올랐습니다. 은퇴 후에는 재미있는 일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는 여행이나 악기연주 같은 취미생활을 생각하지만 정작 여가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 꿈꾸는 건 퇴사 후에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다른 사람에게 구속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나 TV 시청은 남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그저 구경만 하는 수동적인 취미입니다. 이런 취미활동은 아무리 오랫동안 지속해도 능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반면 능동적인 취미활동 이를테면 악기연주, 글쓰기,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같은 활동은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겠지만,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면서 능력으로 발전합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퇴 후 남아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몇 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흔히 노후 준비는 재무관리만 생각하는데 가장 좋은 노후대책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걸 배우는 일이다. 용인시 시민의 날 음악회에서 필자가 소속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백만기
물론 남은 후반생을 살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한두 가지 분야의 전문가는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활동이 자원봉사이기도 한데 전문가가 되면 그 재능을 여러 이웃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지 조사했더니 바로 남을 도와줄 수 있거나 무언가를 창조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최근 퇴직한 후배가 앞으로 여가 활용에 대해 상의하려고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먼저 퇴직한 것을 축하하고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결과물이 있는 취미가 좋겠다고 하며 그림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꿈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에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흔히 노후 준비는 재무관리만 생각하는데 가장 좋은 노후 대책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걸 배우는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 잠시 눈만 돌리면 놀거리를 가르쳐주는 곳은 많습니다. 우리 인생학교로 오셔도 좋습니다. 놀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놀이를 통해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노는 것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았으면 합니다. 놀기에도 우리 인생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당신의 후반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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