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 가뭄 현재 진행형...“영산강이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지 않은가”

 

‘4대강 진두지휘’ 정종환,

“영산강이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지 않은가”

 

MB정부 초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4대강 사업 틀 짜고 삽 떠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단비로 메말랐던 땅이 모처럼 해갈을 맛봤지만, 호남 지역의 가뭄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13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번에 내린 비로 섬진강 상류 섬진강댐의 수위는 18%에서 21%로 3%포인트(p) 상승했을 뿐이다. 저수위 위기 경계선인 20% 선은 회복했지만, 언제라도 붕괴할 수 있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 모태는 대운하 아닌 DJ·노무현정부의 치수 프로젝트”

“환경부로 일원화된 국가 물 관리, ‘수량’ 보다 ‘수질’ 중심돼”

 

호남 지역 가뭄 현재 진행형...“영산강이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지 않은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4월 10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올해 극심한 가뭄에 평년 섬진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던 광주시는 영산강 본류에서 상수원수를 추가로 취수하고 있다. 승촌보에서 13㎞ 상류 지점에 있는 덕흥취수장이 취수장이다. 문제는 올해와 같은 가뭄이 내년과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환경·기후학자인 변희룡 부경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가뭄 주기 연구에서 2025년 한반도가 124년 주기로 찾아오는 ‘극대가뭄’을 겪는다고 예측한 바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가뭄은 계속 강도를 높여가며 2025년 극대가뭄 위기로 오게 된다는 게 변희룡 교수팀이 제시한 연구 결과다.
 
 
 

 

이에 대해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現 국토교통부) 장관은 “4대강 사업 이후 10년, 더러운 물이라고 천대받던 영산강이 지금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다”면서 “사계절 중 여름을 제외한 삼철이 가문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치수(治水)는 국가존망을 가르는 사업이라는 점을 최근 가뭄은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같은 호남 수계에서 유독 섬진강이 말라붙은 배경에 대해 “4대강 사업 이후 프로젝트로 남겨뒀던 국가 하천 관리 사업이 묻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대강 계획에는 지역 균형 발전과 섬진강의 자연적 가치 등을 고려해 준설 등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다음 단계 정비 사업에 섬진강이 포함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마치고 국가하천과 주요 지류 하천에 대한 치수 계획까지 만들었지만, 4대강 이후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며 “대동맥만 깨끗하게 해두고 정맥과 지맥의 혈행 개선이 안 된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4대강 사업의 모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대규모 국가 치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구상으로 제시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는 전혀 무관하며, 오히려 진보 정권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사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2008년 경제 위기가 몰아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가용 재원이 30조원’이라며 ‘국토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며 “국토부 캐비닛에 쌓인 서류들을 뒤적이다 김대중정부 때 수립한 24조원, 노무현정부 때 세운 87조원 규모의 치수 사업 계획을 발견했다. 두 정부 모두 치수 사업의 필요성은 인식했으나 재정 부담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초대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내며 4대강 사업의 틀을 짜고 사업을 총괄했다. 수자원 확보와 수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그는 해당 사업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장관에서 내려온 후에도 5년 동안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야 했다.

 

1971년 행정고시 10회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11년 국토해양부 장관을 이임할 때까지 40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최근에는 공직 생활 경험과 4대강 사업 추진 배경과 일화를 담은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의 탈고를 마치고 오는 17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가뭄 대책이 국가적 과제가 된 시기, 국가 치수 계획의 틀을 짠 정 전 장관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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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호남지역 취재를 다녀왔는데 섬진강 유역의 가뭄이 심각했다. 혹자는 이를 섬진강이 4대강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섬진강 수계는 우리나라 수계 중에서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한강이 907톤에 불과하지만, 섬진강은 1만4806톤에 이른다. 금강이 2444톤, 낙동강이 2445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수자원이 상당히 넉넉하다. 물론 이런 격차는 수도권이나 영남, 충청 지역과 비교했을 때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구상에선 섬진강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만 들어가고 준설이나 보 설치 등의 계획은 없었다. 섬진강 수계의 용수 수요와 청정 자연환경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당시 섬진강은 용수가 충분하고, 개발보다는 보전할 필요하다고 봤던 것인가?

 

“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아마존과 같은 ‘자연의 강’과 도시와 문명을 탄생시킨 ‘문명의 강’으로 나뉜다. 자연의 강은 방치로 보존한다면, 문명의 강은 치수로 보존해야 한다. 당시 정부는 섬진강은 문명의 강보다 자연의 강에 가깝다고 봤다.”

 

호남 지역 가뭄 현재 진행형...“영산강이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지 않은가”
지난 3월 30일 전북 정읍 산내면 능교리에서 바라본 섬진강 상류천 모습. 가뭄으로 상류천 바닥이 드러났고, 작은 지류만이 흐르고 있다. /윤희훈 기자

 

─호남지역을 덮친 가뭄인데, 섬진강에 비해 영산강은 수위가 꽤 높았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량이 어느 정도인가?

 

“4대강 사업을 통해 영산강에는 준설을 통해 3000만톤의 물을 확보하고, 광주 승촌보, 나주 죽산보, 그리고 저수지 둑 높이기로 총 1억3600만톤의 물그릇을 확보했다. 호남지역은 우리나라 핵심 곡창지대로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데 그동안 소규모 가뭄에 취약했다는 점을 유념하고 계획을 짰다. 그리고 영산강은 우리나라 강 중 수질 오염이 가장 심각했다. 수량 확보와 함께 하천 수질 개선에 역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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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대한 치수 계획은 아예 없었던 것인가?

 

“대규모 국책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전국에 골고루 혜택이 가야 한다는 원칙이 첫 번째다. 그래서 수도권의 한강, 충청의 금강, 영남의 낙동강, 호남의 영산강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호남에서 2개 강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섬진강은 4대강 이후 사업 대상에는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마치고 국가하천과 주요 지류 하천에 대한 치수 계획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4대강 이후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대동맥만 깨끗하게 해두고 정맥과 지맥의 혈행 개선이 안 된 것이다. 최근 가뭄 때 같은 호남 수계에서 영산강과 달리 섬진강만 유독 가문 것은 4대강 사업 이후 프로젝트로 남겨뒀던 국가 하천 관리 사업이 묻혔기 때문이라고 본다.”

 

─홍수 예방과 가뭄을 대비가 핵심이었던 사업이지만, 환경단체에서는 물 흐름을 막아 하천 오염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는데.

 

“물은 가둬둔다고 오염되는 게 아니다.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소양강댐은 물을 29억톤이나 담아두고 있지만 항상 깨끗한 수질을 유지한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단순히 물그릇만 확보한 게 아니다. 오염물질 차단을 위한 환경기초시설에 들어간 재정이 무려 3조9000억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대표적인 환경 오염 피해로 녹조 현상이 거론되지 않나.

 

“녹조는 햇빛과 수온, 영양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유속과는 관계가 없다. 특히 영양물질 중에서도 ‘인’이라는 화학물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하수종말처리장에 인 처리 시설을 추가하는 데 쓴 돈이 5000억원이다. 인의 주요 발생 원인은 농사용 비료다. 우리나라는 지력이 약해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개선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 때 4대강 보를 해체하려고 하자 영산강 인근 농민들이 반대했다. 당시엔 어떤 감정이 들었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 주변 농경지의 농업용수 확보가 용이해졌고, 이는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갔다. 보를 해체한다거나 개방하는 것은 농업용수 확보를 어렵게 하므로 농민들로선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을 두고 계속 대운하 사업의 미니 버전이라는 지적이 아직도 계속된다.

 

“대운하를 하려면 배가 일정하게 다닐 수 있게 강의 폭과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4대강은 강폭과 수심이 불규칙해 선박 운행이 불가능하다. 또 보와 교량을 그렇게 많이 설치했는데 어떻게 배가 다닐 수 있나. 사실 4대강 사업의 모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대규모 국가 치수 계획이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몰아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가용 재원이 30조원’이라며 ‘국토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캐비닛에 쌓인 서류들을 뒤적이다 김대중정부 때 수립한 24조원, 노무현정부 때 세운 87조원 규모의 치수 사업 계획을 발견했다. 두 정부 모두 치수 사업의 필요성은 인식했으나 재정 부담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다.”

 

 

─진보 정부에서 세운 SOC 사업 계획이지만 이어간 것이라는 얘기인가?

 

“사계절 중 여름을 제외한 삼철이 가문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치수(治水)는 국가존망을 가르는 사업이라는 점을 최근 가뭄은 명확히 보여준다. 장마철에 1년 강우량의 대부분이 쏟아지는 한반도의 기후 특성을 고려했을 때 치수 사업은 꼭 필요했다. 정비가 되지 않은 강 유역의 폐기물과 농가와 축사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한 오염 문제도 해결이 시급했다.

 

최근의 기후변화를 봤을 때 앞으로도 장기적인 가뭄과 장마철 집중 호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4대강에서 연결되는 주요 하천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을 추가로 정비하는 사업을 계획했지만, 여러 이유로 추진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호남 지역 가뭄 현재 진행형...“영산강이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지난 3일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연합뉴스

 

─‘물 부족 국가’라는 게 선동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이 1300㎜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8월 우기에 대부분 내리고 다른 달은 가뭄이 오는 강우 집중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우기에 내리는 비를 자원으로 확보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환경도 중요하다. 4대강 사업 이후 10년, 더러운 물이라고 천대받던 영산강이 지금 말라붙은 섬진강을 돕고 있다.”

 

─문재인정부 때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수자원 관련 정부 대책이 수량보다는 수질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전에는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하천 유역 정비를 통한 수량 확보를, 환경부가 수질 개선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 모든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토부의 역할은 사라졌다. 환경부가 그동안 해온 역할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자원 관리의 정책 방향이 수량보다는 수질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 공무원들이 준설이나 추가적인 댐·보 설치를 제안할 수 있을까? 최근 나온 가뭄 대책을 보니 ‘해수 담수화’가 핵심 아이디어였다.”

 

 

─수계가 없는 도서 지역이나 해안과 맞닿은 지역에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구상이 아닌가?

 

“도서 지역이나 사막 국가와 같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런 방법으로라도 물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해수 담수화가 거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갖고 오나?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구상을 해봤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소형원자로(SMR)와 연계해 중소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가동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방출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부산 기장에 대형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대규모 재정을 들여 지었지만, 몇 년째 가동을 안 하고 있다. 플랜트 주변에 원전이 있고, 원전에서 나온 방출수가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방출수가 문제가 있다면, 이걸 바다에 푸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않는가. 과학적 논리가 아니라 이념적 사고에 빠지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윤희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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