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미국]"트럼프 기소 둘러싼 이해하지 못할 5대 궁금증" 조선일보

'입막음 대가’ 지급이 합법이라고?

"트럼프의 죄는 딥스테이트에게 굴복하지않은 것"
기소검사는 만주당원
내년 대선 출마 막으려는 정치적 음모
(편집자주)

   1776년 건국 이후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와 처벌 가능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적인 공소장이 공개되기 전이라 추측이 난무한다. 트럼프 기소 파문을 둘러싼 궁금증을 5문답으로 풀었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234년 만의 일이다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오른쪽)가 200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Q1. 입막음용 돈 지불이 불법인가.
-입막음용 돈 지불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밀유지계약은 민사상 계약일 뿐이고, 오히려 이 약속을 어긴 대니얼스에게 트럼프 측이 민사 소송을 걸 수 있다. 대니얼스는 이를 피하기 위해 2018년 맺은 비밀유지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이민 법무법인 경천 형사전문변호사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입막음용 돈 지급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입막음용 돈의 출처의 불법성, 사실관계 조작 여부가 문제가 된다”며 “불법 행위를 숨기기 위해 입막음용 돈을 줬다면 증거인멸 교사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워싱턴DC 등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불륜, 즉 간통은 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2020년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고 자신의 폭행 사실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2011년 당시 청와대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지급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지만, 입막음용 돈 지급 자체가 아니라 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점(업무상 횡령)을 법원은 문제삼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양심선언에 나선 운전기사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건넨 박순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말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박 전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였다. 운전기사에게 돈을 건네고 양심선언을 뒤엎는 발언을 시켰다는 게 문제가 됐다.

 

앨빈 브래그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30일(현지시간)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대배심이 성인 배우에게 입막음용 돈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Q2. 트럼프에게 적용된 혐의는.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오는 4일 공개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검찰은 연방 선거자금법 위반에 관한 수사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대가로 13만달러를 준 인물은 그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지금은 돌아선 마이클 코언이었고, 그 돈은 트럼프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 그룹에서 나왔다고 밝혀졌다. 트럼프 그룹은 그 돈의 명목을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록했다.

 


대니얼스와의 불륜 자체가 미국에서 불법은 아니나 대선에선 분명 악재가 될 수 있다. 입막음을 일종의 ‘선거 캠페인’으로 볼 수 있다면, 이 돈은 선거 자금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에 불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기업 문서를 조작하거나 선거 자금으로 쓰일 기부금의 용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중범죄다.

Q3. 실제 처벌 가능성이 큰가.
문서 조작에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밝혀지느냐에 달렸다. 트럼프 그룹 최고경영자(CEO)이자 대통령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언에게 지급한 돈의 용도를 표기하는 사소한 실무에 개입했을지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인 이선 그린버그와 샘 브레이버먼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트럼프는 회계 기록 업무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을 수 있고, 대통령 당선 뒤에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라며 “검찰이 트럼프가 기록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확실하지 않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를 위해 트럼프 그룹의 돈을 가로채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는지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 역시 지난 31일(현지 시각)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대로 하지도 않을 사건을 기소한 검찰권 남용이다”라며 “범죄가 아닌 사람을 쫓은 경우로, 솔직히 법적 이론은 한심할 정도로 약하다”라고 했다. 바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법무장관으로 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신으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불복할 때는 반대 의사를 비쳤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30일(현지시간)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2024'라고 쓴 깃발을 들고 있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이날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같은날 보도했다. 이로써 그는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3.03.31 /연합뉴스


Q4. 유죄로 판명나도 출마 가능한가.
만약 트럼프에게 징역 선고가 나더라도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는 가능하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요건은 미국 태생 시민,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 거주 등 세 가지뿐이다. 징역 등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한국 공직선거법과 다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문제는 법이 아닌 정치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문화가 오래도록 지켜져 왔기 때문에, 출마 자격을 법에 세세하게 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처럼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수많은 ‘사법 리스크’를 가진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상황은 가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Q5. 정치적 기소라고 봐야 하나.
이번 기소를 주도한 뉴욕 맨해튼 지검장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민주당원이라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 재선 가도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대부분의 지방 검사장을 선거로 뽑는데, 기소권을 행사하는 만큼,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소권을 제대로 쓰는지 주민들이 직접 감시하는 기능도 있다. 브래그 검사장이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에게 기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고 있지만, 미국에서 정치 기부금을 공개만 하면 불법이 아니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류재민 기자 funn@chosun.com
조선일보

 

[해설]

강미은 숙명여대 교수

 

https://youtu.be/8y3GpZICQ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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