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몰고 올 프로그래밍 혁명" 문병로 서울대 교수

 

소프트웨어 수준은 고양되고

질문 적절하게 던질 줄 아는

고급 프로그래머 수요 늘 듯

 

   모였다 하면 챗GPT다. 필자의 회식 자리는 챗GPT 질의응답 세션이 되어 버린다. 기사와 칼럼이 쏟아져 나와 이 주제로 한 편의 칼럼을 더 써야 하나 싶을 정도다.

 

먹이 위치와 포식자 위치를 감지하는 것은 동물 생존의 핵심 기능이다. 뇌는 위치를 상대적인 관계로 파악한다. 오래된 피질인 해마와 내후각피질에 장소뉴런과 격자뉴런이라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위치의 상대 감각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 학부 수업 강의때

챗GPT 협업 코딩 과제낼 것

 

 

 

물리적인 공간을 '상대적으로' 파악하듯이 고등 개념도 아마 상대적 위치 관계로 파악될 것이다. 언어는 공간 감각을 관장하던 측두엽의 일부가 전용해서 담당한다. 언어가 공간 감각의 메커니즘을 상당 부분 공유할 것임을 암시한다. 언어와 생각에서 '상대적 관계'의 대표적 예는 여러 문맥에서 함께 출현하는 것이다. 현재의 맥락에서 가장 관계가 높은 것이 다음 관심을 받고 그러한 행위의 연속이 우리의 말이다. 관심은 영어로 어텐션이고 챗GPT의 이론적 바탕이 '트랜스포머 기반의 어텐션'이다.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최근 문맥과 통계적 연관 관계를 반영하여 다음 관심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움직일 때 발의 다음 착점은 최근 맥락을 반영하여 가장 어텐션이 높은 지점이다. 생각도 추상화 레벨이 높아졌을 뿐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은 움직임의 한 형태라고 한다. 챗GPT는 이를 실현한 것이다.

 

토론토대 힌튼 교수팀이 화상인식대회에서 딥러닝 돌풍을 일으킨 것이 2012년이다. 장소뉴런과 격자뉴런 연구자 3명이 2014년 노벨상을 받았다. 알파고가 딥러닝 돌풍을 일으킨 해가 2016년이다. 챗GPT의 핵심인 트랜스포머 어텐션이 구글브레인의 논문으로 2017년에 나왔다. 이를 이용한 오픈AI의 GPT3가 2020년 6월에 나왔다. 챗GPT는 이것을 확장해서 대중화한 것이다. 2020년 12월에는 알파폴드2가 천년의 과제라던 단백질 입체 구조를 거의 정복해버렸다. 알파폴드2가 채용한 기술도 뜻밖에 트랜스포머 어텐션이다. 최근 10년은 인류의 역사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부터 시공간 통합, 양자역학, 세포구조, DNA 이중나선, 우주의 기원 규명, 컴퓨터의 부상까지 이어지는 찬란한 100년에 맞먹는 변화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2월 초 코딩과 자료구조에 대한 기초가 없는 모 대기업 직원 교육에서 과제를 냈다. "키의 쌍(x, y)을 받아 x로 해시테이블에 저장하고, 동일한 x에 쌍으로 제공된 다른 y를 모두 이진검색트리에 저장하고, 이진검색트리는 x의 해시테이블 슬롯에서 연결되는 복합 자료구조를 파이선 코딩하라." 예전 같으면 초급 클래스에서 불가능한 과제다. 챗GPT와 협업을 권장했더니 대부분 이틀 내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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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가 거의 필요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지금 수준에 머문다면 챗GPT 같은 생성 AI가 프로그래머 수요를 현저히 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추상화 레벨이 급격히 높아지고 새로운 레벨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고도화된 신종 서비스가 많이 출현할 것이다. 현재 고급 인력으로 간주되는 수준은 새 시대에는 중급 정도로 간주될 것이다.

 

프로그래밍의 새 시대가 열렸다. 이번 학기 필자의 학부 '자료구조' 과목에서는 학생들에게 챗GPT와 협업해서 코딩 과제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절약한 시간만큼 수준을 높일 것이다. 전문가의 수련 결과는 질문을 적절하게 던져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능력과 깊게 연동될 것이다. 코딩 능력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초중급 인력의 수요는 감소하고, 고급 인력의 수요는 늘 것이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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