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에게, 나중 생각해 꿈 대신 연금 재택해야”

 

3040 “은퇴 후 경제 문제 가장 염려”

4대 은행 은퇴 설계 전문가들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회사를 성실히 다니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은퇴 이후를 떠올리면 사실 막막합니다.” 서울 광화문 소재 직장에 다니는 남성 A씨(39)는 “지금까지 뚜렷한 은퇴 이후 대비 자산 관리나 노후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 40대에 들어서니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진입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산가격 침체기, 30~40대의 재테크 고민은 특히 커졌다. 저금리 기조 속 부동산, 주식, 코인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잡아 소위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립을 이뤄 빨리 은퇴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래를 그렸던 사람들은 유동성 파티가 끝나자,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마이너스 손실률에 떨고 있다.

 
“3040에게, 나중 생각해 꿈 대신 연금재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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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2022 미래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3040 직장인들은 ‘은퇴 후 경제 문제’를 가장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민의 노후 대비 성적은 사실상 낙제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2021년 발표한 50대 부부 기준 노후적정생활비 수준은 월 330만원대(서울 기준)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적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1인당 16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개인별 사적 연금만으로는 안전한 노후를 보장받기란 어려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는 매년 오르고 있다.

 

22일 조선비즈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 소속 은퇴설계 전문가들에게 30~40대를 위한 은퇴 대비 전략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취업과 결혼, 출산은 늦어진 반면, 퇴직은 빠른 시기에 도달하게 되는 만큼, 소득 활동기에 신속하게, 과하게, 다양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 연금 3층탑은 선택 아닌 필수

전문가들이 3040대에 제시한 은퇴 이후 노후 자산의 기본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연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 수령하게 되는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층탑부터 세워야 한다.

 

지광옥 신한은행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3층 연금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공적연금을 보완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환 KB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 본인이 가입된 상품을 파악하고, 은퇴 시기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를 예상해봐야 한다”면서 “본인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 금액을 제외한 목표 은퇴자금을 계산해 은퇴 준비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자금 준비에 가장 최적화돼 있는 개인퇴직연금(IRP),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자금을 배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상품들은 세액공제를 통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자나 배당에 대한 과세 이연과 연금 수령 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혜택이 있다. 과세 이연이란 세금 납부 시점을 잠시 미뤄주는 것을 뜻하는데, 퇴직소득세 부담을 연금 수령 시점으로 이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형 IRP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연금계좌로 근로자가 은퇴 전 이직할 때마다 받는 퇴직금을 적립하고, 퇴직금 외에 가입자가 추가로 자유롭게 입금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상품이다. 연간 18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소득에 따라 다양한 금융상품(예금, 펀드, ETF 등)으로 운용 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세제혜택 한도가 총 900만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IRP는 은퇴 후에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 운용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백혜경 하나은행 VIP PB팀장은 “소득활동 기간에는 연말정산 세액공제금액(2023년 기준 연간 900만원)과 그 이상을 목표(연 1800만원 한도)로 IRP, 연금저축 등과 같은 세제 적격 상품에 입금할 수 있도록 목표를 최대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비과세 연금보험 상품도 비중 있게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퇴 대비용 금융상품은 세액공제, 저율과세, 과세이연 등 절세 혜택이 많은 반면에 중도 해지 시 기타소득세 16.5% 부과 등 해지로 인한 손실 페널티가 높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

 

“3040에게, 나중 생각해 꿈 대신 연금재택해야”

 

②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에 분산 투자하라

은퇴까지 20년 이상 남은 30~40대는 보수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기보다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리고 키워나가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은퇴 자금 관리의 1차 목표는 은퇴 시기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방어한다. 은퇴 이후 자금을 운용하면서 지나치게 안전만 추구하다가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면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돈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고경환 KB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장은 “은퇴 이후 삶이 대략 20년~40년이라고 생각할 때 보수적으로 은퇴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은퇴 기간 중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은퇴 자금도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광옥 신한은행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예를 들어 은퇴자금으로 5억원을 마련한 사람이 물가상승률 5%, 월 200만원 생활비를 사용한다면 몇 년을 버틸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정기예금으로 연 3% 수익을 거둔다면 대략 16년을 버틸 수 있지만, 수익률이 연 9%라면 38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똑같이 5억원을 가지고 은퇴를 한 경우라도 장기투자로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한다면 큰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자산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금융 공부는 필수다. 기존에 가입된 연금이 어떤 연금인지, 어떻게 운용되는 연금인지, 만기는 언제고, 연금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지, 그 금액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기존 가입연금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정인호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 CFP은 “어떤 펀드 상품을 선택할지 모르겠다면, 생애주기형 펀드인 타깃 데이트 펀드(TDF)를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TDF는 가입 시점에는 주식 비중이 높지만, 은퇴시점(타깃 데이트)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이 커지는 구조로 운용하는 펀드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세계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TDF상품명 뒤에 ‘2030,2035,2040′ 네 자리 숫자가 붙어 있는데, 그 시점이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이 상품 가입 전에는 개인별 투자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수시로 은퇴자금 운용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따르므로 자산 배분을 통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해 자산을 배분하고 분산 투자하라는 의미다.

 

정인호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CFP)은 “연금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야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서 “주식형 펀드에 50%, 채권형 펀드에 30%, 원금보장상품에 20% 나눠서 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경환 KB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장은 “은퇴 이후에는 근로소득 등 안정적인 소득은 줄고 보유 자산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리 가능한 자산에 한정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를 잘 설정해 자산 배분을 기본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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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목돈 지출 많은 시기라도 은퇴 자금 비중 점차 늘려야

30~40대는 결혼자금, 주택마련 자금, 자녀 교육비 등 목돈 지출이 많은 시기다. 큰돈이 나가는 일도 많다 보니, 은퇴 이후 노후 대비는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은퇴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서서히 노후 대비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경환 KB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장은 “직장인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이 의무 가입돼 있으므로 추가적인 은퇴 대비용 자금을 모을 때 소액이지만 꾸준히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을 초기에는 비중을 적게 시작하고 목돈 지출 항목(결혼, 주택마련 등)이 제거되는 시기마다 서서히 비중을 늘려가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10%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50% 전후로 늘려가는 식이 적정하다”고 권했다.

 

정인호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CFP)은 “대출상환, 자녀교육자금 지원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저축액 중 본인의 나이만큼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예를 들어, 40세라면 월 저축액 중 40%는 연금으로 가입하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 비해 비혼, 주거지역, 무자녀 등 개개인의 생애주기별 인생 목표가 다양해졌다. 소득 수준이 같더라도 개인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은퇴 대비에 필요한 자금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목표에 따른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해 은퇴 시 필요한 은퇴 생활비를 예상하고 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은퇴 대비용 적립 자금을 계산해야 한다.

 

은퇴자금은 통상 현금이나 예금처럼 목돈이 모여 있는 형태가 아니고, 일부는 공적(국민)연금, 일부는 퇴직연금, 일부는 개인연금의 형태로 모여 있어 월 수령액이 얼마인지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서 각 연금의 예상수령액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지광옥 신한은행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나 금융감독원의 ‘파인’을 활용해 손쉽게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자산 현황을 기초로 자신의 자산현황표를 작성해 부채를 제외하고 순자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해 보라”고 말했다.

 

급여 중 장기로 저축할 수 있는 자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향후 결혼 자금 혹은 부동산 구매자금 등 목돈 지출 항목을 구분해서 효율적으로 저축금액을 정해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가정 형성과 자녀 성장기의 시기에는 합리적인 지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비에서 부동산 구입과 이전으로 인한 주거 비용과 자녀 육아에 맞춘 교육비 부문에서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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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육아 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올해 1월부터 '부모급여'가 신설돼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는 월 35만원이 지급된다. /연합뉴스

 

 

④ 100세 시대, 치료비 생각하면 6층탑까지 쌓고 부업해야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탑을 쌓은 다음에는 여기에 더해 주택연금(농지연금), 월지급식 투자 배당, 수익형부동산 등 총 6층탑 등으로 더 키워갈 필요가 있다.

 

백혜경 하나은행 VIP PB팀장은 “은퇴 이후 현금 창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6층 연금탑’ 또는 그 이상으로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3층탑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는 기대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심화로 인구 구조는 고령 인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삼각형 구조로 바뀌고, 생산가능 인구비율은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백혜경 팀장은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직업이나 부업(SNS)등 아이디어를 발휘해 다양하고 평생 월급 포트폴리오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층 빈곤의 1순위 원인은 소득 절벽이 아닌 치료비 부담”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삶’중심으로 자산 관리를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호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은 “예·적금을 비롯한 금융 자산과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통해 은퇴 대비 자금의 목표의 80% 정도를 마련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주택연금이나 재취업(파트타임 근로)을 통해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경환 KB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장은 “은퇴 이후에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 더 위험할 수 있고, 목돈으로 형성된 자산보다 현금 흐름이 발생하고 일정 수준의 유동성이 보장된 자산의 형태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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