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도 변화의 바람이...정용진 야심작 코엑스 TGX
서울 코엑스 TGX 1호점
600평 골프 연습장에 벙커·퍼팅장이
발레파킹으로 골프장까지 에스코트
지난 7일 오전 11시, 서울 코엑스 지하 주차장에서 트레이더타워와 가까운 초록색 주차 공간을 찾아 61번 기둥으로 들어갔다. 신세계건설이 지난달 4일 문을 연 프리미엄 골프 연습장, ‘TGX’ 1호점 이용객 전용 발레파킹 공간이다.
회원제 골프장 클럽하우스 느낌 인테리어
1회 체험은 불가, 회원권 있어야 입장 가능
3개월 이용에 100만원
태블릿 조작하자 그린이 꿈틀대며 움직여
모래 튀기며 벙커샷 연습 가능
차를 대고 우물쭈물하자 정장 차림의 직원이 나와 차에서 캐디백을 꺼내며 에스코트를 시작했다. 차를 맡기고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30초 정도 거리에 TGX의 간판이 보였다. 발레파킹 서비스는 2시간에 5000원. 복잡한 코엑스에서 무거운 캐디백을 들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편안하게 해결했다.
TGX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프리미엄 골프 연습장이 될 것으로 개점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TGX는 ‘토탈 골프 익스피리언스(Total Golf eXperince)’의 약자다.
총 2006m²(607평) 규모로, 이름 그대로 골프 연습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 한 바퀴를 다 둘러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값비싼 회원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처럼, 복도를 두고 양옆에 아치형의 문을 만들어 로커를 배치했다. 전반적으로 크림색으로 인테리어 콘셉트를 통일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간단히 샤워하고 매무새를 다듬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코엑스에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통화 시 타구음이 들리지 않도록 방음 장치를 한 전화 부스도 설치됐다.
TGX는 1회 이용은 불가하고 오로지 회원권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아카데미’로 불리는 연습 타석은 21개 마련돼 있다. 그 외 완전히 독립된 개별 공간인 ‘스튜디오’, 실내 벙커 연습장, 퍼팅룸, 피팅샵 등으로 구성됐다.
아카데미 회원권은 3개월 100만원. 레슨은 별도로, 1회에 8만원이며, 1개월 8회 50만원이다. 2명이 받을 수 있는 그룹 레슨이나 4대 1 레슨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스튜디오 회원권은 3개월 150만원. 스튜디오 레슨비가 아카데미 레슨비보다 2배~4배 비싸다.
연습 타석은 앞,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한 사람씩 들어갈 수 있는 둥근 굴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의 골프 연습장은 앞, 뒷사람의 동작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뒤에 강하게 드라이버를 내려치는 사람이 있으면 ‘깡’ 소리와 함께 귀가 피로해지기도 한다. 초보자들은 괜스레 고수들의 스윙을 보며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TGX는 그런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연습 타석에는 크림색 소파와 대리석으로 된 협탁, 신발 소독기 등이 배치됐다. 협탁엔 무선 휴대폰 충전기도 있었다. 소파에 앉으면 1회에 한해 물수건과 손소독제, 물을 자리로 가져다준다. 이 외에도 로비에서 커피와 물을 가져다가 마실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QED를 사용했다. TGX 전용 디자인이 된 버전으로 구동된다. 가상의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 연습도 할 수 있고, 필드에서 점수를 좌우하는 ‘숏게임 전용 모드’도 체험해볼 수 있었다.
타석의 티 매트는 다른 골프연습장의 빳빳한 인조 잔디에 비해 무척 말랑했다. 강덕원 TGX 1호점 점장은 “기존에 나온 매트 가운데 가장 천연 잔디와 비슷하고, 티를 실제로 꽂아서 드라이버를 칠 수 있다”며 “필드에 나가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GX에는 아카데미 외에도 독립된 방을 일컫는 ‘스튜디오’ 연습장은 4곳이 있고, 이 가운데 방송 촬영용으로 잘 꾸며진 오픈 스튜디오도 1곳 있다. 골퍼들에게 인기 많은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제이린드버그의 골프용품들도 배치돼 있었다. 정 부회장의 모습을 딴 ‘제이릴라’ 골프 웨어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많은 골퍼가 필드에서 고전하는 부분인 퍼팅과 벙커샷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2만원을 내고, 스튜디오 회원은 무료로 55분간 이용할 수 있다.
퍼팅장에는 풀스윙이라는 기업에서 만든 ‘버츄얼 그린’이 설치돼 있었다. 강 점장이 태블릿을 두드려 조작하자, 밟고 서 있는 그린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높낮이를 바꾸고 있었다.
강 점장은 “이 장비는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식 수입한 것”이라며 “로리 매킬로이와 타이거 우즈가 집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그린의 높낮이에 따른 공의 경로를 선으로 보여주는 ‘펏뷰(PuttView)’는 그린이 움직일 때마다 새롭게 바뀐 이미지를 빔으로 바닥에 쐈다. 그 외 한때 사려면 수개월을 기다렸던 ‘스카티 카메룬’ 퍼터 8개가 샤프트 길이 별로, 헤드 모양 별로 놓여있었다.
유리와 그물로 내벽을 감싼 모래 벙커장도 특색있는 공간이었다. 시타채로 타이틀리스트의 채가 놓여있었다. 퍼팅장과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회원은 55분에 2만원을 내고 사전에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다.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사이드 벙커 두 가지 종류의 방이 마련돼 있었다. 그린사이드 벙커는 페어웨이 벙커에 비해 좀 더 벽이 높다. TGX에 사전에 이야기하면 물을 뿌려주는 방식으로 모래의 경도도 조절할 수 있다. 강 점장은 “향후 벙커 샷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트랙맨 같은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TGX는 올해 코엑스에 낸 1호점을 시작으로 향후 5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호점은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 3~5호점은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등 수도권 거점 지역에 낼 예정이다.
이민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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