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 참여 적극 요청
원자력청 만드는 영국
한전사장,
UAE서 돌아와 오늘 英·튀르키예 다시 출장길
“영국 정부가 자국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다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튀르키예(터키)와도 접촉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도 수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난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올해 여러 나라에서 원전 수출과 관련한 논의들이 다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을 수행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윤 대통령을 수행해 한국 원전 수출 1호인 UAE 바라카 원전 현장을 찾았고, 원전과 탄소 중립 분야 협력을 위해 UAE 원자력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0일 튀르키예, 영국 출장길 떠나
이날 정 사장은 30일부터 튀르키예와 영국에서 각각 현지 원자력계 고위 인사를 만나 신규 원전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에서 방향을 완전히 바꾼 영국은 신규 원전 건설을 맡을 ‘영국원자력청(GBN)’을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한전과 UAE원자력공사(ENEC)가 합작사를 세우고 바라카 원전을 추진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영 양국이 협력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우리가 이 같은 방안을 제의했고 영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다”고 했다. 튀르키예의 경우 2010년대 원전 수주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
정 사장은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 경험이 앞으로 원전 수출에 큰 밑천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무함마드 UAE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이라고 한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바라카 원전을 일정에 맞춰 건설한 팀코리아에 대한 깊은 신뢰와 만족을 드러낸 것”이라며 “원전을 더 지어 주변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가진 UAE와 후속 원전 건설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미국·UAE와 한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수퍼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그는 “자금력이 좋은 UAE, 설계와 시공, 기자재 분야에서 강한 한국에 기술이 뛰어나고 외교력까지 갖춘 미국이 역할을 나눠 함께 원전 시장에 진출하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원전 수출 추진 과정에서 영국 등 서유럽과 중동은 한전이, 폴란드·체코 같은 동유럽은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전 이름 아래 설계회사부터 운영사, 시공사, 기자재업체, 연료회사까지 모아 수주 역량을 극대화하는 팀코리아 모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 요금 3번은 더 올려야”
전기 요금과 관련해서 정 사장은 “작년 말 정부가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없애고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요금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1분기 인상 폭이 인상 요인의 4분의 1만 반영한 것을 감안하면 3번 정도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통신요금제나 자동차 보험료처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기요금 체계를 사용량과 사용 시간에 따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전년보다 전기를 적게 쓰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과 같이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는 요금 부담을 덜고, 전체 전기 소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제주 등 특정지역부터 시범 운영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낳은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그는 “지난 정부 초반은 탈원전, 후반에는 탈석탄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강다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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