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 경매 쏟아지는 '서울아파트'... 낙찰률 2배 '껑충'
[외면받던 경매시장 응찰자 몰려]
목동 한신·신림현대 아파트 등
감정가가 높아 외면받던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률이 반등하고 있다. 수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낮아진 물건이 늘어나면서 시세보다 싸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입찰가, 감정가 절반으로 떨어져
'110건 중 49건' 낙찰률 44.5%
작년 하반기 20.6% 대비 급등
'급매'보다 싼 물건만 입찰 몰려
경매낙찰가율은 10년래 최저치
27일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1~27일)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110건 가운데 49건이 낙찰돼 낙찰률 44.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낙찰률 17.9%에 비해 26.6%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20.6%)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하반기 집값 하락세의 영향으로 수직 낙하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12월에는 10%대를 기록하는 등 경매시장 한파가 이어졌다.
올 들어 낙찰률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 경매 열기가 급격히 식으며 유찰된 매물이 늘어난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 가운데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최저 입찰가 감정가 대비 64% 이하)의 비중은 56.9%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47.4%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감정가가 집값이 오르던 시기 책정되다 보니 시세보다 높은 물건이 많았는데 이들이 유찰된 후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1월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 49건 가운데 41건(83.7%)은 2회 이상 유찰된 사례였다. 특히 3회 이상 유찰되며 경매 시작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인기 단지에는 입찰자들이 대거 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단지는 경쟁 끝에 이전 경매 최저 입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기도 했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 ‘한신’ 전용 84.8㎡의 경우 지난해 9월 감정가 16억 300만 원에 처음 경매에 나온 후 지난해 11월과 12월까지 총 3회 유찰됐다가 이달 18일 최저 입찰가 8억 2703만 원에 경매가 진행됐다. 이날 경매에는 무려 45명이 몰리며 10억 6700만 원(낙찰가율 66.6%)에 낙찰됐는데 이는 직전 경매 최저 입찰가인 10억 2592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다. 하지만 시세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해당 아파트 동일 평형은 올해 1월 11억 6500만 원에 거래됐으며 최저 호가는 13억 원에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9·10·11월 세 차례 유찰된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119.5㎡ 역시 이달 11일 감정가 12억 6200만 원의 절반 수준에 시작한 경매에 18명이 입찰하며 8억 6100만 원(68.0%)까지 오른 가격에 낙찰됐다. 역시 최저 호가 9억 5000만 원보다 1억 원 가까이 낮다. 금천구 시흥동 ‘벽산’ 84.9㎡는 네 번째로 진행된 경매에 24명이 몰렸는데 매매 최저 호가 5억 1000만 원보다 5000만 원 낮은 4억 6130만 원(70.1%)에 낙찰됐다. 유찰이 반복된 물건에 경쟁이 붙고는 있지만 경매 참여자들이 ‘급매’보다는 상당히 낮은 가격에만 입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1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76.3%로 2013년 1월(74.1%)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거래절벽도 심화되자 경매 참여자들이 ‘급매’ 대비 상당히 가격이 낮은 물건만 응찰하면서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모두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수차례 유찰 끝에 급매보다도 낮은 매물들이 늘어나다 보니 낙찰률 및 평균 응찰자 수는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다만 금리에 대한 부담과 매매가격 하락 우려가 여전하다 보니 입찰자들도 무리한 입찰은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월 낙찰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대부분 60~70%대였으며 가장 높은 경우가 91.7%일 정도로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에 형성되고 있다.
2023년에도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나온 물건보다는 유찰된 물건 위주로 매각되며 낙찰가율은 낮게, 낙찰률은 지난해보다는 소폭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감정가는 6개월에서 1년 전에 책정되기 때문에 올해 새로 나온 물건들에 대해 경매 참여자들이 비싸게 느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새로운 경매 물건도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집값 하락 폭이 둔화하는 등 매매 시장 추세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2회 이상, 적어도 한 번은 유찰된 물건들만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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