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해외 한번 나가보시죠...건설사 인력난에 ‘파격 혜택’ 검토
“해외 나가면 아파트 특공”
정부, 건설사 인력난에 ‘파격 혜택’ 검토
잇따른 ‘중동발(發) 수주’로 국내 건설사들의 인력 해외 파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건설업계가 ‘젊은 인력’에 대한 유인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득 비과세 한도 상향, 아파트 청약 특별공급 등 이른바 ‘파격적 혜택’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돈 보단 워라밸” 젊은 인력, 파견 꺼려
월 300만원 비과세, 상향 논의
지역 차등 없이 12년째 일괄 적용
중동 진출 우리 건설사 ‘근로시간 단축’ 시름 -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중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국내에서 파견 간 직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며 일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해외 건설 현장에도 적용되면, 공기 지연·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설 명절 직전인 이달 중순쯤, 일부 건설사 및 해외건설협회·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유관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해외 건설 현장 인력난’ 문제를 검토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토부에 중동 등 해외 현장에 보낼 인력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토로해왔다.
간담회에서는 ▲소득세 비과세 한도 상향 조정 ▲주택(아파트) 특별 공급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이 안건으로 논의됐다. 기획재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 건설근로자의 소득세 비과세 범위는 월 300만원(연 3600만원)이다. 이명박 정부때인 2013년 1월, 월 200만원(연 2400만원)에서 확대된 뒤 11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 관계 기관들과 협의를 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면서 “그동안 인사 담당 실무진 등 건설사 관계자들을 꾸준히 만나고 해외건설협회 등 유관단체와도 유기적으로 협업해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젊은 인력을 해외 건설현장에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거와 달리 가족과 함께 사는 것에 가치를 두는데다 혜택도 이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주전이 활발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 현장만 해도 도심과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오지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중동에 파견을 가면 돼지고기를 못 먹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적어 ‘금욕생활’을 해야 할 정도라는 말을 한다”면서 “현장에 나가면 건축·토목·플랜트 기술 관련해 국내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지만 개인의 자율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무턱대고 권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직원은 “해외 공사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과거보다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나갈 유인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요즘 젊은 인력은 워라밸과 문화 생활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1.3~1.7배 정도의 월급으로는 나가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통상 해외 파견 직원들은 국내 직원들보다 연봉이 높다. 기본급은 동일하지만 해외 OT(오버타임) 수당에 위험 수당까지 붙기 때문이다. 위험수당은 근무 위험성을 따져 급지를 구분해 차등 지급한다.
예를 들어 모 건설사 과장급 직원은 이라크(SS급)에서 일할 경우 월 360만원(오버타임·위험수당을 합한 금액)을 받지만, 베트남(D급)에서 일하면 월 280만원을 받는다. 내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라크에서 목숨 걸고 일해도 월 80만원(연 960만원)을 더 받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파견 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단순한 시공 인력이 다수였다면, 이제는 플랜트 프로젝트매니저(PM)나 건설사업관리(CM) 등 핵심 기술인력 위주로 파견되는 상황이다. 고급인력일수록 굳이 고생길을 갈 이유가 없다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혜택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동안 소득 수준이 많이 높아졌는데 비과세 한도는 그대로이다 보니 큰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비과세 제도를 운영하는 취지가 인력 확보를 돕는 것이라면 혜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해외 파견 인력을 대상으로 주택 청약시 우선권을 배정하는 특별공급(특공)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다른 정부부처와의 형평성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해외 인력은 2030세대가 주축이었다면 지금은 60대가 주축”이라며 “왜 해외 건설 인력 지원을 이렇게 해줘야 하는지, 관계부처를 설득할 논리를 찾고 만들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에 앞서 건설사의 인센티브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건설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 등 전체적으로 노동 인력 자체가 고령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인력을 해외 건설현장에 보내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임금 인센티브’를 강하게 주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건설사의 자구노력에 정부 지원까지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면 국내 실업률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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