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재건축에 등돌리는 이유
'정부도 재건축 돕는데'
집 지을 건설사가 없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멈췄던 안전진단 신청 '봇물'
새해부터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시작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노후화된 단지들이 안전진단 준비에 한창으로 정부에서도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모습이지만 시공사 구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 건설사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자 선뜻 재건축에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서다.
건설사 "공사비 올려주지 않으면 시공계약 철회"
시공사 선정 무산돼 사업기간 지연 사업장 늘어
속도 내는 안전진단, 돕는 정부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잇따라 안전진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12월21일 서초구에 정밀안전진단 진행을 위한 용역비용 예치금을 냈다. 서울 노원구청은 상계주공3단지와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으로 불리는 월계시영아파트의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목동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9단지는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같은 해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한 상태다.
지자체도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서울 양천구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도시재생과’를 ‘목동재건축팀’을 포함한 재건축사업 전담부서로 재편성했다. 또 재건축사업을 총괄하고 공사장 안전관리를 위한 ‘재건축정책팀’을 신설했다. 서울시는 최근 25곳의 2차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를 확정해 발표했다.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약 3만4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집 지을 건설사가 없다
다만 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공사비가 올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프로젝트금융(PF) 발 자금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수지타산 맞는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돌입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도 물가 상승분과 금융 비용 등을 재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시공 계약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시공사 선정이 무산돼 사업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만 신당 8구역, 강북구 강북 5구역, 서초구 방배 신동아, 송파구 가락상아1차,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광진구 중곡1단지,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등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는 높아졌기 때문에 확실하게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지도 재차 확인하며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가 완화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시공사 수주 포기 탓 도시정비사업 줄줄이 '유찰'
글로벌 금리·원자재값 인상 여파,
조단위 먹거리 '신중모드'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대형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입찰 포기와 유찰, 수의계약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자재값이 치솟자 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입찰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탓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늘었다. 청약 열기가 꺾이면서 입찰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조합도 생겼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2곳 미만의 업체가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입찰이 유찰되면 동일한 조건을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2차 입찰에서도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이 발생할 경우 조합은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인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수주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주목도가 높았다. 업계에선 8% 이하의 이익률을 점칠 만큼 한남2구역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남동 일대 고급 주택을 짓는다는 상징성이 높아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액 지원' 조건을 내걸며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조합원 이주비 LTV 150%와 최저 이주비 가구당 10억원,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등 지원을 약속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흑석2구역의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손잡고 공공재개발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SH가 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1호 프로젝트로 법적상한 용적률 120% 적용과 통합심의,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 혜택이 부여된다. 입찰을 저울질하던 대우건설은 2차 공고에서도 불참했고 삼성물산은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과천주공8·9단지는 올 초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호반건설 등 6개 건설사가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정작 시공사 입찰에는 현대건설만 단독 입찰했다. 조합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맺고 입찰을 마무리 지었다.
4차례나 유찰되는 사태를 겪은 부산 해운대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기존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3.3㎡당 500만원대의 공사비로 수차례 입찰 공고를 진행했지만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입찰을 유보하면서 번번이 유찰됐다.
울산 재개발 최대어인 중구 B-04 구역은 7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표류 중이다.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롯데건설이 최근 단독으로 입찰했지만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컨소시엄 입찰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4번째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2차까지 건설사 입찰을 받지 못했고 3차 공고에선 롯데건설이 단독 입찰해 무산됐다. 노원 주공5단지, 송파가락상아1차, 광진 중곡아파트, 방배신동아 등도 단독 입찰로 인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청량리6구역을 노렸던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 등 8개 건설사는 대부분 최종 입찰을 포기했다. 다만 GS건설이 단독 입찰해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은 포스코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이 입찰의향을 내비쳤지만 포스코건설만 최종 입찰에 참여해 유찰됐다. 당초 DL이앤씨가 시공권을 따냈지만 조합과의 의견 차로 지난해 계약을 해지한 사업지다. 입찰 마감일은 내년 1월 2일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보유했던 재고자산을 바탕으로 원자재값 인상분을 방어했지만 하반기 들어 자산이 소진되면서 추가로 매입하는 부담이 높아졌다"며 "조합의 공사비 할인 요구가 여전한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서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thebell'
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212290836220140109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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