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골프 내장객 급감 전망"...정부, 가격 상한선 책정

 

거품 빠지는 새해 골프장

높아지는 대중화 기대감

 

코로나19 특수 끝나고

경기침체로 골프 내장객 급감 전망

 

“혹한기를 맞이하여 잔디 보호 및 시설물 유지 보수를 위해 2023년 1월 21일간 동계휴장을 시행하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도권 한 골프장이 2022년 연말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내용이다. 이 골프장은 1년 전인 2022년 1월에는 정상 영업을 했다. 당시에는 ‘코로나로 동절기 골프 여행 및 해외 출국이 어려워짐에 따라 많은 회원님의 요청’이라는 배경 설명을 내보냈다. 경기도 한 골프장의 지배인은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는 골퍼가 늘면서 1년 전보다 내장객이 급감할 것 같다. 코스 관리나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휴장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골프 내장객 급감 전망"...정부, 가격 상한선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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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맞았던 국내 골프산업이 새해 들어 달라진 환경을 체감하게 됐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데다 경기침체 여파가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3년 새해에는 국내 골프장 분류체계가 달라지면서 뜨거운 감자였던 그린피에도 영향을 미쳐 골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전의 회원제(멤버십),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이원화에서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으로 세분화된다.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형 골프장으로 계속 지정받으려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보다 최소 3만4000원 낮게 책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치솟기만 하던 그린피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으로 분류체계 세분화

3만4000원은 회원제와 대중형 골프장 간 개별소비세 및 재산세 차이를 이용객 1인 기준으로 환산해 산정했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체육국장은 “대중형 골프장이 되려면 5월과 10월 평균 골프장 입장 요금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5월과 10월 비회원 가격보다 평균 3만4000원 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현재 대중형 골프장 가운데 60% 이상은 세제 혜택을 받고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요금보다 낮은 그린피를 책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리지스톤골프 용품을 수입하는 석교상사의 신용우 상무는 “부킹 어려움에 따른 골프 대기 수요가 상당히 많았다. 대중형 골프장에 대한 정부 시책에 따라 합리적인 이용이 가능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비회원제 골프장의 산정 기준을 회원제 골프장의 수도권 비회원 평균 그린피로 계산할 경우 비회원제 골프장은 98개소로 전국 242개 대중 골프장(18홀 이상)의 40.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비회원제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보다 2만 원 정도 비싼 38여 곳은 그린피를 인하하면서 기존 세금 감면 혜택을 계속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비싼 대중 골프장은 그린피에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서천범 소장은 “비회원으로 분류될 전국 60여 개 골프장은 세금 감면 축소분을 그린피에 전가할 수 있다”며 “그린피를 추가 인상한다 해도 집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대중 골프장 그린피 평균 인상률은 주중 33.3%, 토요일 24.5%에 달했다. 2020년 5월 평균 18만1300원이던 대중 골프장 토요일 그린피가 2022년 11월에는 22만5700원으로 올랐다. 주중 그린피는 13만4200원에서 17만8900원으로 인상됐다.

 

대중형 골프장은 1999년부터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골프장 이용 요금에서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재산세도 회원제 골프장의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부과한다. 하지만 이런 특혜에도 그린피를 지나치게 올려 회원제 골프장을 추월하는 사례가 늘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5~6월 전체 대중형 골프장 354개, 회원제 골프장 158개를 지역별로 나눠 평균 이용 요금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충청, 호남 지역 대중형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이용 요금 차이가 1000~1만4000원에 불과했다. 개별소비세 절감분 2만1120원에 비해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요금 혜택은 훨씬 적은 것이다. 충청권 대중형 골프장 주말 평균 이용 요금은 22만8000원으로, 회원제 골프장(22만3000원)보다 5000원 비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대중형 골프장은 정부 방침대로 그린피를 낮추는 대신 카트 이용료를 올리는 편법으로 사실상 전체 요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팀당 카트 이용료는 2018년까지 8만 원이 대세였으나 2022년에는 10만~11만 원으로 올랐다.

"경기침체로 골프 내장객 급감 전망"...정부, 가격 상한선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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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그린피, 시간대별 차등 요금 공지해야

캐디피는 2022년 7월 캐디 고용보험 의무화 조치에 따라 추가로 1만~2만 원 상승했다. 2022년 연초에 13만 원이던 팀당 캐디피는 14만~15만 원에 이르게 됐다.

 

새해 1월 1일부터 그린피, 카트 이용료, 부대 서비스 이용료 표시가 의무화된다. 그린피는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요금을 전부 공지해야 한다. 골프장 이용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개별사업자인 캐디 이용료는 제외됐다. 골프장 담합 등에 따라 이용료가 치솟아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새해 들어서는 골프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음식을 사 먹거나 프로숍에서 고가 선물을 사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골프장들이 내부 식당(그늘집) 이용 등을 고객에게 강제하지 못하도록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을 개정했다. 일부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식사를 조건으로 부킹을 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한 골프장은 4인 기준 팀당 그린피, 식대, 기념품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200만 원에 구입해야 예약이 가능하다. 경기 이천시 한 골프장의 그늘집 떡볶이는 4만7000원에 판매됐다.

 

개별 골프장에서 자체적으로 적용해왔던 골프장 예약 취소 위약금 규정도 바뀐다. 위약금은 팀별 코스 이용에 따른 요금의 10~30% 범위에서 예약 취소 날짜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된다. 이용일이 주말, 공휴일인 경우 4일 전, 평일인 경우 3일 전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은 없다. 일부 골프장은 1주일 전 예약 취소를 하지 않으면 1인 그린피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물게 했다.

 

새해에는 불황의 그늘에 더해 기존 수요-공급 질서를 무너뜨린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골프를 둘러싼 각종 거품이 걷힐 수 있다. 골프 비용 관련 정책 개선과 함께 노 캐디나 운전·남은 거리 알려주기 등 제한된 역할만 수행하는 캐디 선택제 등을 통해 캐디피 부담을 덜어주려는 골프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는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만 18세 이상 외국 국적 동포도 캐디로 일할 수 있어 캐디 부족 해소와 비용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골프장 영업이익률 40%까지 치솟아

2021년 회원제 대중 골프장 합계 영업이익률은 39.7%에 이르렀다고 한다. 2022년에는 40%대 초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10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다. 일부 골프장이 돈벌이에만 치중하면서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 캐디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퍼들만 호구’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2021년 처음으로 5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2년에도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새해에는 내장객 증가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220만 명가량 떠나던 해외 골프 관광도 다시 열리고 있다. 신두철 에코골프 대표는 “2023년에는 신규 골프 인구가 급감할 수 있다. 국내 골프 라운드는 5~1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골프 내장객 급감 전망"...정부, 가격 상한선 책정
골프존카운티 선산CC의 야간 라운드 전경. [골프존카운티 제공]

 

골프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급성장을 거듭해 용품 3조 원, 의류 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류 대란과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그립, 샤프트 구하기가 어려워져 소비자가 제품 구입이나 피팅을 위해 몇 달씩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용품과 의류 판매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홍순성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는 “골프용품업계는 지난 3년간 전년 대비 고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메이저 브랜드와 군소 브랜드의 차이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해외 골프 투어 증가와 경기침체, 2030 골린이 이탈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위탁운영 및 골프장 매물 관련 뉴스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골프용품 시장에서 신규 매출 증가가 둔화해 잉여 재고가 시장에 풀릴 여지도 높아 보인다. 신용우 상무는 “제품력과 서비스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부킹업체 엑스골프의 이수민 팀장은 “골프 인구 감소에 대비해 골프장들의 마케팅 강화, 대행사 협력 등 상생을 위한 협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물 들어오니 노만 저으면 되던 필드의 호시절이 저물고 있다. 일부 착한 골프장은 이미 그린피 동결이나 내장객 수 제한, 철저한 코스 관리 같은 조치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높기만 하던 골프장 문턱이 낮아지는 대중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동아일보

 

 

대중형 골프장 가격 상한선 생긴다…"너무 높은데?"

https://youtu.be/4uA7ewiHK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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