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부는 건설현장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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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처럼 술 많이 먹는 건설현장도 없어

지금도 저변에는 술술술!

 

일 힘들어서 먹는다고요?

몸 버리고 돈 버리고

 

좀더 건강 챙기고 의미있는 문화 조성 필요

 

 

"술자리 사라지고 5시30분 칼퇴근"

건설 사령관 현장소장의 세계 

 

품질·원가·안전·공정거래 관리…

현장내 모든 사안 책임지는 자리

 

   건설업에는 설계, 견적, 시공, 안전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꽃은 시공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현장소장이다. 건설업의 보람을 가장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보람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발주처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협력업체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현장소장의 역할이다. 지금 이 현장에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몇 명인지, 최적의 작업 방식은 무엇인지, 테이블에 마주 앉은 발주처의 '본심'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통찰력이야말로 현장소장이 지녀야 할 덕목이다. 매일경제는 국내 주요 건설사의 현장소장 인터뷰를 통해 업계 현실과 이들의 고충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단순히 빠르게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진화하는 것이 좋은 현장소장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 보수적이란 편견 많지만

직원들에 폭넓은 권한·자율 부여

 

드론기반 시공 등 진화속도 빨라

젊은 세대가 도전할 매력 넘쳐

 

변화의 바람 부는 건설현장 문화

 

 

 

[재건축 비리] "피 같은 조합원 돈 줄줄 샌다"

건설업계, 외국인력 늘려도 인력난 해소 안돼..그 이유는

 

1000명을 만족시켜야 하는 아파트

"건설업이라면 막연히 수직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분야보다도 신입사원에게 폭넓은 권한과 자율이 부여되는 곳이 건설입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1052가구 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훈 GS건설 소장은 현장소장의 매력에 대해 "단 하나밖에 없는, 모든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유형'의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이 처음으로 건설의 매력에 빠진 순간은 대학교 3학년 때다. 선배의 권유로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 소장은 "그때 처음으로 건설과 관련된 실무를 경험했는데 완공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GS건설에 입사한 그는 서울 중심업무지구(CBD) 최대 규모 오피스 빌딩인 '그랑서울',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원시티' 등의 현장을 거쳤다. 지난해 1월부턴 총괄 책임자 격인 현장소장으로 승진해 '평택지제역 자이' 건설 현장을 맡고 있다. 김 소장은 아파트 현장만의 특징에 대해 "1000가구가 다 같은 모양일 것 같지만, 입주자들의 옵션선택에 따라 모두 다 다른 모양"이라며 "빌딩이 발주처 한 곳을 만족시키는 일이라면 아파트는 1000가구 구성원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현장소장에겐 '현장대리인'이라는 법적인 지위가 부여된다. 한마디로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책임이 소장에게 있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품질 관리, 안전 관리, 원가 관리뿐만 아니라 하도급법상의 공정거래 책임 등 대내외 모든 사안을 책임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출근 후 전날까지 진행된 공정을 점검하고 오전 조회에서 지시할 사항들을 정리한다. 건설 현장에선 아침마다 조회와 동시에 꼭 체조를 진행한다. 군대식 문화라는 오해가 있지만 몸을 쓰는 근로자들이 많은 만큼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필수라고 한다.

 

보수적일 것 같은 건설 현장에서도 최근 들어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드론 기반 토공량 산출과 같은 시공 분야에서부터 협업 솔루션을 활용한 근태 관리까지 전방위적이다.

 

 

평택지제역 자이 현장에선 GS건설 주택 현장 가운데 처음으로 중장비를 이용한 굴착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성과가 좋아 향후 전체 현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통상 터 파기 작업에서 중장비를 운용할 때는 장비운전원뿐만 아니라 이를 옆에서 돕는 측량인원이 필요하다. 땅을 어디까지 팔지 측량점을 정해주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뒤엔 중장비 기사 혼자서도 터 파기가 가능해졌다. GPS와 3D 도면 모델링 기술을 통해 장비에 장착된 모니터만 보고도 기사 스스로 어느 지점까지 땅을 파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최연소 현장소장으로 근무 중인 김 소장은 1980년생으로 올해 만 42세다. 현장소장들 사이에선 젊은 피지만 최근 들어 건설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건설업에 대한 오해, 그리고 현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피 현상이 있지만 건설업계가 젊은 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설업은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관리자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는 현장뿐만 아니라 본사에서 근무하는 구매, 설계 등의 직무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엔 숙소생활로 술자리 많아

지금은 직원들 워라밸 중요시해

 

외국인 노동자들 많이 늘어나

의사소통·안전 인식차 커 문제

 

변화의 바람 부는 건설현장 문화

 

대구 이슬람사원 건설, 주민 반대에 공사허가까지 취소한 지자체...결국 법원에 굴복

건설공사, 공공부문은 감소 반면 민간부문 증가

 

6만명 들어찬 공연장에 전율

"많은 분들이 공사 현장을 떠올리면 '술자리'를 생각하죠. 하지만 이제는 모든 직원들의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을 강조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도 고양시 'CJ라이브시티 아레나' 현장소장을 맡은 김재민 씨(가명)에게 들은 건설 현장 소장의 삶은 기존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진행 상황과 안전과 관련된 이슈를 챙기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에 불과할 뿐 실제 업무는 '현장의 모차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존 상식을 뒤엎는 업무 가운데 하나가 하루에 처리하는 결재 서류 양이다. 공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하루 평균 15~20건의 결재를 처리해야 한다. 김 소장은 "지출이 많은 월말이 되면 하루에 처리해야 할 서류가 50여 건에 달한다"며 "월말은 결재 서류만 처리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40대 현장소장인 김 소장은 그만큼 현장에서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 나이 많은 근로자들을 대하는 그의 원칙은 '사람은 높이고, 업무는 칼같이'로 요약된다.

 

김 소장은 그동안 굵직굵직한 공사 현장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김 소장은 2010년 초반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은 필리핀 아레나 준공 당시 공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김 소장은 한화건설이 영종도에 짓는 영종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에서도 현장소장을 맡았다. 지금 맡고 있는 실내 2만석 및 4만명 이상이 수용 가능한 야외 공간이 연계된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완공되면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다. 김 소장은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완공된 건물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며 "필리핀 아레나 공연 당시 6만명이 가득 찬 모습에 절로 전율이 일었다"고 말했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갖춘 김 소장은 과거와 요즘 공사 현장을 비교하면 '근로 문화'와 '현장근로자 구성'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숙소에 머무는 직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워라밸을 중시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술자리를 갖는 건 이제 과거 이야기"라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도 엄격하게 지켜진다. 과거 출퇴근 문화에 대해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넣었다'고 떠올린 김 소장은 "이제는 대부분 직원이 오후 5시 30분 정시 퇴근을 한다"고 설명했다.

 

근로 문화는 체계적으로 바뀌었지만 젊은 인력의 이탈 문제는 심각하다. 젊은층이 떠난 자리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노동자가 메웠지만 의사 소통, 안전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 등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김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면 동족 출신을 안전관리자로 채용해 작업 방식을 따르게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코로나19로 동포들도 많이 못 들어온다. 어찌 됐든 현장에 계신 분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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