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고속도로, 추월하면 빨리 갈 수 있을까
[경과]
1999년 도널드 레델메이어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교수는
교통 정체가 심한 2차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분석했다.
"교통 체증에 걸린 운전자들은 느긋하게 앉아 쉬어야 한다. 그건 그냥 차일 뿐이다.
다른 차선이 당신의 차선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mg16322024-200-jam-paranoia/
꽉 막힌 고속도로, 추월하면 빨리 갈 수 있을까
"꽉 막힌 도로에서는 옆 차로로
지나는 차들을 보는 시간이 많기 때문"
차선 바꾸는 순간 교통정체에 기여
앞이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서 있다보면 왠지 내 옆차선이 더 빠른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그럴리 없겠지' 하면서도 차선을 바꾸는 순간 당신은 교통정체에 기여한 셈이다.
1999년 도널드 레델메이어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교수는 교통 정체가 심한 2차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많은 운전자들이 자신이 차로를 바꿔 다른 차를 앞지른 것보다 다른 차가 자신을 앞질러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차가 막힐수록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꽉 막힌 도로에서는 옆 차로로 지나는 차들을 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차선을 바꾸며 다른 차를 추월할 때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몇 대의 차를 추월했는지 인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차가 나를 추월해 내 앞으로 끼어들 때는 내 시야에 다른 차가 보이며 '추월당했다'고 느낀다.
이런 경향성은 너도나도 차선을 바꾸게 만들지만 실제 빠르게 가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되고 되려 고속도로 정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버솔드 호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일종의 '잔물결 효과'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도로 중간에서 누군가 아주 짧게 멈추는 순간이 연쇄적으로 멈춤을 유도해 장기간 교통체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2008년 스기야마 유키 일본 나고야대 교수팀은 일명 '스기야마의 실험'으로 알려진 자동차 실험을 통해 한 사람이 만드는 잠깐의 정체가 물결처럼 퍼져 전체 정체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 저널 오브 피직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50m 원형 도로에 22대 차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한 뒤 시속 30km 일정한 속도로 달리게 했다. 원활한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얼마 뒤 일부 차량에서 정체가 발생했다. 차량마다 속도에 미세한 차이로 간격이 달라지며 정체가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교통체증을 줄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자율주행차가 균형속도를 찾도록 제어했다. 균형속도는 정체구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는 속도를 말한다.
연구팀은 앞차와의 속도 차이를 현재 거리 기반으로 계산해 자율주행차가 약간 느리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도록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차량의 연료 소모가 40% 감소했고 평균 속도는 15% 증가했다. 라파엘 스턴 미세소타대 교수는 "교통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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