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경고 '노란딱지' ...판단 기준 입 맛에 맞게?

 

돈으로 통제

수익 줄을까봐 모두 덜덜덜

일부 크리에이터 돈 포기하고 탈출도 시작

(편집자주)

 

유튜브 경고 '노란딱지'

해결하려면 미국 가라는 구글

 

구글 알고리즘의 헛점으로 

억울하게 받은 노란딱지라도

 

   80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브이로그 컨텐츠 채널 브이록(VROK)은 최근 영상마다 '투네이션'으로 이어지는 링크(인터넷 주소)를 안내하고 있다. 투네이션은 시청자가 유튜버 등 인터넷 방송인에게 현금으로 직접 후원하도록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본인의 영상이 계속해서 유튜브 정책 위반 경고 (일명 '노란 딱지')를 받자, 고육지책으로 유튜브 외 다른 사이트로 구독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많은 사람이 노란 딱지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다. 노란 딱지는 유튜브 영상에 붙는 '부적합' 표시로, 이 딱지가 붙으면 해당 영상으로는 광고 수입을 벌 수 없게 된다. 특히 전업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외부 후원 사이트로 구독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한국 유튜버들이 미국까지 가서 항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일본은 해외 IT기업 자국 내 법인등기 하게끔 해 해결

일부 창작자들, 유튜브 벗어나기 시도 중

 

유튜브 경고 '노란딱지' ...판단 기준 입 맛에 맞게?

 

 

노란 딱지는 2017년 도입된 이래로 그 판단 기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구글이 공개한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력, 음란성, 논란의 소지 등 총 14가지 기준에 따라 노란 딱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튜버가 해당 기준이 자의적이며, 구체적인 판단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튜브의 제재 기준은 크게 ①실정법 ②커뮤니티 가이드라인 ③브랜드 가이드라인의 3가지로 나뉜다. 실정법은 살인·강도 등 법률에 따라 금지되는 사항이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저작권 위반 등 비교적 판단이 명확한 사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브랜드 가이드라인으로, 이른바 '노란 딱지'라고 불리는 것이다. 노란 딱지는 다른 2가지 제재와는 달리 영상이 삭제되지 않지만, 수익 창출 제한 조치를 받는다. 전직 구글코리아 직원 A씨는 "실정법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비교적 명확하고 분쟁도 없는 편"이라며 "브랜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가령 유튜버 '세레노(Sereno)'의 경우 본인이 직접 작곡한 음악을 올렸는데도 노란 딱지를 받았다. 또 다른 유튜버 김채호 씨의 경우 동일한 영상을 여러 채널에 게시했을 때 본인의 채널 '솜사탕'에만 노란 딱지가 붙어 결국 새로운 채널인 '김채호의 필름찢기'로 옮겼다. 특히 2020년부터는 유튜버가 수익 창출을 원하지 않는 영상에도 광고를 붙이기로 하면서,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구글이 노란 딱지를 이용해 유튜버에게 가는 수익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노란딱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네티즌들이 정치 유튜버에게 대량으로 '싫어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유튜버의 수익 창출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윤상직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 보수 유튜버를 인용해 "비공개로 올린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신고했다. 존 리 전 구글코리아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량으로 '싫어요'를 받더라도 노란딱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올해 초 KBS는 자사의 유튜브 채널 'KBS뉴스' 내 노란 딱지가 붙은 영상의 개수를 8053건이라 공개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 제도를 다룬 뉴스, 인천-제주 간 뱃길이 열렸다는 뉴스 등이 석연찮은 이유로 노란 딱지를 받았다. A씨는 "국내 언론에서 올린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뉴스 영상에 모두 노란 딱지를 붙였던 적도 있다"며 "이후 (남북 분단 상황이라는) 국내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물론 노란 딱지가 아닌 실정법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도 문제는 남는다. 유튜브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국내 유튜버가 올린 영상이라 할지라도 국내법이 아닌 미국법에 따라 처리된다. 따라서 명예훼손·모욕 등 국내에서 형사처벌 대상이라도 미국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실정법 기준으로 조처되지 않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협조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비판을 차단하기도 한다.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집 앞에서 시위하는 영상을 게재했다가,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유튜브 계정이 삭제됐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 씨의 경남 양산 사저 앞 시위 음성이 들어갔다는 이유다. 이후 양산 시위 측에서 소명에 실패해 12일 만에 계정이 복구됐지만, 그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못해 받은 금전적 피해는 그대로 남게 됐다.

 

문제는 위의 3가지 사유 중 어느 것으로 인해 조치를 받았던 간에 이를 판단할 권한은 전적으로 유튜브 측에 있다는 것이다. 1회에 한해 제재에 대해 항의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판단 과정과 근거는 공개되지 않고 유튜브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외국계 기업 특성상 고객센터 대응이 미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특징이다.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한 마케팅 담당자는 "해외 SNS는 광고 영업을 할 때에는 전화를 돌리면서 유독 계정 정지 등 민원 처리는 이메일을 통하도록 한다"며 "답이 늦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유튜브의 판단에 불복해 민사 소송을 넣으려 하더라도 국내에 위치한 구글코리아는 응하지 않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구글 약관이 이용자와 구글 간 분쟁을 캘리포니아의 법원에서 해결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해외 IT 기업도 자국 내에 법인 등기하도록 규정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 회사법에 따르면 구글·애플 등 외국 기업도 일본 내 영업을 위해서는 영업 소재지를 등기해야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100만 엔(약 960만 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들 기업의 일본 내 대표는 재판 출석·배상 등 책임도 지게 된다. 오는 10월부터는 '프로바이더 책임 제한법'이 시행돼, 법원의 명령에 따라 명예훼손 가해자도 공개해야 한다.

 

유튜브 경고 '노란딱지' ...판단 기준 입 맛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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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구글·페이스북을 대상으로 소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국가의 관할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조치했으나, 구글은 2022년 현재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법원·연방법원에서 재판하도록 약관에 적어 놓았다. 실제로 2020년 대법원은 해당 약관을 근거로 구글과의 분쟁은 국내 법원이 아닌 외국 법원을 관할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글에 소송을 건 업체 측은 "존 리 전 구글코리아 사장이 (한국의) 국정감사에 나와 구글 본사의 유튜브 정책을 설명하지 않았느냐"며 구글코리아가 국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초동에서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구글 본사는 캘리포니아까지 가야 있지만, 구글코리아는 역삼역에서 겨우 1분 거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며 "이미 한국에 진출해 법인까지 설립했다면 미국 본사를 대신해 소송을 수행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버들은 '탈(脫) 유튜브'를 시도하기도 한다. 유튜브 영상을 올릴 때마다 설명란에 투네이션·온리팬스·패트리온 등 직접 후원이 가능한 사이트 링크를 적어 놓고, 구독자들을 해당 사이트로 안내하는 식이다. 가로세로연대·열린공감TV 등 정치 유튜버들은 아예 영상 내에 후원 계좌번호를 적어 놓거나, 노란 딱지에 상관없이 직접 후원을 받는 '슈퍼챗' 기능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룩북(여성이 속옷을 갈아입는 콘텐츠) 유튜브를 운영하는 채널 '리나의 일상'은 음란성을 이유로 노란 딱지를 자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매 영상마다 패트리온·투네이션으로 이어지는 링크를 달고 있다.

[김대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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