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영국도 급했다...원전 기술 선진국 한국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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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 다급한 英 '빨리 짓고 기술좋은' K원전에 주목
내달 英 에너지장관 방한...K원전 유럽진출 청신호
수출영토 넓히는 韓원전
콰시 크워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의 방한은 영국의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영국 원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프랑스의 의존도는 낮추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배제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을 프랑스 대체국으로 주목한 셈이다. 체코와 폴란드에 이어 영국까지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 원전의 유럽 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영국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선진국에 원전을 수출했다는 실적을 쌓는 것을 포함해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약화된 원전 강국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英원전 수주 佛회사가 독점 기술 의존 낮출 필요성 대두
英, 선계약 후논의 입장 고수, 최소수익보전 확보가 필수
韓 원전강국 도약할 기회, UAE 수출서 경쟁력도 입증
中기업들 유럽서 퇴출 수순, 수주전서 반사이익 누릴 수도
6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원전 업체 EDF는 현재 영국 내 원전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규 건설하겠다고 밝힌 원전 8기 중 사업이 시작된 3기 역시 EDF가 맡고 있다. 진행 정도 순으로는 △힝클리포인트C(영국 남부) △사이즈웰C(동부) △브래드웰B(남동부) 등이다. EDF는 이 3개 사업을 파트너사인 중국 핵전집단공사(CGN)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 입장에선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을 강화하려면 EDF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 시장의 사업자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크워텡 장관은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도 미쓰비시·히타치·도시바 등 굵직한 원전 업체가 있어 이들과도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크워텡 장관이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한국 원전의 신뢰성과 경제성을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국 정부는 한국이 가장 최근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기에(In time), 정해진 예산 안에서(in budget) 원전을 짓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강점은 영국뿐 아니라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인정받는 부분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원전 기술에 대해 "해외에서 한국의 원전 시공력과 유지·보수, 운영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영국 원전 시장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원전의 경우 사업 구조나 계약 조건 면에서 기존에 한국전력이 완공한 UAE 바라카 원전은 물론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 중인 체코·폴란드 원전과 비교해 사업 위험(리스크)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원전 발주 시 사업자에게 사전 수익을 정해줬다. 예컨대 원전을 완공한 뒤 전력을 생산하면 메가와트시(MWh)당 90파운드를 지급하는 식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착공 전 예상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 사업에 '규제자산기반(RAB)'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RAB 방식이 적용되면 사전 수익을 정해주지 않고 완공 후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수익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사 도중 발생하는 우발적 리스크에 대해서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업자는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영국 정부에 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 측은 '선(先)계약, 후(後)논의'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윤석열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정한 것 때문에 영국 원전 사업 참여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그동안 한국이 원전 수출을 진행했거나 추진해온 국가와 달리 사업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영국 원전 시장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익성이 떨어져도 일단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야 추가 수주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영국 원전 시장에서 중국 CGN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퇴출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최근 EDF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한 중국 CGN의 퇴출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원전 시장에서 중국 기업 퇴출을 결정하면 CGN이 보유한 신규 원전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
현재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로는 영국을 비롯해 체코, 폴란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다. 한국은 체코와 사우디 원전 사업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며 폴란드 원전에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집트 원전의 경우에는 최종 조건을 협의 중이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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