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나왔다...가장 큰 이슈...“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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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원전 단계적 감축 명시한 文정부 탈원전 로드맵 공식 대체
국무총리 산하 컨트롤 타워 만들어 방사성 핵폐기물 관리
‘원전 최강국 도약’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막혀 5년 넘게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국내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위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부상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게 윤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 고려해 재조정”…20%대로 낮출 듯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 중심으로 수요 효율화도
여기에 정부는 에너지정책의 무게중심을 공급에만 두지 않고, 수요 효율화에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발전 원가를 전기 요금에 점진적으로 반영시켜 과도한 수요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문제 의식을 반영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윤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시장 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시장 구조 확립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 산업화와 성장 동력화 ▲에너지 복지 및 에너지정책의 수용성 강화 등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뉜다.
원전 비중 24%서 30% 이상으로
첫 번째 정책 방향인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운전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기준 전력 믹스상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윤 정부가 직접 ‘원전 비중 30% 이상’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2017년 10월)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년 6월)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이전 정부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내용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놓은 바 있다. 문 정부는 NDC 달성을 위한 방법론으로 재생에너지 30%, 원자력 24%를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에너지 전문가가 문 정부식 에너지 믹스로는 10년도 채 남지 않은 2030년 안에 NDC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의 낮은 발전효율 때문이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신재생 설비는 15.55기가와트(GW)로 원전의 60% 수준인데, 발전량은 원전의 15%에 불과하다.
박 차관은 “전 정부가 원전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목표는 과도하게 설정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래서 새 정부는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최대한 신속히 재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윤 정부가 재정립한 에너지 믹스의 핵심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법령상 인허가 절차를 준수하되 최대한 신속히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모든 원전은 건설에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가로막혀 착공하지 못하는 바람에 평가 시효가 작년 8월로 종료됐다.
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재평가 면제 규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원전 사업이 착공하지 않은 기간에 주변 여건이 경미하게 변했다면 승인 기관장 등과 환경부 장관의 협의 여부에 따라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건설 중인 원전 4기는 예정된 공기에 맞춰 준공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신한울 1호기를 시작으로 신한울 2호기(2023년 하반기), 신고리 5호기(2024년 상반기), 신고리 6호기(2025년 상반기) 등이 차례로 준공된다. 또 정부는 계속운전 심사용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시기를 가동 허가기간 만료 5~2년 전에서 10~5년 전으로 변경해 가동 중단 기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원전 가동이 활발해지면 핵폐기물도 그만큼 쌓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서둘러 입법되도록 정치권을 적극 설득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신설해 핵폐기물 관리 컨트롤 타워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과 소통하면서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조정 수치는 연말에 발표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30% 이상 비중’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원전과 달리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보급 여건을 고려해 보급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태양광·풍력 등 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하겠다”고만 했다. 시장에서는 윤 정부가 전 정권에서 30%로 설정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0%대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생에너지의 적정 비중을 파악 중”이라며 “올해 말 발표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원별 적정 비중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석탄발전과 관련해서도 “안정적 전력 수급과 전력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석탄발전 퇴출 선언’과 비교하면 톤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윤 정부가 탄소중립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진 않겠지만,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에너지원의 공존 측면에서 석탄발전을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정부는 전원 믹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계속운전 등을 반영한 송전선로 보강 계획을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 30개 효율 혁신
에너지 믹스 재정립이 공급 측면의 정책이라면, ‘시장 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시장 구조 확립’은 수요 측면의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에너지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최근 여건 변화를 고려해 시장 원리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수요 효율화는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우선 산업 부문에서는 전체 산업 에너지 소비의 약 63%를 차지하는 연간 20만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t의 열량) 이상 다(多)소비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효율 혁신 목표치를 설정하는 자발적 협약 ‘KEEP 30′(가칭)을 추진한다. 또 효율 투자에 대한 조세 지원과 녹색보증 등을 신설하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제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주변 다른 가구보다 평균 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그만큼 돈으로 돌려받은 ‘에너지 캐쉬백’ 제도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관리 사각지대인 대형 기축건물의 에너지 진단 권한을 이양하기로 했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 대상 전비(電費) 등급제와 대당 에너지 소비가 승용차의 7배 이상인 중대형 승합‧화물차의 연비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체계에는 시장 원리를 반영한다. 기저전원·저탄소전원 대상 계약시장 개설 등 전력시장을 다원화하고, 단계적인 가격입찰제(PBP) 전환과 함께 수요(판매 사업자 등) 측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를 도입한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는 총괄원가 보상원칙,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한다. 정부는 “전력시장·요금 관련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2030년 화석연료 수입 4000만TOE 감소”
이 밖에 정부는 이번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에너지·자원 안보의 불확실성에 대응한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해 선제적‧종합적 자원 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전략 비축 확대, 국제 협력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핵심 광물 재자원화 등의 에너지 공급망 강화에도 나선다. 자원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와 민간 해외자원 개발 지원도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집중한다. 원전 산업과 관련해선 일감 조기 창출을 통해 원전 생태계 활력을 복원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한다. 독자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에는 4000억원을 투입한다. 수전해·연료전지·수소선박 등 수소 신기술 개발과 태양광 탄소검증제 강화, 배출권 거래제 제도 개선 등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와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등을 통한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에도 집중한다고 전했다. 자가용 재생에너지 사업 발굴,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확대, 수소 안전기준 마련 등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에너지정책 방향을 차질없이 이행할 경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2021년 81.8%에서 2030년 60%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화석연료 수입은 4000만TOE 감소한다. 또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 산업화로 에너지 관련 벤처기업이 2020년 2500개에서 2030년 5000개로 두 배 늘고, 일자리는 10만개가량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올해 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 3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 관련 법정계획을 통해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세종=전준범 기자 조선일보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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