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맞이하는 ‘생명’의 날들 [방재욱]
5월에 맞이하는 ‘생명’의 날들
2022.05.11
5월이 ‘가정의 달’로 불리는 것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세계 가정의 날(15일)’, ‘성년의 날(16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정과 연계된 기념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월에는 가정의 날들보다 생명에 관련된 기념일이 더 많은데, 그날이 월력에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2년 5월 탁상 달력에 표기된 ‘생명’의 날은 7일이나 되는데, 그 기념일들의 유래와 내역을 간략하게 살펴봅니다.
5월 2일은 유엔이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 참치에 대한 세계 시민의 인식 증진을 위해 제정한 ‘세계 참치의 날’입니다. 참치의 멸종은 맛있는 참치를 못 먹게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다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참치 남획으로 참치가 사라질 경우 자연생태계의 균형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참치 중 25%가 불법 어업으로 남획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참치의 날을 맞이해 시민단체들은 해양생태계의 균형에 대한 참치의 역할, 어업의 투명성 그리고 이주 어선원의 인권 문제 등을 대중에게 알리고, 정부와 산업계에 참치 멸종의 해결방안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5월 10일은 2012년에 4월 5일 ‘식목일’에 대비해 바다 숲을 조성하는 날로 제정된 ‘바다식목일’입니다. 바다식목일은 바다 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 해조류를 심어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해진 날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다식목일의 취지를 알리는 기념행사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5월 14일은 철새와 그 서식지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에 매년 5월과 10월의 둘째 토요일로 제정된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입니다. 철새의 날을 맞이해 세계 각지에서 매년 다양한 캠페인과 철새 보전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철새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기념행사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 탐조 행사 등이 열리고 있습니다.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협약 가입국 회의에서 제정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입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비정부기구, 환경ㆍ시민단체 등의 참여와 협력으로 생태계를 보전하고 그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제정된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유엔 3대 국제환경협약 중 하나입니다. 생물종다양성의 날은 2000년 12월 브라질에서 개최된 지구환경정상회의에서 1992년의 협약발표일인 5월 22일로 정해 2001년부터 시행되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 10월에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해 '야생 동식물보호법' 규정에 따라 법정관리 동ㆍ식물을 지정하여 보호ㆍ관리하고 있으며, 불법포획 신고보상금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0월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제11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에서 2014년 제12차 당사국 총회 개최국으로 선정된 바도 있습니다.
5월 23일은 1990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거북 보호단체(ATR; American Tortoise Rescue)에서 2000년에 거북을 멸종으로부터 지키자는 취지로 제정한 ‘세계 거북의 날‘입니다. 거북은 약 2억 1천 5백만 년 전부터 악어나 뱀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에 출현해 생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320종이 넘는 거북이 발견되었지만, 무분별한 포획으로 이들 종의 상당수가 이미 멸종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 거북의 고기와 알, 껍질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담수(淡水) 거북의 불법 포획과 거래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5월 25일은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입니다. 수달의 날은 모피 채취나 애완동물로 거래하기 위한 밀렵,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수달을 보호하고 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수달생존기금’이 정한 5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올해로 8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수달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수달은 서울대공원에서 10마리를 보존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5월 31일은 생명체 탄생의 근원지인 ‘바다의 날’입니다. 바다의 날은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세계 해양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며,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1996년 제정되어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기념일입니다. 기념일이 5월 31일로 정해진 것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張保皐)가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고, 국민 축제 시기로도 적절하다는 판단에서 정해진 것입니다. 31일은 1987년에 WHO(세계보건기구)가 담배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기도 합니다.
4월은 과학의 날(21일)이 있는 ‘과학의 달’로 불리고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해 지내며 ‘생명’의 날이 많은 5월이 ‘가정의 달’에 부가해 우리 삶의 원천인 생명과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생명의 달’로도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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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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