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불황 해외건설 수주 효자 시장 부상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건설수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베트남 시장은 활기를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최근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공사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영향이다.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건설업계가 베트남에서 맺은 수주 계약은 27건으로 단일 국가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째로 계약 건수가 많은 필리핀(10건)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건설업계가 베트남에서 따낸 계약금액은 13억9083만 달러(1조7558억원)로 인도네시아 22억2274만 달러(2조8073억원)에 이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수주가 늘어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 진출한 건설기업은 139개로, 지난해 상반기(121개)와 비교해 18개 늘었다. 공사 건수도 작년 상반기 276건에서 올해 325건으로 17.8% 늘었다. 아직 상반기가 더 남은 만큼 올해 베트남 진출 기업과 공사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호실적은 올해 1분기 전체 해외수주 실적이 부진한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올해 1분기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많은 174건을 수주했지만, 시공 수주 총액은 작년 80억3824만달러(10조1522억원)에서 올해 1분기 66억7094만달러(8조4253억원)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 주력 시장인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베트남 수주가 반등한 데에는 베트남의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한 것이 한 몫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0%로 예상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대표 5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5.3%를 웃돌고, 세계경제성장률 3.6%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급속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에 대비해 인프라 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공사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해외건설협회는 베트남 건설시장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 평균 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올해 국내 기업은 베트남 정부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여럿 수주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삼성물산이 지난 3월 계약을 맺은 5억8278만 달러(약 7410억원) 규모의 베트남 년짝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이다. 이 공사의 발주처는 베트남 국영 전력회사 페트로베트남전력(PV파워)으로, 삼성물산은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설계·조달·시공(EPC)을 전담한다.
민간 기업 주도의 개발 사업도 활발하다. 대우건설이 23억 달러(약 2조9049억원)를 들여 베트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이 대표적이다.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은 하노이 북서쪽에 있는 서호 지역 210만㎡에 아파트와 상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이 올해 맺은 공사 계약 규모만 2억4899만 달러(약 3144억원)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시장에서의 수주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인구가 많아 내수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중국은 미·중 갈등 등의 이유로 리쇼어(reshore·제조업의 본국 회귀) 현상이 일어나지만, 베트남으로 해외 자본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당분간 공사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시장이 커지면서 베트남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최근 국내 기업이 베트남 건설사업을 할 때 필요한 내용을 담은 ‘베트남 건설사업 관리 환경조사’와 ‘베트남 진출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베트남 건설사업 관리 환경조사 보고서’, ‘베트남 법령조사 및 분석보고서’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베트남으로 해외 기업들이 공장을 신설하면서 그에 따른 교통, 전력 등의 인프라 시설 발주까지 늘어났다”면서 “한동안 수주 과정에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베트남 정부가 민관합작투자(PPP)를 확대하면서 재원 마련 문제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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