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터지는 비리 개발] 송도판 대장동 의혹

 

  공공택지에 아파트 등 3500여 가구를 조성하는 3조원 규모의 공모 사업에서 발주처에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업체가 떨어져(본지 4월 5일자 12면 1500억 더 준다는 업체 탈락...송도판 '대장동 의혹' 기사 참조)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프로젝트에서 이번엔 도시계획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저기 터지는 비리 개발] 송도판 대장동 의혹
GS건설 콘소시엄이 만든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조감도.건물 최고 높이가 150m로 높고 건물간 간격이 넓어 시원시원하다. GS건설

 

아파트 등 3500여가구의 주거단지가 조성될 인천 송도의 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사업지(빨간선안).네이버항공뷰

 

이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콘소시엄이 지구단위계획(해당 토지의 용적률 및 건물 최고 높이 등의 내용이 담긴 도시관리계획)을 훨씬 벗어난 설계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지구단위계획상 건물 높이 110m 이하(약 36층)로 돼 있는 사업지에 150m(약 49층)까지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변경 요청이 있을 경우 각 지자체가 도시계획위원회(송도는 경제자유구역이라 경관위원회) 심의를 열어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정절차로 바뀔지 안 바뀔지 불투명하고, 그 절차를 밟는데 만도 1~2년이 걸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대학 교수(건축사)는 "높이 제한이라는 건축 한계선을 넘어서면 불법 건축물이 되는 것"이라며 "사업계획서 제출 당시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지극히 불투명한 것이기 때문에 변경된다는 가정을 하는 것은 무리이고 결국 불법 건축물을 짓겠다는 업체를 뽑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직 대형 건설사 수주 담당 임원은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전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고 강조했다.

 

발주처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이하 송복개발)의 공모안내서 본문에도 건물의 최고 높이가 안내돼 있고 지구단위계획을 확인해 상품(설계)안을 제시하라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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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공모안내서 본문.지구단위계획 확인하라는 문구가 있다. 송복개발

 

이에 대해 GS건설 콘소시엄 관계자는 "송도에서는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된 사례가 여러 건 있어서 변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만약 변경이 안 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를 GS건설이 책임지고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맞게 설계를 다시 해 공사를 하는 구조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소시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난 4일 자로 GS건설 콘소시엄의 설계가 적용될 수 있게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개별사업자가 만든 계획에 상위법 맞추는 이상한 구도  

그러나 관할 인허가 관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얘기는 다르다. 구역청의 담당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이 업무를 맡고 있는데, 개별 사업시행자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요청을 해 실제 변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별 사업자가 만든 계획에 상위법을 맞추는, 앞뒤가 바뀐 셈이어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담당 공무원으로서 변경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관련 절차를 밟아 변경 고시가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구역청 직원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근무할 당시에도 개별 사업자를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 경실련의 김송원 사무처장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하면 실제 변경이 된 다음에 사업자를 공모해야 하고, 공모 심사 때도 같은 조건으로 심사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모 심사 때도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현대건설 콘소시엄은 불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당일 몇몇 외부 심사위원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가능하냐"며 의문을 표시했는데, 송복개발 측에서 가능하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심사위원들은 가능한 것을 전제로 심사했다는 것이다.

 

같은 용적률일 때 아파트 건물 높이가 올라가면 조망권이 좋아지고 대지를 넓게 활용할 수 있어 아파트 상품성이 크게 높아진다. 외부평가위원 평가 항목인 단지계획, 건축계획 영역에서 현대건설이 GS건설보다 13점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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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계획 항목 중 종합개발구상 및 단지계획에서 GS건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송복개발

 

익명을 요구한 건축사는 "지구단위계획을 넘어 건물을 높게 설계한 GS건설의 설계가 시원시원하고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체급이 다른 선수를 붙여 놓은 불공정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송복개발 측은 "떨어진 업체 측에서 지구단위 계획 위반 의혹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1, 2심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려 송복개발의 손을 들어줬다"며 "법원의 판결이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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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안내서 첨부문서에 있는 작성지침.여기에 가능한 범위에서 지구단위계획의 '일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고 이를 토대로 법원은 현대건설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복개발

 

이에 대해 현대건설 콘소시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은 본 소송에 앞서 '긴급하게 중지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정식 소송인 본안소송을 6일 제기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법정 다툼은 이제부터다"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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